호모도미난스 - 지배하는 인간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난이도 : ★

 

1. 정체모를 leadeR가 판치는 사회

 

우리 사회에 만연한 리더십 열기를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이야기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에이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 무슨 말을 이렇게 많이 쓴 거야? 그냥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사실. 수능 시험날 SKY 로고가 박힌 초콜릿, 빵, 우유 따위를 선물하는 것이 우리에게 숨어있는. 혹은 우리가 욕망하는 리더 DNA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아닐까?

 

한국에서 리더를 꿈꾸는 약 80%의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생산직이 아닌 관리직 혹은 전문직. 특히, 공무원이나 대기업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직접 생산하지 않고, 누군가가 생산한 것을 이어주거나 통제하는 직군으로 들어선다는 의미다

 

물론, 리더의 의미를 광범위하게 살피면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그리고 형식적으로 생각했을 때.리더는 어찌되었건 리드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직접 생산하지 않고, 관리하고 싶은 희망 사항은 <호모도미난스>의 정신조종능력처럼 다른 사람을 통제하는 권력의지와 같은 의미이고, 이러한 권력욕이 우리 사회의 리더십 열기와 맞닿아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다. 

 

2. 과두정. 그리고 배가 많으면 산으로 간다는 정의론 


이에 맞서 <호모도미난스>의 작가 장강명 형님은 리더가 다수가 되는 과두형의 사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리더라고 불리는 이들은 소설에서처럼 다른 사람을 물건 다루듯 쉽게 다룰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본적인 것들을 직접 개발하거나 생산할 수는 없는 것이다. 

 

217. 환원숭이들은 생산적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환원숭이라소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사람들의 노력을 갈취하는 것뿐입니다. 천 선생님은 발전소를 돌릴 수 있습니까? 지하철을 운행할 수 있습니까? 그보다 더 복잡한 정치와 경제시스템은 어떻고요? 환원숭이가 어느 이상으로 많아진다는 건 모든 제도와 조직이 무너진다는 걸 의미해요.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전 서양에서 유행했었던 과두제라는 정치제도. 제각각 리더가 되기 위한 인간의 욕심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이어진 산물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평민보다 조금 더 뛰어난 능력을 개발한 과두제 구성원들은 아마도 <호모도미난스>의 슈란이나 캄팻처럼 자신의 행동을 이런 방식으로 정당화하고 있었을 것이다. 

 

214. 살아 있는 인간에게는 권력의지가 있어요. 살아 있는 인간은 다른 사람이 자기 운명에 간섭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살아 있는 인간은 자기 운명을 자기가 정하고 싶어해요. 제가 정상이고, 류 박사님이나 시현씨가 비정상이에요. 저는 권력이 좋아요. 모든 사람이 다 그럴 거예요. 독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저는 다만 저 아닌 다른 누구도 독재자가 되게 놔두지 않겠다는 것뿐이에요. 그게 민주주의 아닌가요?

 

3. 독재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내가 하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독재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아이러니. 

 

자신이 행하는 것은 사회 평화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선택한 방식이라고. 그렇게 해야만 정의를 지킬 수 있다고 부르짖지만. 어쩌면 모두가 제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신념을 담아 부르짖는 정의라는 것은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슈란과 캄팻을 저지한 시현을 바라보는 황쿤의 시선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317. 쿤은 웨이리원이나 안시현이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흰원숭이들의 세계에는 법이 없으며, 무법지대에서 그들이 행사하려는 강제력에 이런저런 장식을 달아봤자 폭력이라는 근본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법정'은 마분지로 만든 집처럼 조잡한 것이다. 변호인도 없고, 항소할 기회도 없으며, 양형 기준도 없다. 리원과 시현은 자기들이 가진 힘을 마분지로 제어해보려 한다. 그들은 통제라는 개념에 집착한다. 한 사람은 답답할 정도로 고지식해서,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정신조종능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4. 욕망을 쉽게 이루면...

 

40. 삶에 대한 의지고 세계에 대한 책임감이고 뭐고 간에 그저 모든 것에서 손을 떼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일 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런 욕구에 빠졌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호모도미난스> 세계의 리더들 역시 그들의 지위를 만끽하고, 그들의 욕구를 분출시키는 동시에 쉽게 그것을 해결했을 때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자살충동의 기분은 다시금 되뇌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그들은 삶의 의욕을 잃을 테니 말이다. 

 

41. 두터운 안개 속에 갇힌 듯한 답답함, 전후좌우뿐 아니라 위아래까지 구분할 수 없게 된 기이한 방향감각 상실, 끝없이 추락하는 듯한 나른한 기분, 자신과 주변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과 무한한 권태..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무기력함과 곧바로 이어지는 자살 행위를 정신조종능력을 부여하는 동력인 X유전자의 탈출로서 매우 흥미롭게 그려낸다. 쉽게 말해서 그들이 몸을 버리고 탈출하는 이유는 숙주가 기능을 다 한 셈이다. 즉, 욕망의 유전자는 일반적인 것이 아닌 이반적인 경로를 통해 우리는 지배한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인간의 선악론으로 읽을 때, 인간 외적인 것이 인간을 악하게 만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성선설적인 해석으로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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