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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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근대 일본의 시류 속에서 물성화된 인간의 회의나 문명에 대한 비판적 태도

 

이 주장은 지금까지 읽은 소세키의 소설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요소다. 근대화된 시대의 특징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 아니라인간을 경제적 수단의 하위개념으로 끌어내린다는 불안감에 맞서서 소세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니힐리스트를 자처한다. 

 

<그 후>의 주인공인 다이스케가 생산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의존적인 삶을 연명하는 것은 근대 일본의 문제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반항 의식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분명히 사회의 문제가 있다고 인정더라도 <그 후>의 다이스케의 행동을 무조건 시대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2. 그 후. 어떤 그 후인가? 

 

시점에 관련하여 여러 생각을 했다. 정리한 결과. 여기서 말하는 그 후는 잘못된 과거의 선택. 그 후. 라고 결론지어봤다. 

 

다이스케가 현실을 외면한 채. 내면 안에서 오만가지 잡념(이 책에서 그려지는 여러 의미있는 서사를 잡념이라고 표현하긴 사실 많이 애매하다.)과 싸우게 된 데에는 과거의 떳떳하게 행동하지 못했던 책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소세키가 주장하고자 했던 근대 일본사회의 부조리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문제라고 본다(다이스케의 경우로 봤을 때) 그렇기에 다이스케가 말하는 근대 일본의 문제(1의 내용)는 자기 정당화를 위한 투정 쯤으로 여겨졌다. 

 

미치요와 다아스케 간에 얽힌 과거사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둘 사이의 대화를 통해서 추측건대. 다이스케는 과거에 미치요를 사랑했으나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회피했던 것 같다. 그것이 아니라면 친구를 위해서 어줍지도 않은 의협심을 발휘했던 것 같다. 후회를 남길 선택 이  꽤 긴 시간을 살아왔고. 시간이 흘렀음에도. 다이스케는 과거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과거에서 해방되지 못한 다이스케. 너무 늦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회 통념상 받아들여지지 않을것임을 불을 보듯 뻔하게 예감하지만 그럼에도 어긋난 인연을 바로 잡으려는 한 남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의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로 했던 경제적인 지원을 바란다면 결코 꿈꿔서는 안될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사랑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 사랑은 부적절한 사랑이었으니...) 아버지의 명을 따라서 정략적 결혼만 한다면 부족하지 않을 내일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다이스케에게 더욱 절실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제껏 그를 살펴주었던 가족과 친구들을 배신한 상당히 이기적이라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은 고려대상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와 판단에 따른 결론이니 말이다. 

 

하지만 책의 맨 첫 부분. 무기력하게 누워서 자기의 심장 소리만 듣고 있던 다이스케와 책의 마지막 부분. 자신이 내린 결정으로 인하여 변하게 될 두려움의 소용돌이 안에서 괴롭지만 그래도 문장의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다이스케의 모습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었다.

 

그와 같은 변화를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다이스케가 측은하게 여겨졌다. "꼭 그렇게 해야만 했나요?" 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 뿐이다. 


51. 다이스케에 따르면, 성실성이건 열정이건 완성된 상태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돌과 쇳덩이가 맞부딪치면 불꽃이 튀듯이 상대에 띠라 마찰이 잘되었을 때 두 당사자 간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자신에게 내재해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정신적 교류 작용인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는 성실성이나 열정이 생길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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