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평전 - 스스로 빛났던 예술가
유정은 지음 / 리베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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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 어떤 책을 읽던 간에 저자의 이력을 읽지 않고 책을 펼친다. 선입견 없이 책을 읽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도중. 곳곳에서 드러나는 세밀한 연구의 흔적과 그 결과물을 읽으면서, 이 책만큼은 작가의 소개를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유정은 교수의 소개를 보면 「신사임당의 <초충도>에 나타난 예술 철학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신사임당의 예술 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유정은 교수는 거의 평생을 신사임당과 조선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하여 연구한 학자였다. 유정은 교수는 신사임당의 당차고,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 지금껏 숨어있었던 이야기를 <사임당 평전>을 통해 담아내었다. 유정은 교수는 평전을 통하여 신사임당이 혼자 힘으로 이뤄낸 예술적인 성취를 올바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진정한 현대여성의 롤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2.

 

<사임당 평전>에는 스스로 빛났던 예술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유정은 교수는 뛰어난 유학자, 문장가, 화가로서의 신사임당보다 '현모양처' 신사임당으로 굳어진 원인은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17세기 송시열과 일제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발견한 인물이 바로 사임당이라는 존재였다. 그들은 애써 찾아낸 신사임당을 전통적이고, 수동적이며, 순종적인 아녀자로서의 모습으로 포장한다. 예술가로서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의 타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여인으로 왜곡시켜버린 것이다.

 

3.

 

사임당이라는 당호는 옛날 중국의 문왕이라는 뛰어난 임금의 어머니 '태임'의 이름자에서 따온 것이다. 태임이라는 여인은 현, 엄, 의, 자의 네 가지 모의를 고루 겸비한 여성으로 추앙받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태임을 본받는다' 는 뜻으로 자신의 호를 사임으로 지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그녀를 평산 신씨가 아닌 사임당으로 부르게 된 것이었다.  

 

사임당은 태임을 본받으려는 마음가짐으로 그녀는 자녀들에게 효와 입지를 우선시하고, 수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자신 또한 그런 삶을 살았다. 그런 가르침을 읽을 수 있는 자료로서 유정은 교수는 율곡이 남긴 선비행장을 비롯한 많은 저서의 문장과 동시대의 문장가인 소세양의 발문 을 소개한다.  

 

156. 격몽요결

 

격몽요결(擊蒙要訣)은 율곡 이이가 초학자들에게 학문하는 방향을 일러주기 위해 저술한 책으로, 격몽은 주역 몽괘 상구의 효사에 있는 말로, '몽매하여 따르지 않는 자를 깨우치거나 징벌한다' 는 뜻이다.

 

율곡은 이 책이 자신이 해주 석담에 있을 때 한두 학도가 추종하여 학문을 청해 왔을 때, '초학(初學)이 향방을 모를 뿐 아니라, 굳은 뜻이 없이 그저 아무렇게나 이것저것 배우면 피차에 도움이 없 도리어 남의 조롱만 사게 될까 염려하여, 간략하게 한 책을 써서 대략 마음을 세우는 것, 몸가짐을 단속하는 일, 부모를 봉양하는 법, 남을 접대하는 방법을 가르쳐, 마음을 씻고 뜻을 세워 즉시 공부에 착수하게 하기 위하여 지었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그가 42세 때 만들어졌고, 나중 정조 12년에 정조는 이 책이 '소학의 첫걸음'이라는 소개를 적은 서문을 썼다. - 위키 참조

 

처음으로 배우는 사람은 먼저 모름지기 뜻을 세우고, 꼭 성인이 되기를 자기의 목표로 하여, 한 터럭만큼도 스스로 적게 여겨 물러서고 미루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또 무릇 사람이 스스로 뜻을 세웠다고 하면서도 곧 노력하지 않고 머뭇거리며 기다리는 것은 명목상으로는 뜻을 세웠다고 하나 실은 배움으로 향하는 성의가 없기 때문이다.

 

157. 학교모범

학교모범(學校模範)은 이이조선 선조 15년(서기 1582년)에 왕명을 받아 저술한 학생수양의 지침서로 16개 조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교모범은 그 시대의 청소년 교육을 쇄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사료되며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국민교육헌장과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선시대의 교육헌장으로서 가정과 학교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의 준칙도 제시하고 있다. - 위키 참조

 

온갖 선한 것이 다 나에게 갖추어 있으니, 달리 구할 필요는 없다. (...) 곧바로 천지로써 마음을 세우고, 민생으로부터 표준을 삼으며, 옛 성인을 표준 삼아 끊어진 학문을 잇고. 만세를 위하여 태평을 열어 주는 것으로 표적을 삼아야 한다. 물러서서 스스로 앞길에 한계선을 긋는 생각이나 우선 편안한 것을 바라서 스스로 용서하는 버릇은 털끝만큼도 가슴속에 싹트지 못하게 해야 한다. 훼방과 명예, 영화로움과 욕됨, 이득과 손해, 화와 복, 이런 것들이 마음을 설레게 말아야 하며 분발하고 힘써서 기어코 성인이 되고 말아야 한다.

 

이런 문장들을 읽으면서 조선의 16세기는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을 폈쳤음에도 불구하고 잔재했던 고려의 문화와 조선의 문화가 적절히 어우려져서 유학이 절정에 이른 시기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임당의 아버지인 신명화는 사위였던 이원수에게 처가살이를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덕분에 사임당은 20년간 시집살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사임당에게 주어졌고, 그녀는 자신의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로 유정은 교수는 자녀균분상속이 이루어지고 윤회봉사가 행해지던 고려시대의 풍습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임당은 그렇게 유학의 정신을 자신의 예술 작품에 담아내었다.

 

258. 사임당의 글씨로 초서작품이 가장 많아 주로 초서를 즐겨 썼을 거라 추측하는데 사임당이 중국 주나라 고대 한자서체인 선 굵은 전서 작품을 남긴 것을 보면 서예에도 상당한 수준의 경지에 올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서는 상당히 복잡해서 문자학의 지식 없이는 쓰기 힘든 서체이기 때문이다.

 

유학이 혼탁해진 시대는 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생존했던 시기의 다음 시대인 17세기 부터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17세기. 숙종이 즉위하면서 왕권 강화를 위해 총 번의 환국정치가 시작되었고, 그로 인하여 자기 수양의 본연의 길을 잃고, 유학자들끼리 권력 다툼이 극에 달했다고 전한다. 그렇게 유학은 '인'을 통하여 자신을 갈고 닦아 군자가 되어 나라와 백성을 평안하게 하는 학문이 아니라 권력을 지탱하는 하나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율곡 이이는 송시열에 의해 서인의 결속력을 높이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존재로서 신격화되고, 그에 따라서 사임당도 율곡을 낳아 기른 어머니의 상으로 극진히 모셔지게 된 것이었다.

 

4.

 

372. 공자의 중심 사상은 인 (仁)으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주체적 각성을 통하여 인간으로서 생명의 존엄성을 천명하고, 행할 바의 도리를 밝힌다는 것이다. 인은 완성된 인격의 명칭이면서 바람직한 인륜 도덕으로 공자의 사상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공자의 교육 원리이다. 인의 사전적 의미는 '어질 인, 착할 인, 동정할 인'등의 풀이로 해석되는데, 우리말로 '어질다'와 '착하다'는 모두 지성이 탁월함을 뜻하기보다는 인정이 많고 가슴이 따뜻하다는 뜻이 강하다. 인정이 많고 가슴이 따뜻해야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373. 인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배려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공자의 도(道)가 충서로 일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충(忠)은 자기의 마음을 끝까지 열심히 다하는 것, 즉 자기 자신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서(恕)는 자기의 마음에 미루어 남을 생각하는 것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 정신이다. (...) 인이라는 한자가 본래 '사람 인(人)'과 '두 이(二)' 자를 결합한 것으로 인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글자다.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사랑'이라고 보는 견지에 입각하여 인을 '사랑을 사랑함(愛人)'이라고 말한 공자의 뜻을 짐작할 수 있다.

 

375. 율곡 이이는 극기복례설(克己復禮說)」을 지어 말하기를 '인이란 본심의 전덕(全德)으로서 모든 사람이 이 본심을 갖추고 있지만 사욕이 그것의 실현을 가로막음으로써, 몸과 마음을 검속하는 도구인 예에 따름으로써 마음의 덕이 온전해질 수 있다'고 하였다. 개인의 인격에 인을 심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내재적인 즐거움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즐거이 인을 향하게 하여 도에 이르는 것이 진정한 인의 실천임을 알아야겠다.

 

<사임당 평전>을 통하여, 유정은 교수가 정리해놓은 유학의 정수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정수를 사임당은 시와 서예 뿐만 아니라 한폭의 그림, 대표적으로 초충도를 통해 그려내었다고 한다. <사임당 평전>은 사임당이 남긴 작품(시,서,화,자수)을 소개한다. 초충도의 연구로 학위를 받은 유정은 교수의 해설에 따르면 사임당이 표현한 각각의 생명과 색깔에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320페이지서부터 330페이지에 아주 상세하게 기록해 두고 있다.

 

가지 소개하자면 수박이 수복(壽福)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하여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맨드라미를 장닭이 벼슬같이 생겨서 계관화라고 부르고, 정수리에 돋은 벼슬의 모양 때문에 '관을 쓴 것 같다.', '벼슬하다'는 말이 생겼다고도 한다. 또한 나비와 고양이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의 경우 '고양이 묘(猫)'자가 70세 노인을 나타내는 늙은이 모(耄)와 발음이 같고 또 '나비 접(蝶)'자가 80세를 뜻하는 늙은이 질(耋)과 한자음이 같아서 일흔을 넘어 여든 살까지 장수하라는 의미를 담아낸다고도 한다.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은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생각나는 몇 부분만을 덜어내어 이야기해보면서 갈무리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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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인생 강의 - 논어, 인간의 길을 묻다
신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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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EBS에서 2014년 5월부터 방영된 <인문학 특강>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재구성한 책이라고 한다. 유학의 대가인 신정근 선생은 논어를 통해 인간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를 탐색해보고자 한다. 학(學), 정(政), 서(恕), 군자(君子), 예(禮), 신(信), 인(人) 등. 7개의 주제로서 우리들과 함께 올바른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일곱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자로서의 인(人)이다. 나머지 여섯 가지는 인간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218페이지를 보면 유교의 모범적인 인간상인 군자의 정신을 계승한 인간(人에서 仁로 진화)이 공자의 가르침인 학(學, 수용), 정(政, 확산), 서(恕, 공유), 군자(君子, 주체), 예(禮, 외화), 신(信, 연대), 덕(德, 확산), 의(義, 기준)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각 챕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골라 옮겼다. 거기에 간단히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2. 학(學, 수용), 왜 배워야 하는가

 

25. 인간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 거리가 있는 거죠. 그러므로 사람에게 남겨진 과제는 현실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상, 목표 사이의 거리를 어떤 식으로 메워야 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인간은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서 자기가 바라는 상태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 비밀이 바로 <논어>의 제일 첫머리인 '학'과 관련이 있습니다.

 

학은 배움을 뜻한다. 인간은 왜 배워야 하는가? 자신이 품고 있는 이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배움이 필요하다고 신정근 선생은 이야기한다. 이런 과정에서 배움은 괴로운 과정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남들의 '인정욕구'를 바라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며, 그러한 타인의 '인정욕구'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자신이 가야할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면 배움이란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3. 정(政, 확산),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49. 섭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하길, "가까이 있는 사람은 만족해서 기뻐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동경해서 살러 오려고 하는 것이지요." (...) 즉 정치라는 것은 나의 주위로 사람이 모이게 만드는 힘을 가진 것이라는 거죠.

 

정치란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나라를 만들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공자가 말하기를 첫째, 인구가 많아야 한다. 둘째, 넉넉하게 잘살게 해줘야 한다. 셋째,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치고, 좋은 교육을 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조건으로 들었다. 신정근 선생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치는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4.  서(恕, 공유), 다른 이를 받아들이다

99. 내가 원하는 쪽으로만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대를 사람과 사람으로서 만날 수 있는 공유지대호 초대하는 것이죠. 나도 상대를 초대하고, 상대도 나를 초대하는 것, 이것이 '恕'이고, 그것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존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恕'가 말하는 관용의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개인은 내가 원하는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면 된다. 그런데 내가 아닌 타인은 어떻게 해야할까?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란 없다. 다양성도 있고, 그러한 다양성 중에 충돌도 발생한다. 그러한 갈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공자는 타인을 다스리려 하기 이전에 먼저 관용을 베풀어 그들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타자와 공존이 가능하면, 사람이 서로 적대하지 않고 신뢰하는 사회의 밑바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5. 군자(君子, 주체), 스스로 삶을 설계하라

 

115.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와 소인은 흰색으로 가득 찬 사람도 없고, 검은 색으로만 가득 찬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그 경계를 어느 쪽으로 끌고 가느냐, 군자 쪽의 면적을 넓히느냐, 소인 쪽의 면적을 넓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내가 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가?

 

신정근 선생이 말하기를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판단이 옳다 싶으면 어떠한 유혹이 있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굳건한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군자를 목표로 하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을 군자의 모델에 가깝게 갈고 닦는 것이며 그 다음에서야 범위를 넓혀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

 

6. 예(禮, 외화),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길을 찾다.

 

137. 예는 오고가는 것이다. 가기만 하고 오지 않으면 예가 아니다. 오기만 하고 가지 않는 것도 예가 아니다. 사람은 예가 있으면 편안하고, 예가 없으면 위태롭다. (...) 예라는 것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라는 겁니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죠.

 

신정근 선생은 예라는 것이 자신의 권위와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받아들여서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허심탄회한 대회가 중요할 듯 싶다.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판단으로 예의 정도를 파악할 것이 아니라 예를 주고받아야 할 당사자와 긴밀히 대화를 해야 나중에 벌어질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예라는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오늘날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것은 예이니 말이다.

7. 신(信, 연대),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다.

 

182. 자하는 말했다. "군자는 신뢰가 쌓인 다음에 백성을 동원한다.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았는데 동원한다면 자신들을 혹사시킨다고 생각한다. 또 신뢰가 쌓인다면 다음에 충고(반대 의견)을 한다.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았는데 충고를 한다면 자신을 헐뜯는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관계에서 믿음이라는 것이 예를 행하기 전에 먼저 쌓아야 할 조건이 아닌가 싶다. 믿음이 쌓여야 타인에게 관용을 베풀수도 있을 것이고, 조언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며, 올바르게 배울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8. 인(人), 불가능하지만 시도하다.

 

213. 여러분이나 저나 모든 것을 다 갖추고 태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공자는 실패했다고 내 의식의, 긴장의 끈을 다 풀어놓아 버리는 게 아니고, 늘 자기 실패를 끊임없이 되감았다는 거죠. 풀리면 다시 감고, 또 풀리면 다시 감으면서 늘 다시 풀발하려고 했고, 그렇게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앞서 느끼지 못했던 의미와 뜻을 깨달으면서 결국 인생에, 자기에게 던진 문제를 자기 스스로 풀어냈다는 거죠.

 

공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려고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공자는 인간을 소인에서 군자로 탈바꿈시키고자 한 평생을 계몽에 매달린 인간이자. 성인이지만, 그 역시 그가 이상으로 삼고 있는 다른 성인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각기 다른 천성과 계급을 지니고 태어난 인간을 군자로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분명 불가능한 일이고, 공자는 그것을 알면서도 하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공자가 생각하기에는 그래야만이 모든 것이 각자 제 자리에서 충실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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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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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 아가타 쥰세이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그 눈동자도, 그 목소리도, 불현듯 고독의 그림자가 어리는 그 웃음진 얼굴도. 만약 어딘가에서 쥰세이가 죽는다면, 나는 아마 알 수 있으리라. 아무리 먼 곳이라도. 두 번 다시 만나는 일이 없어도...

 

소설이 시작되기도 전. 페이지 한 면을 가득 채운 이 문장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츠지 히토나리가 쓴 Blu 버전의 첫 문장은 이와 같다.

 

Blu 5. 사람이란 살아온 날들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난 믿고 있다. 아오이가 그 날밤의 일을 완전히 잊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해도...

 

결론이 무엇이냐면. 이 소설은 아오이는 쥰세이와 떨어져 있긴 하지만. 도저히 불가능함을. 어떤 무엇으로도 떨어질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내가 본 에로스 중에서도 가장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에로스가 <냉정과 열정사이>에 담겨있다. 마치, 두 사람의 결합이 신이 설계한 하나의 약속으로도 느껴진다. 거기서 우러나는 감정들. 한 남자. 한 여자를 서로 얼마만큼 사랑하느냐에 담긴 숭고한 정신을 나는 존경한다. 마빈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다.

 

2.

 

미안한 만큼 아쉬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오이와 준셰이 간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제를 마련해두고, 이 두 사람을 맺어주기로 약속했다면. 마빈이나 메미를 누군가의 빈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억지로 채워놓은 희생자. 사랑의 실패자로 만들기보다는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마빈와 메미의 고민과 매력을 솔직하게 다뤄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생긴다. 이 두 작가는 그럴 능력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일인칭 시점의 서사를 파괴해야 했을 것이라는 점에서의 불가피함은 인정한다.

 

3.

 

3. 마빈은 사람의 마음속까지 파헤치고 들어오거나 모든 것을 알려 들지 않는다. 혼자서 점점 상처받아 흥분한 두더지처럼 몸을 사리지도 않는다. 이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슬픈 얼굴로 내게 말없는 비난을 하지도 않는다. / 비는 내게 도쿄를 생각나게 한다.

 

마빈은 불쌍하다. 비는 내게 도쿄를 생각나게 한다는 문장 여태껏 읽은 문장 가운데서도 손꼽을 정도로 잔인한 문장이다. 이것은 blu에서 메미와의 관계 중에 아오이를 외친 준셰이의 경우처럼 화가 치미는 상황이지만, 이 문장에 숨겨진 은밀함은 그것을 훨씬 넘어선다. 게다가 이 문장을 기어코 마지막에 붙여둔 이유는 다분히 고의적이다. 독백이라는 점에서 아오이와 독자만 알고, 마빈만은 절대로 모른다. 아오이는 마빈을 따돌린 채, 이렇게 은밀한 방식으로 쥰세이의 기억과 함께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이런 상황에서 아오이로서는 마빈이 이렇게 적당히 머물러주는 걸로 충분했을 것이다. 50 페이지의 '소유는 가장 악질적인 속박인걸요.' 이 말은 더는 당신과의 거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마빈을 향해 건네는 일종의 짧은 경고로 생각할 수도 있다. 

 

44. 나는 이 사람의 어디를 좋아하는 것일까. / 올바른 것. 물론 그렇다. 마빈은 공정하고 명석하다. / 허벅지. 이건 절대적이다. 마빈의 허벅지는 정말 아름답다. / 기지. / 관대함. / 차분한 말투. / 그리고... / (...) 그렇게 땀이 돋은 마빈의 이마를 만지면서, 하나라도 더 많이 생각해 내려 했다. 하나라도 더 많이 세어, 무엇인가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리라.

엄밀하게 말해서 아오이는 혼자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혼자서 4년을 잘 보냈으니. 그런 와중에 마빈이 아오이를 향해 다가왔고, 아오이는 그저 거절하지 않았을 뿐이다. ' 어쩌면 이것도 괜찮겠지' 이런 생각으로 작품 내내 아오이는 마빈을 사랑하고 있노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말대로 무엇인가를 정당화하려는 몸짓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51. '조용한 생활. 온화하고, 부족함도 과함도 없는, 아주 순조롭게 흘러가는 나날'은 아오이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인 날이고, 이 나날들을 무려 4년이나 지속했다는 사실은 누군가로서는 매우 고통스러운 나날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마빈이 불쌍하다고 느껴졌다. 마빈이 아오이를 사랑한 것은 조용하고 온화하고 부족함도 과함도 없는 순조로운 나날을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4.

 

184. 나의 들판 (La mia campagna). / 과거 그렇게 부르며 사랑한 남자가 있었다. 들판처럼 넉넉하고 환한 표정으로 웃는 사람이었다. 들판처럼 섬세하고, 그러면서 마음 어딘가에 야만적인 것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당신의 반쪽. 나의 들판을 떠올리는 순간 그녀는 걷잡을 수 없이 쥰세이의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이미 예정된 일이라는 듯이. 아오이의 감성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이제 마빈과 함께한 시간은 사라져버렸고,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도 역시 사라져버렸다. 아오이의 의식 안에는 쥰세이밖에 보이지 않았다.

 

194. 아주 조금 주저하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그 목소리의 온도를 좋아했다. / 쥰세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지금 당장 듣고 싶었다. 세월 따위 아무 소용없었다. / 지금이라면 좀 더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무서웠다고. 나도 너무 어렸다고.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았다고. 외로웠다고. 도쿄는 밀라노의 일본인 학교 속 일본과는 전혀 달랐다고. 외톨이였다고. 오직 쥰세이만이 그런 나를 알아주었다고. 한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고. 사실 내내 붙어 다녔고, 오누이처럼 어디든 함께였고, 모든 일이 즐거웠다고. 행복했다고. 그리고, 그런 식으로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고.

 

잠깐 쥰세이의 시점(blu)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쥰셰이가 아오이를 그리워하는 것은 그럴듯한 논리적 체계가 있었다. 쥰세이는 과거를 회복하여 미래와 이어주는 복원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도록 그런 천성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에 그의 가장 아름다웠던 과거를 공유했던 아오이와의 재회를 통해 그의 인생을 복원하려는 의지 역시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203. 나는 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돌아갈 장소. 줄곧 그런 장소를 찾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한 번도 없었다. / 쥰세이가 보고 싶었다. / 기묘한 열정으로,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만났다고 해서 뭐가 어떻게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다만 쥰세이와 얘기하고 싶었다. 내 말이 통하는 사람은 쥰세이밖에 없었다.

 

211. 나는 생각한다. 나는 누구의 가슴속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내 가슴속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누가, 있는 걸일까. / 쥰세이가 보고 싶다, 고 생각했다. 쥰세이를 만나 얘기하고 싶다. 다만 그뿐이었다.

 

233. 쥰세이와 얘기를 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쥰세이는 이해해 줄 것이다. 설명하지 않아도. 단순하게. 그러리란 확신이 있었다. 과거에 그랬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데, 이 문장을 읽어보면 아오이가 쥰세이를 원하는 이유가 본능적인 끌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유와 예속의 선언과도 다를 바 없는 그녀의 진심.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이 순수한 문장이 매우 아름답게 느껴진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마빈을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가능하다. 이제 책을 읽는 우리들도 선택해야 순간이 왔다. 이 선택은 아오이의 거친 열정으로 강요된다. 마빈이 계속 눈에 밟히면 이 소설이 마냥 아름다운 소설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마빈을 떠나보내면 이 소설은 완전히 아름다운 소설이 된다.

 

5.

 

237. 내 안에, 이만한 의지가 있었다니,  놀랍다. / 아무런 주저도 없었다. 그 때 이미 마음이 정해져 있었다. 알베르토의 공방에서, 아침 햇살 속에서, 나는 그저 인정하기만 하면 되었다. 피렌체에 간다는 것을. 두오모에 오른다는 것을. 쥰세이와 나눈 약속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는 것을

 

5페이지의 복선이 드디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이다. 그녀는 쥰세이와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약속대로 두 사람은 만났다. 그 순간의 묘사. 에쿠니 가오리 작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기대했던 대로 아름다운 문장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토록 열정적인 독백을 이제껏 읽어본 적이 없다. 시대를 초월한 작가들의 명문장을 읽으면서 요즘 들어 '신'은 어디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신'은 가까이에 있다. 아오이가 쥰세이를 바라보는 것 또한 인간이 신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248. 비현실감. / 그건 말 그대로 비현실감이었다. 빛 속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하고, 하지만 그것이 환상이 빚어 내는 빛의 숭고함이란 것을 우리는 둘 다 알고 있었고,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환상이 빚어 내는 빛. 그것은 일몰 같은 숭고함으로, 우리의 온몸을 구석구석 채웠다. / 아가타 쥰세이 / 나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완벽한 신뢰감으로 바라보았다. 그 풍요롭고 부드러운 검은 머리칼과, 놀람과 기쁨에 일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눈동자, 때로 겸연쩍게 미소 짓는 엷은 색 입술, 곱상하게 자랐음을 드러내는 목덜미./ 알고 있다. 과거 나는 그 하나하나를 사랑하였고, 지금도 여전히, 이렇게 사랑하고 있다.  

 

<열정과 냉정사이 Rosso>는 두 사람이 정확이 50 : 50의 관계로 만나지만,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다. 쥰세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쥰세이를 완전히 잡아채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쥰세이는 자신보다 더 크게 느껴질만큼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오이로서는 차마 쥰세이를 자신의 의지대로 붙들어둘 수 없었던 것이다. 그저 쥰세이가 그녀를 붙잡아주길 바라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한없이 사랑에 약한 존재였고, 쥰세이로부터 아무런 말이 없었으니 아오이로서는 또다시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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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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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의 내면. 살해 장면의 섬뜩한 묘사가 압권인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을 읽던 중에. 사이코패스를 다룬 다른 작품은 어떤 작품이 있고,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서 네이버에 사이코패스를 검색했다. 그랬더니 <악의 교전>을 비롯해서 몇몇 작품이 올라왔다. 그 작품 가운데 눈길을 끈 작품 하나가 바로 앤서니 버지스 작가의 <시계태엽 오렌지>였다.   

 

2.

 

195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화자이자 주인공. 알렉스의 회고록 형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린 시절의 알렉스 패거리를 지어 다니면서 만만해 보이는 어른에게 이쁜 쩐을 갈취하고 그 돈을 유흥에다 썼다. 전에도 이런 일로 소년원을 들락거렸던 알렉스는 당시에 유행했던 밀크바에서 우유에 섞은 마약(칼)을 마시고 환각상태에 취해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술집을 아지트삼아 하루를 보내곤 했다.  

 

소설에서 '이쁜 쩐' 이라고 불리는 이 패거리의 유흥비는 그날 벌어서 그날 다 써버리는 것이 원칙이었다. 왜냐하면, 쩐이라는 것은 없을 때 훔치면 되니까 소중하지도 않았고, 그걸로 경찰한테 꼬리를 잡히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 돈을 들고 있다가 경찰에게 잡힐 바에야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할머니들에게 공짜로 술을 대접하면 경찰이 패거리를 범인으로 의심하더라도 지금까지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기도 했던 것이다.

 

미성년자들에게 마약과 술을 팔면서 돈을 버는 어른들, 술값을 대신 내줬다고 그들의 범죄를 못본체 하는 어른들. 그리고 가족의 무관심 (그 외 이 소설에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학대와 차별과 빈곤 같은 것들) 그들이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언급된다. 앤서니 버지스 작가는 알렉스가 사이코패스가 된 원인으로 개인의 문제보다는 사회의 문제가 더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3.

 

알렉스 패거리의 간덩이는 어른들의 비호와 무관심 아래 점점 더 커졌다. 고삐가 풀려버린 그들의 자유로움은 폭행과 강도를 넘어서 무장강도. 집단강간. 그리고 안타깝게도 결국에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사건에서 알렉스는 동료들의 배신으로 혼자 죄를 뒤집어쓰고 사건의 무거움을 인정받아 소년원이 아닌 감옥에 14년 동안 갇히게 된다. 그가 패거리 생활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 삶의 유일한 낙이었던 음악과도 이별하게 되었다. 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는 이 문장을 통해 알 수 있다.

 

43. 음악이 흘러나왔어. 아, 축복, 축복, 천국! 나는 천장을 향해 벌거벗고 누웠지. 베개 위에 올린 팔에 대갈통을 괴고 눈깔은 감고 천상의 기쁨에 젖어 입을 벌린 채 아름다운 음악의 흐름을 들으면서. 아, 그것은 아름다움과 화려함의 화신이었지. 트럼본은 침대 밑에서 황동색의 음을 울려대고, 대강통 뒤에서는 세 개의 트럼펫이 은색으로 불타올랐고, 문가에서는 팀파니가 내 속을 흔드는 듯 달콤한 천둥소리를 내고 있었지. 아, 기적 중의 기적이었어! 그리고 그때 희귀한 천국의 금속으로 빚은 새처럼, 아니면 완전한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 안에서 흐르는 포도주처럼, 바이올린 독주가 다른 현악기들의 선율을 타고 들렸지. 다른 현악기 소리가 비단으로 만든 새장처럼 내 침대를 둘러싸더군. 그러고는 플루트와 오보에가 백금으로 만들어진 벌레처럼 아주 두껍고 달콤한 금과 은의 음악을 파고들었지. 난 그런 축복 속에 있었던 거야.

 

4.

 

소설은 몇 가지 주제를 동시에 이야기하는데. 첫째는 위에서 말했듯이 청소년들의 일탈을 막지 못하는 허술한 시대정신의 비판과 둘째는 정치인들이 죄인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것에 숨겨진 비인간적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14년 형을 받은 알렉스에게 영국 정부는 정치범의 수용공간의 부족을 이유로 알렉스의 폭력성을 제거하는 어떤 실험을 받겠다고 사인하면 곧바로 석방시켜 주겠다고 제안한다.

 

111. 얘를 첫 케이스로 삼으면 되겠군. 젊은데다 대담하고 사악하니까.  

 

루도비코 요법(112~142)이라는 이것은 조건반사를 통하여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무의식에 심어놓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이 방식은 조건반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음악이나 성적인 행동, 문학과 예술(이 소설에서는 음악)을 이용하는데, 이것은 예상치 못한 빈번한 순간에 알렉스를 두려움에 노출시키게 하였다.

 

두려움에 젖어 서서히 갱생되어가는 알렉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그들은 이제 알렉스를 사회로 돌려보내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알렉스의 자유의지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좌파 지식인의 비판대로 완전한 인격살인이라고 불릴 만했다. 더욱이 알렉스 같은 범죄자가 아닌 다른 케이스로. 가령, 정치적인 대립으로 감옥에 갇힌 억울한 사람들에게 이 실험을 행한다고 가정해볼 때, 루도비코 요법을 실행하겠다는 것은 인간의 사상적 자율성을 극한으로 제한하는 전체주의 국가로의 선언과 다름이 없었다.  

 

183. 넌, 내 생각에도, 죄를 저질렀어. 그렇지만 그에 대한 처벌이 너무 심했어. 저들은 너를 인간이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만들었어. 네겐 선택할 권리가 더 이상 없는 거지. 넌 사회에서 용납되는 행동만 하게 되었어. 착한 일만 할 수 있는 작은 기계지. 이제 똑똑히 알겠구나, 조건반사 기법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음악이나 성적인 행동, 문학과 예술,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을 주는 근원인 게 분명해.

 

<시계태엽 오렌지>에서는 냉전시대를 살고 있는 정치인들의 권력싸움도 소재로 삼는다. 알렉스 개인에게 벌어진 사건이 국가적인 문제로 확대되는 것이다. 루도비코 요법을 허용하려는 전체주의 우파 정치인에 대항하여 183을 말하며 187을 주장하는 좌파 정치인들도 있었다. 과거에 알렉스 패거리들에게 아내를 잃은 작가 F. 알렉산더와 그의 동지들은 알렉스의 사례를 언론에 폭로하여 루도비코 요법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려고 한다.

 

187. 넌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 이 사악하고 교활한 현 정부가 다음 번 선거에서 다시는 복귀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현 정부의 제일 큰 자랑은 지난 몇 달 동안 시행한 범죄 통제 정책이지. (...) 야만적인 어린 깡패들을 경찰로 모집한 것,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고 의지력을 갉아먹는 조건 반사 기법을 도입하는 것 말이야.

 

188. 저들은 자신의 아들들이 너처럼 불쌍한 희생양이 되기를 원할까? 현 정부는 무엇이 범죄인지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자기들을 언짢게 만드는 사람들이면 누구든 생명력과 용기와 의지력을 빼앗아버리려고 하는가?

 

그러나 이 시대의 좌파들도 우파들처럼 알렉스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하기보다는 현재의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정치적인 선전도구로 이용하려 들었다. 앤서니 버지스가 보기에 좌나 우나 정치인들은 다 똑같았다. 조지 오웰이 풍자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F. 알렉산더가 진실을 알아버린 탓일 수도 있겠다.

 

196. 음악을 그렇게 사랑했던 내가 침대에서 기어 나와서 소리를 지르면서 벽을 쿵쿵 두드렸지. "멈춰. 멈추라고, 소리를 낮춰!" 그러나 음악은 계속되었고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았지. 그래서 주먹이 붉게 피범벅이 되고 피부가 찢겨나가도록 벽을 치고 소리를 질렀어. 그래도 음악은 멈추지 않았어. 그때 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작은 침실을 뛰쳐나가서 아파트의 현관문으로 갔지만 그 뭄은 밖으로 잠겨 있었기 때문에 나갈 수가 없었지. 그러는 동안 음악 소리는 점점 커졌고, 마치 무슨 의도적인 고문 같았지.


198. 기절하기 바로 직전 난 깨달았지. 이 끔찍한 세상에서 나를 위해줄 놈이 하나 없고, 벽 너머로 들리던 음악도 나의 새 동무라는 놈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며, 그런 일이 벌어진 이유가 놈들의 더럽게도 이기적이고 오만한 정치 때문이라는 사실을.


201. 친구, 어린 친구여, 대중들은 분노로 활활 타고 있단다. 진짜로 넌 저 오만한 악당 놈들이 재집권할 가능성을 없애버렸다. 놈들은 영원히 사라져버릴 거야. 넌 '자유'를 위해서 아주 훌륭한 일을 했지. (...) 만약 내가 죽어버렸다면 너희 정치하는 자식들에게는 훨씬 더 좋았겠지. 그렇지 않냐. 이 가식적인 배신자 동무들아.

 

5.

 

얼마 지나지 않아 우파 정치인의 대표는 병상에 누워있는 알렉스를 방문하고, 아래와 같은 덕담을 건네며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우스꽝스러운 풍자를 봤을 때, 좌파 정치인들이 알렉스를 이용해서 언론에 폭로한 선제공격은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우파 정치인은 루도비코 요법으로 자유의지가 제거된 알렉스를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기로 약속했고, 곧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알렉스를 위해서 국립 음반 보관소에서 음악 관련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

 

207. 나와 내가 각료로 있는 현 정부는 네가 우리를 친구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 친구지. 우리가 너를 원래대로 돌려놓았잖니. 넌 최고의 치료를 받고 있단다. 우리는 네게 해를 줄 생각은 전혀 없단다. (...) F. 알렉산더라는 이름의 불온한 책을 쓰는 작가가 있단다. 네 피를 보겠다고 떠들어대고 있지. 칼로 너를 찌르고 싶어서 제정신이 아니란다. 그러나 넌 지금 그 사람으로부터 안전하다. 그 자를 격리시켰으니까.

 

6.

 

알렉스는 정치인들의 다툼 덕분에 14년 형에서 2년 만에 석방되었고 게다가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알렉스는 예전처럼 다시 패거리를 모으고 의미 없는 하루를 이어간다. "자 이제 어떻게 될까?"로 시작하는 1부와 3부. 알렉스의 내면에 무언가 변화가 찾아온다. 아무 의미가 없었던 '이쁜 쩐'. 공짜 술을 대접하기 위해 식탁에 꺼내놓은 돈이 갑자기 소중하게 느껴졌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과거 동료의 모습으로부터 올바른 삶의 고민과 자극을 받기도 한다.

 

알렉스는 이것을 철이 들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라고 고백한다. 결국, 과거의 방탕한 생활은 철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의 삶을 회고하고, 작별을 선언했다. 세상은 구리고 더러울 수 있지만. 인간은 자연스럽게 철이 들게 마련이며. 각자 스스로 올바른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건네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222. 청춘은 가버려야만 해. 암 그렇지. 그러나 청춘이란 어떤 의미로는 짐승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아니, 그건 딱히 짐승이라기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쬐그만 인형과도 같은 거야. 양철과 스프링 장치로 만들어지고 바깥에 태엽 감는 손잡이가 있어 태엽을 끼리릭 끼리릭 감았다 놓으면 걸어가는 그런 인형. 일직선으로 걸어가다가 주변의 것들에 꽝꽝 부딪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청춘이라는 건 그런 쬐그만 기계 중의 하나와 같은 거야.

 

223. 여러분은 이 어린 동무 알렉스와 같이 고통을 느끼면서 여기저기를 다 다녔고, 하날님이 만든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놈들이 여러분의 동무 알렉스에게 집적대는 것을 보았어. 그게 다 내가 어리기 때문이었지. 그러나 이 이야기를 끝내는 지금 난 더 이상 어리지 않아. 알렉스는 어른이 되었단 말이야. 그렇고말고. 그리고 내가 지금 가는 곳은, 여러분, 여러분은 갈 수 없는 나 혼자만의 길이야. 내일도 향기로운 꽃이 피겠고, 더러운 세상이 돌아가겠고, 별과 달이 저 하늘에 떠 있을 거고, 여러분의 오랜 동무 알렉스는 홀로 짝을 찾고 있을 거야. 엄청 구리고 더러운 세상이야. 여러분, 자 이제 여러분의 동무로부터 작별 인사를. 그리고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다른 놈들에게는 커다란 야유를. 엿이나 먹으라 그래.   

 

7. 요약

 

알렉스는 사이코패스다. 사회의 잘못이 그를 사이코패스로 키운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말살하려는 모든 행위는 거부한다.

좌파나 우파나 똑같다.

질풍노도의 청춘은 자연스럽게 지나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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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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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30. 하늘은 늘 변한다. 구름은 늘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어 간다.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것은 마음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그릴 때면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여러 가지 하늘이 있듯이, 여러 가지 인간이 있다. (...) 낮은 하늘, 높은 하늘 / 넓은 하늘, 좁은 하늘 / 파란 하늘, 시커먼 하늘 / 맑은 하늘, 뿌연 하늘. 어느 하늘도 하늘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것이 머리 위에 있으므로 나는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나. 쥰세이는 여러 가지 하늘이 있듯이, 인간도 여러 가지 성격의 인간이 있음을 털어놓으며,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우리에게 구하고 있다.


204. 나는 아직도 8년 전의 과거를 질질 끌며 살아가고 있다. 인류는 미래에서 희망을 보려 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복원사는 직업상 과거를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가는 동물인 것이다. 

206.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보낼 수 없다.

이러한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쥰세이의 조금은 남다른 성격에 따르면 쥰세이의 사랑은 틀린 사랑이 아니라 다른 사랑일 뿐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깨달음과 자기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그의 독백은 끝내 메미의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다른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일방적인 선고. 이로 인한 메미의 절규와 상실은 쥰세이에게. 그리고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소설 자체로서도 매우 아픈 손가락일 것이다.  


167. 나는 나야, 누구도 대신할 수 없어. 절대로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 (...) 동정받고 싶지 않아. 여자에게 동정만큼 잔혹한 건 없단 말이야. (...) 나는 아오이가 없는 공간을 메워 주려고 쥰세이를 사랑한 게 아냐. 쥰세이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난 이렇게 살 수 없어. 더 이상 모욕당하기 싫단 말이야.   


2.


쥰세이의 미술 복원사로서의 천성과 재능. 그리고 그의 손에 의하여 작품이 복원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황홀함(186~187)은 사물을 넘어서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완벽한 복원이 가능하다는 희망으로 바뀐다. 이 희망은 불가능을 받아들일 수 없도록 하는 열정과도 같았다. 과거로의 복원으로 미래를 이어가기를 희망하는 쥰세이의 열정은 할아버지(130. 네게 그림을 권하는 것은, 네가 미래를 똑바로 쳐다보기를 바라서란다.), 인수(223. 인생은 한 번뿐이지만, 몇 번이라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다.), 다카시(155. 이제 흘러간 과거일 뿐이야.)  조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결심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쥰세이는 그들의 충고에 이렇게 답했다. (131. 미안해 (...) 그렇지만 난 결국 복원사로 살아갈 것 같아. 과거를 미래로 이어 주는 일에 자부심을 느껴. 나 같은 사람도 중요하니까. 223.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3.
쥰세이와 아오이는 8년의 시간을 건너서 결국,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게 되었다. 커다란 아픔을 맞이하기 전에 스쳐가며 했던 기억을 두 사람이 모두 기억했다는 사실은 쥰세이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과거의 연속이 아니었다. 미묘하게 차이가 있었다. 마치 밀란 쿤데라가 '향수'에서 이야기했던 괴리감을 상기시키는 이 문장들.


244. 아오이는 아오이가 아니었다. 245. 1초라도 빨리, 현재를 과거로 물들이고 싶었다. (...) 고작 사흘로, 우리는 8년의 공백을 복원시킬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같은 그림을 바라보면서도 제각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을 따름이다. 어느 쪽에도 그림을 복원시킬 만한 열정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움만 간직한 냉정한 동창회와도 같았다,

246. 우리는 8년이란 시간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에게 전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그 8년을 납득시키기 위한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 눈앞에 있는 아오이가 8년 전의 아오이와는 다른 사람임을 깨닫는 데 고작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249. 열정이 냉정에 떠밀려 가는 것 같았다.

252. 결국 냉정이 이겼다.

 

결국 냉정이 이겼다. 이것으로 쥰세이는 항복을 선언한 것일까? 아오이를 만난 후, 시간의 차이가 빚어내는 두 사람 사이의 이질감과 괴리감. 그리고 허무함을 피부로 느끼면서도 쥰세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 모든 낯선 감정을 한꺼번에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백년'으로의 도전이라고 이름 붙인. 쥰세이로서는 매우 도전적인 행동을 예고한다. 이것은 직업병으로서의 복원과정을 의미하는 행동이다.

그의 오기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어머니의 부재가 낳은. 과거의 그리움을 갈구하는 태생적인 성향과 이 성향이 이끌어온 복원사로서의 직업적인 재능으로 형성되었다. 그렇게 쥰세이는 그를 떠나려는 아오이를 향해 다시 다가간다. 나의 광장을 향하여. 

 

178. 나의 광장. (...) 세상에 녹아들지 못하고 혼자 떠돌며 살아가던 내게 있어 그녀는, 막다른 골목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도시의 광장처럼 시원스런 존재. (...) 그녀의 품에 안겨 있을 때, 나는 자신이 고독하지 않고, 행복한 존재라 생각할 수 있었다. (...) 대학 생활에서 겨우 마음을 쉴 수 있는 광장을 발견했을 때, 나는 그것이 사랑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온 힘을 기울여 그녀를 사랑하고, 그 때문에 너무 힘이 들어가 사랑이 도를 넘어 버렸다. 서둘지 말라고, 늘 냉정한 그 사람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이제 Rosso를 읽을 차례다 아오이의 내면은 어떤 하늘의 모양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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