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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인생 강의 - 논어, 인간의 길을 묻다
신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1.
이 책은 EBS에서 2014년 5월부터 방영된 <인문학 특강>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재구성한 책이라고 한다. 유학의 대가인 신정근 선생은 논어를 통해 인간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를 탐색해보고자 한다. 학(學), 정(政), 서(恕), 군자(君子), 예(禮), 신(信), 인(人) 등. 7개의 주제로서 우리들과 함께 올바른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일곱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자로서의 인(人)이다. 나머지 여섯 가지는 인간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218페이지를 보면 유교의 모범적인 인간상인 군자의 정신을 계승한 인간(人에서 仁로 진화)이 공자의 가르침인 학(學, 수용), 정(政, 확산), 서(恕, 공유), 군자(君子, 주체), 예(禮, 외화), 신(信, 연대), 덕(德, 확산), 의(義, 기준)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각 챕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골라 옮겼다. 거기에 간단히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2. 학(學, 수용), 왜 배워야 하는가
25. 인간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 거리가 있는 거죠. 그러므로 사람에게 남겨진 과제는 현실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상, 목표 사이의 거리를 어떤 식으로 메워야 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인간은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서 자기가 바라는 상태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 비밀이 바로 <논어>의 제일 첫머리인 '학'과 관련이 있습니다.
학은 배움을 뜻한다. 인간은 왜 배워야 하는가? 자신이 품고 있는 이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배움이 필요하다고 신정근 선생은 이야기한다. 이런 과정에서 배움은 괴로운 과정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남들의 '인정욕구'를 바라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며, 그러한 타인의 '인정욕구'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자신이 가야할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면 배움이란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3. 정(政, 확산),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49. 섭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하길, "가까이 있는 사람은 만족해서 기뻐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동경해서 살러 오려고 하는 것이지요." (...) 즉 정치라는 것은 나의 주위로 사람이 모이게 만드는 힘을 가진 것이라는 거죠.
정치란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나라를 만들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공자가 말하기를 첫째, 인구가 많아야 한다. 둘째, 넉넉하게 잘살게 해줘야 한다. 셋째,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치고, 좋은 교육을 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조건으로 들었다. 신정근 선생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치는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4. 서(恕, 공유), 다른 이를 받아들이다
99. 내가 원하는 쪽으로만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대를 사람과 사람으로서 만날 수 있는 공유지대호 초대하는 것이죠. 나도 상대를 초대하고, 상대도 나를 초대하는 것, 이것이 '恕'이고, 그것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존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恕'가 말하는 관용의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개인은 내가 원하는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면 된다. 그런데 내가 아닌 타인은 어떻게 해야할까?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란 없다. 다양성도 있고, 그러한 다양성 중에 충돌도 발생한다. 그러한 갈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공자는 타인을 다스리려 하기 이전에 먼저 관용을 베풀어 그들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타자와 공존이 가능하면, 사람이 서로 적대하지 않고 신뢰하는 사회의 밑바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5. 군자(君子, 주체), 스스로 삶을 설계하라
115.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와 소인은 흰색으로 가득 찬 사람도 없고, 검은 색으로만 가득 찬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그 경계를 어느 쪽으로 끌고 가느냐, 군자 쪽의 면적을 넓히느냐, 소인 쪽의 면적을 넓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내가 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가?
신정근 선생이 말하기를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판단이 옳다 싶으면 어떠한 유혹이 있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굳건한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군자를 목표로 하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을 군자의 모델에 가깝게 갈고 닦는 것이며 그 다음에서야 범위를 넓혀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
6. 예(禮, 외화),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길을 찾다.
137. 예는 오고가는 것이다. 가기만 하고 오지 않으면 예가 아니다. 오기만 하고 가지 않는 것도 예가 아니다. 사람은 예가 있으면 편안하고, 예가 없으면 위태롭다. (...) 예라는 것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라는 겁니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죠.
신정근 선생은 예라는 것이 자신의 권위와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받아들여서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허심탄회한 대회가 중요할 듯 싶다.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판단으로 예의 정도를 파악할 것이 아니라 예를 주고받아야 할 당사자와 긴밀히 대화를 해야 나중에 벌어질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예라는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오늘날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것은 예이니 말이다.
7. 신(信, 연대),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다.
182. 자하는 말했다. "군자는 신뢰가 쌓인 다음에 백성을 동원한다.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았는데 동원한다면 자신들을 혹사시킨다고 생각한다. 또 신뢰가 쌓인다면 다음에 충고(반대 의견)을 한다.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았는데 충고를 한다면 자신을 헐뜯는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관계에서 믿음이라는 것이 예를 행하기 전에 먼저 쌓아야 할 조건이 아닌가 싶다. 믿음이 쌓여야 타인에게 관용을 베풀수도 있을 것이고, 조언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며, 올바르게 배울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8. 인(人), 불가능하지만 시도하다.
213. 여러분이나 저나 모든 것을 다 갖추고 태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공자는 실패했다고 내 의식의, 긴장의 끈을 다 풀어놓아 버리는 게 아니고, 늘 자기 실패를 끊임없이 되감았다는 거죠. 풀리면 다시 감고, 또 풀리면 다시 감으면서 늘 다시 풀발하려고 했고, 그렇게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앞서 느끼지 못했던 의미와 뜻을 깨달으면서 결국 인생에, 자기에게 던진 문제를 자기 스스로 풀어냈다는 거죠.
공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려고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공자는 인간을 소인에서 군자로 탈바꿈시키고자 한 평생을 계몽에 매달린 인간이자. 성인이지만, 그 역시 그가 이상으로 삼고 있는 다른 성인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각기 다른 천성과 계급을 지니고 태어난 인간을 군자로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분명 불가능한 일이고, 공자는 그것을 알면서도 하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공자가 생각하기에는 그래야만이 모든 것이 각자 제 자리에서 충실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