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카우보이 - [할인행사]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도널드 서덜랜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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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정도는 되야 걸작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꾸는 인간은 언제까지나 젊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그들의 꿈은 40년 후에야 이루어진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난 왕년의 카우보이들.
 
그들은 말한다.
 
"40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군."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너무나 아름답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토미 리 존스, 도날드 서덜랜드, 제임스 가너.
 
그들의 연기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를 깨달았다.
 
정말 멋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할 말 없다. 최고의 감독이다.
 
영화는 텍스트가 아니라 영상이다. 그 여백을 너무나 멋지게 활용하는 그.
 
그에게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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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일반판 (2Disc) - 할인행사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브래드 피트 외 출연 / 에이치비엔터테인먼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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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로코, LA, 일본,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스페인에서 스페인 자막으로 보았다.
 
스페인어를 과테말라에서 단지 일주일 공부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나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바벨탑을 만드려는 사람들의 행위에
하나였던 말을 여러 개로 만들었다는
성경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를 즐기기엔 최적의 조건이리라.
 
하지만 영화는 바벨탑 이야기의 즉각적인 해석을 넘어선다.
내 마음을 전달하는데 말은 한가지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
여기서부터 영화는 다양해진다.
 
말이 통하더라도 진심을 못 전할 수도 있고,
말이 아니더라도 마음은 통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영화를 보는 나도 내내 답답하진 않았다.
그게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영화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이해가 될 정도로 쉽다.
 
여기서 바벨탑 이야기는 또 다른 해석을 낳는다.
바벨탑 이전의 사람들은 하고자만 했으면 전부 진심을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되어버렸다.
사람마다 제각각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 사람이 말하는 것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진담인지, 농담인지
가려낼 방법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말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남아있는
바빌론 시대의 유일한 흔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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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2disc)
이창동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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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햇볕 한 줌에도 뜻이 깃들어 있다.
 
한국 귀국후 맞은 첫아침.
사뿐사뿐 때를 한겹 벗겨내고 찾은
울산의 멀티플렉스.
 
해적의 공습 속에 밀양은 한관 전체도 아니고,
손님들이 적은 오전과 밤 늦게만 볼 수 있다.
밤영화를 예약했다.
 
커플들 사이에 자리를 차고 앉아,
팝콘이 입안에서 와작거리며 씹히는 소리와
콜라가 목구멍으로 꿀꺽거리며 넘어가는 소리에
계속 귀기울이며 영화를 맞는다.
 
영화는,
눈에 보이는 인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자에 대해 다룬다.
 
절대자는 햇볕의 모습으로, 살인범의 모습으로, 아들의 모습으로,
미용실 학생의 모습으로, 계속해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도를 하는 집사는 늘 말한다.
햇볕 한 줌에도 뜻이 깃들어 있다고.
 
이 말 참 무섭다.
인간은 신의 뜻을 이해할 수 없으니,
그저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
 
남편을 앗아가고, 아들까지 잃은
한 여자 이신애에게
신의 뜻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기에,
저항할 힘이 없기에,
믿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믿었던 사람 아니 하나님이
자기를 배신하니
믿었던 사람은 이제 더이상 믿을 수도 없다.
 
자기의 아들을 죽인 사람을,
지기보다 먼저 하나님이 용서해버렸다니
자기는 더이상 용서할 수도 없고,
원수를 사랑할 수도 없다.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도 없으니
이제 남은건 저항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이해할 수 없다고 저항하기엔 신의 힘이 너무 세다.
신을 능욕하려다가 실패하고,
신의 뜻에 대한 유일한 저항이라는 자살까지 시도하지만
역시 실패한다.
 
정신병원에서 나오는 길,
머리를 자르러 들린 미용실에서 학생을 만난다.
저번에 시련을 당하는 것을 보고서도
신의 뜻이라 생각하여 구해주지 않았던 학생.
 
그 학생은 사고를 쳐서 소년원에 다녀오고
학교마저 때려치웠다 한다.
미용기술은 그곳에서 배웠단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이 장면에서 씽긋 웃고 있는
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면 과장일까.
신은 대항하는 인간에게 가차없는 보복을 가한다.
잔인할 정도다.
 
이신애는 신의 이런 처사에
진저리를 치며 미용실을 뛰쳐나오고
마지막으로 돌아온 집에서
그녀는 손수 머리를 자른다.
 
거울을 잡아주고 있는 사람은
그녀의 곁에 늘 있는 김종찬.
그녀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위안이다.
 
잘린 머리카락은 바람에 날려 가고,
날려간 그곳에는 한줄기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
 
햇볕 한 줌에도 뜻이 깃들어 있다.
 
 
내 인생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작동하고 있는 느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간은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가.
하지만 그 때문에 살 용기도, 희망도 가질 수 있는 것이리라.
 
내 옆자리의 팝콘 봉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비지 않았다.
영화 내내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던 이것도 신의 뜻이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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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감독판 박스세트 (8disc) - MBC 주말특별기획드라마
안판석 감독, 송선미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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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접한 하얀거탑을 향한 사람들의 열렬한 찬사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장을 열었고,
3일만에야 엔딩을 볼 수 있었다.
 
펑펑은 아니지만 눈물 한방울이
주욱 얼굴을 타고 내리고 있었다.
나는 왜 울고 있었을까.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
 
이 타이틀은,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를 위한 것이 아니다.
 
 
준혁아.
 
이 이름은,
그를 키워준 홀어머니,
그와 함께 공부하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친구 최도영,
그리고 그의 애인만이 부르는 이름이다.
(부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그를 위한 것이다.
 
그는 그들이 소중한 것을 알지만,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것을 안다.
 
모두에게 순수했던 시절이 있다.
그것을 넘는 순간,
되돌아갈 수 없다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것도 모두들 안다.
 
사회란 그런 곳이다.
조금이라도 빠져드는 순간,
헤어나올 수가 없다.
 
마지막 씬. 어머니의 소리없는 통곡.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까지 꾹꾹 억눌러가며
살았건만 그 끝에는 아쉬움만이 가득하다.
 
왜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지,
내가 눈물을 흘린건,
그게 안타깝고 안타까워서였다.
 
드라마를 본 지 며칠이 지난 지금.
온갖 협잡 속에서 때묻어 가는 외과과장 장준혁의 모습보다는
불치병을 놓고 신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 위해 나아가는
쨍한 천재의사 준혁의 이미지만이 선명하다.
 
"아직 수술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빠져나올 기회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내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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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박스세트 (2disc) - [할인행사]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94년 비엔나.
27살 제시, 23살 셀린느.
03년 파리.
36살 제시, 32살 셀린느.
 
9년 간의 시간을
돌아 만난 그들.
뭉클거리는 장면이 꽤 있다.
 
12월 비엔나를 찾아갔던 제시와
가지 못했던(?) 셀린느.
같은 뉴욕에 있었건만
그것도 모르고 그리워한 그들.
 
상처가 깊은대로 살아간다.
하룻밤 꿈같은 로맨스 때문에,
현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
 
삐적 마른 몸과
자글거리는 주름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지만,
눈은 여전히 빛난다.
 
꿈은,추억은,로맨스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말하는 것만으로,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그들을 보니 좋다.
 
셀린느가 말한다.
"만약 신이 있다면, 너와 나에게 있는게 아니라
 너와 나 사이에 있을거야."
 
같이 말한다는 것.
눈을 맞추고 수줍어하고
이해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것.
 
전에 한번 봤었는데,
다시 보니
영화가 풍성해진 느낌이다.
 
몇년 후에 다시 한번 봐야겠다.
나이가 들어가는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행복한 인생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얘기하는
얼마되지 않는 순간 속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보고싶은 사람은
만나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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