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사이언스 - 불확실한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승리를 얻는 공식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김현구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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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꾸러미 속에서 눈에 띄게 놓여있어,
화장실 갈 때마다 손에 들었던 것이,
어느새 다 읽었다.


부제가 재밌다.
'불확실한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승리를 얻는 공식'.
내용도 흥미진진하다.
'천재들은 카지노, 경마 같은 도박이나 주식 투자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을 번 천재들도 있고,
돈을 잃은 천재들도 있다.

돈을 번 천재 두 명.
켈리와 섀넌.
파산하지 않으면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방법.
여기에서 아인슈타인의 공식만큼 유명한 켈리공식이 발명된다.

Gmax(부의 성장률) = R(정보 전달률)


부의 성장률을 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달려있다.
정보가 많으면 많을 수록 부의 성장률은 더욱 가파르다.
그렇다면 도박을 할 때 판돈을 걸 때는 어떠한 방법이 좋을까.

우위/배당률=판돈


이 부분 확실히 이해는 안되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믿는만큼 거는 것이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우위가 없는-우위가 0이거나 마이너스인-
게임에는 판돈을 걸지 말라는 것이다.

정보가 없는,
우위가 없는 게임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돈을 잃은 천재들은,
비록 우위가 있는 게임이었지만,
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모든 판돈을 건다.
그 결과 그들은 파산한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만큼이나,
시장도 주사위 놀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나가는 두 천재의 얘기.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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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하서명작선 17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황종호 옮김, 김유조 해설 / (주)하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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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벌써 85일째 고기를 못잡고 있다.
불운도 이런 불운이 없다.
수십년동안 같이 고기를 잡던 소년마저
다른 고기배를 타러 나갔다.
노인은 저녁거리도 없고 가족도 없다.
그에게는 젊을 때 가보았던 아프리카 대륙에서
보았던 사자 꿈을 꾸는게 전부다.
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날.
이 날은 느낌이 다르다.
갈 수 있는 한 멀리 가보자.
그는 외롭다.
언제부터인지 혼잣말이 많아졌다.
찌가 움직인다.
고기가 그에게 말을 건다.
심상치 않은 놈이다.
그 때부턴 그 둘은 이틀밤 사흘낮을 밤새워 얘기를 나눈다.
한 사람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결국 노인이 이겼다.
그의 친구를 상어떼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친구의 몸이 찢기울 때마다 내 가슴이 찢어진다.
사흘만에 마을이 보인다.
잠이 온다.
소년은 여느 때처럼 노인을 방문한다.
그의 손을 보고 소년은 눈물을 흘린다.
소년은 안다.
노인이 무슨 얘기를 얼마나 열심히 나눴는지.
노인은 이날도 사자꿈을 꾼다.
---------------------------------------------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나에게 들어왔다.
나도 사자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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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구운몽 최인훈 전집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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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는 버릇을 가지라, 신에 가까워지리라.'

쿠바로 떠날 때부터 읽고자 했던 최인훈의 광장.
행복이라는 것을 곧바로 돈으로 연결시킬 수 없다고 할 때,
나는 장기수들의 삶이 떠올랐다.

장기수들은 과연 행복할까?
자기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낸 그들의 삶은 행복할까.
몇십년이란 세월을 자신의 신념과 맞바꾼 그들.

이에 예전부터 부채처럼 남아있던 소설.
광장이 떠올랐다.
그 책장을 연지 십년이 지난 이제야 그 책장을 덮는다.

이명준이란 인물은 아주 매력적이다.
그 시대 인텔리겐챠의 전형적인 모습이리라.
대학신문을 옆구리에 꽂고 다니던 철학도 이명준은
뜨뜻미지근한 삶에 지친 나머지,
뭔가 보람차고 열정적인 삶을 꿈꾼다.


하지만 밤손님처럼 불시에 찾아온 월북한 아버지의 소식에
정보기관에 불려다니며 온갖 고초를 다 당하고는
결국 어느날 밤 남한에서의 그의 유일한 광장이었던
애인 윤애를 남겨두고 북한행 배를 탄다.

하지만 북에는 그가 생각한 혁명의 들뜸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개인보단 당이 우선인, 성경처럼 떠받들어지는 공산당사가 우선인,
그 모든 말들은 위대한 그 누군가가 이미 다 말해버린 세상이다.
그 속에서 이명준은 할 말이 없다.

화석처럼 답답한 그의 유일한 광장은 발레리나 은혜다.
그렇게 믿었던 그녀도 약속을 어기고 모스크바로 떠난다.
이제 이명준은 악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전쟁이 터지고 윤애를 다시 만나지만
그녀는 예전 친구였던 태식의 아내다.
결국 악마도 되지 못한다.

전세는 북에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지만
다행히도 간호병으로 지원한 은혜를 다시 만나고
그들만의 광장인 동굴에서 원초적 삶을 보낸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제 남북, 어느 쪽에도 그의 광장은 없다.
포로를 회유하는 남북한 장교의 얼굴에 침을 뱉듯
호탕하게 그가 선택한 곳은 중립국.

중립국으로 떠나는 타고르호에 탄 그는 골치가 아프다.
중립국에 내가 원하는 광장이 있을지도 확실치 않고,
배 안에서도 그는 밀실이다.

프로펠러 돌아가듯 일렁이는 물보라를 바라보던 그는
신내림이라도 받은 듯 그의 광장을 찾아간다.

책을 읽으면서 자주 감탄했다.
감탄은 감동으로 이어진다.
몇십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날것처럼 생생한 감동을 전해주는 소설.
그게 명작이다.

허영만의 만화 '오! 한강',
박상연의 소설이자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인 'D.M.Z'도 떠올랐다.

쿠바에서 느꼈던 불만도 이제야 이해가 된다.
화석처럼 표정없는 시민들.
들뜸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혁명은 완성된 순간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수들은 행복할까?
그들도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기가 싫었을 것이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는.
이게 중요한 점이다.


자기가 선택한 일에 자기가 책임을 지는 것.
행복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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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만난 이명준
    from 玄月의 낮은 수평선 2010-09-17 15:06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살아 움직이는 바다. 그 바다 위에서 나는 그를 만났다.  사실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이란 얼마나 많은가.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부터 눈을 감는 그 순간에도 잊지 못할 사람까지 수천 명이라는 말로는 모자랄 터. 그런데 왜 나는 40여 년 전 잠깐의 인연이었던 그를 잊지 못하는가. 아마도 인훈의 말처럼 그가 풍문에 만족하지 않고 늘 현장에 있으려고 한 사
 
 
 

 

 

 

 

 

 

 

천병희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그리스 비극을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가 지금까지 읽은 것들만 요약한다.

현재 남아있는 그리스 비극 33편 중에 자그마치 8편이
아가멤논 가문의 비극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아이스퀼로스 -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 (유일한 3부작)
소포클레스 - 엘렉트라
에우리피데스 -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 엘렉트라, 오레스테스

우리에게 낯익은 오이디푸스 비극 이야기에 비해
낯선 아가멤논 가문의 비극 이야기에 대해 살펴보자.

<아가멤논 가문의 계보>

탄탈로스
   |
펠롭스~힙포다메이아
   |--------------------------------------------------------------|
아트레우스~아에로페                                                              튀에스테스~펠로피아
   |------------------------------------------|                                      |
아가멤논~클뤼타이메스트라                       메넬라오스~헬레네          아이기스토스  
   |--------------|--------|------------|
 이피게네이아  엘렉트라  오레스테스  (크뤼소테미스)


탄탈로스는 신들을 시험하기 위해 아들 펠롭스의 고기를 신들에게 대접하다가 발각되어
타르타로스에 떨어져 영원한 허기와 갈증으로 고통받는다.

신의 도움으로 목숨을 되찾은 펠롭스는 전차 경주에서 엘리스 지방의 피사왕 오이노마아오스를 이기고
그의 딸 힙포다메이아와 결혼하게 되지만, 그러기 위해 매수했던 그의 마부 뮈르틸로스를 배신하고 바닷물에 던져 죽인다.
뮈르틸로스는 죽으면서 펠롭스 가문에 저주를 내린다.

저주는 먼저 펠롭스의 두 아들들에게서 실현되는데 아트레우스가 뮈케네의 왕이 되었을 때
그의 동생 튀에스테스는 아트레우스의 아내 에우로페를 유혹하다 발각되어 추방된다.
나중에 아트레우스는 서로 화해하자며 튀에스테스를 불러놓고는 그의 두 아들(아이기스토스의 형제)을 죽여
그 고기로 음식을 장만하여 잔치를 벌인다.
그러나 나중에 내막을 알게 된 튀에스테스는 질겁을 하고 달아나며 아트레우스 가문을 저주한다.


<Le Sacrifice d’Iphigénie, Carle Vanloo>
* 아울리스항에서 순풍을 기원하며 제단에 바쳐지는 이피게네이아.
  아르테미스 여신과 사슴도 보인다.

저주는 멈추지 않고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들에게도 실현된다.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가 트로이아의 왕자 파리스에게 납치되자
메넬라오스의 형 아가멤논은 그리스군 총사령관을 맡아 트로이아 정벌에 나선다.
하지만 아울리스 항에서 역풍이 불어 배가 나아가지 못하자
아가멤논의 그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친다.
그제서야 순풍이 불어 선단은 트로이아로 나아간다.


<Clytemnestra hesitates before killing the sleeping Agamemnon, Pierre-Narcisse GUÉRIN>
* 클뤼타이메스트라가 남편 아가멤논을 죽이기 전에 망설이자, 정부 아이기스토스가 부추기고 있다.
  욕실에서 그물로 덮어쒸워 도끼로 죽였다는 이야기와는 다른 구도다.

한 편 추방당한 튀에스테스는 모르고 자신의 친딸 펠로피아와 교합하여 아이기스토스를 낳는다.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이 원정 가고 없는 사이 아가멤논의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유혹하여 교합하고,
아가멤논이 트로이아를 함락하고 귀향하던 날 그녀의 손을 빌어 아가멤논을 죽인다.
(아이기스토스는 아버지의 원수를, 클뤼타이메스트라는 딸 이피게네이아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목이다.)

이 둘은 그 뒤 7년 동안 뮈케네를 통치했으나
8년째 되던 해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친구 퓔라데스와 함께 돌아와
아버지를 존경하던 누이 엘렉트라의 도움으로 (엘렉트라 컴플렉스)
아이기스토스와 모친인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


<Orestes Pursued by the Furies, Bourguerea>
* 어머니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죽인 후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오레스테스.
  칼에 찔린 클뤼타이메스트라의 모습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오레스테스의 모습이 생생하다.

<결론 1. 아이스퀼로스 - 자비로운 여신들>
아폴론의 신탁을 받고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폴론은 아테나이로 가서 재판을 받으라고 하고,
재판은 인간 배심원들은 유죄와 무죄의 투표가 동수를 이룬 가운데
아테나 여신의 캐스팅 보트에 의해 오레스테스는 무죄 방면된다. (남자를 죽인 것이 더 가혹한 일이라는 판단)
엘렉트라도 오레스테스의 친구 퓔라데스와 결혼한다.

<결론 2. 에우리피데스 - 오레스테스>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는 아르고스 시민들에게 사형될 것이 확실하다.
그 때 마침 삼촌 메넬라오스와 숙모 헬레네를 태운 함대가 아르고스에 들린다.
삼촌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하지만 메넬라오스는 몸을 사리고 어김없이 사형판결이 내려진다.
이들은 메넬라오스의 딸 헤르미오네를 인질로 잡아 메넬라오스가 개입해 구해주지 않으면
헤르미오네를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이 때 갑자기 아폴론이 나타나 모든 사태를 수습한다.(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헬레네는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오레스테스는 아테나이에서 재판을 받고 무죄 방면된 뒤
헤르메오네와 결혼하고 아르고스의 통치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결론 3. 에우리피데스 -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오레스테스에게 아폴론 신이 나타나 죄를 씻고 가문을 저주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아르테미스 여신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신상을 찾아간 타우로이족의 나라에는 제물로 바쳐져 죽은줄만 알았던
누이 이피게네이아가 살아있다. 제물로 바쳐지던 마지막 순간 아르테미스 여신이 사슴을 대신 넣어주고 구출하여
자신의 여사제로 삼은 것이다. 그들은 여신상을 가지고 아르고스로 무사히 돌아오고, 오레스테스는 죄를 씻고
이피게네이아는 아르테미스의 영원한 여사제가 된다.

이상이 대략적인 아가멤논, 클뤼타이메스트라, 이피게네이아, 오레스테스, 엘렉트라에 얽힌 이야기이다.
요즘 드라마영화에서도 다루기 힘든 소재들이 총망라된 근친살해에 대한 종합보고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딸을 바치는 아버지,
딸의 복수를 위해서 남편을 죽이는 아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어머니를 죽이는 아들.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저주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이것을 끊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련과 대가가 필요하다.
그것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말이다.

P.S 영화 '엘렉트라(1962)'는 그리스에서 제작되었다.
      그리스 비극의 양식을 충실히 따른 작품으로,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가 원작이다.
      '엘렉트라'역을 맡은 이렌느 파파스의 열연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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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da 2009-08-24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비서님이신가요? 명작읽기요. 역시 세상은 좁고 인터넷 바다도 마찬가지구나
책 살라구 들어와서 쌩스투 누르니까 낯익은 아이디가 떠서요.
근데
아니면 죄송합니다.
 
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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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 커트 보네커트는 21살의 나이에 2차세계대전에 참전한다.
포로로 잡히고 정말 운좋게도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오고
정말 우연하게도 부자가 된다.

돌아와서 금세 써내려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드레스덴 폭격 얘기는 20년이 지나서야 완성된다.

충격이 무르익는다는 표현이 적당하진 않지만,
한 인간이 전쟁이라는 체험을 온전히 이해하기까지
전쟁기간의 몇 배가 걸렸던 것이다.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보자.
포로로 잡힌 빌리 필그림이 시럽공장에서 시럽을 만들다
몇 스푼 훔쳐먹는데 온몸의 "세포들이 게걸스런 감사와 갈채"를 보낸다.
동료 죄수는 시럽을 먹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군 시절 초코파이 하나에 감동해 본 사람은 다 이 기분을 알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도
굶주림은 저주처럼 끈질기게 찾아오고
또한 음식의 포만감도 축복처럼 찾아온다.

전쟁의 참혹한 모습에 대한 외상은
내가 살아난 이후에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쟁이 끝난 후에야 찾아온다.

'인간'이라는 이름의 저주다.

얼마나 미안했던지 주인공은 잠도 못이루고 밤늦게까지 베겟잎을 적신다.
그도 왜 그런지는 알고 있지만 그 죄책감을 이겨낼 방법은 없다.
지구를 떠나 외계인의 동물이 되는 것이 오히려 낫다.
인간의 모습에 대한 책임감은 덜할 것 아닌가.

그렇게 견뎌낸다.
사람들하고는 할 말도 없다. 말해봤자 전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새하고 말한다.

"짹짹!" 

작가는 친구의 부인에게 다짐한다.
절대로 전쟁에 대한 환상을 자아내는 글은 적지 않겠다고.
그리고 자식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내 아들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대량학살에 가담해서는 안되고
적이 대량학살당했다는 소식에 만족감이나 쾌감을 느껴서도 안된다고 늘 가르친다.
또한 대량 학살 무기를 만드는 회사의 일은 하지 말라고, 그리고 그런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멸감을 표하라고 늘 가르친다."

수잔 손택도 얘기했었다.
'우리'에게는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자극'의 십자포화 속에서
내 '상상력'은 고갈되어만 간다.
꿋꿋히 견뎌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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