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파네스 희극전집 1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리스토파네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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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414년 공연된 작품으로 31세의 아리스토파네스가 극본을 쓰고 칼리스트라토스가 연출했다.

주전파인 아테네의 클레온과 스파르타의 브라시다스가 죽고 나자 평화가 찾아왔다. B.C.421년 전쟁에 지친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니키아스 강화'라는 이름의 50년 간의 동맹 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들의 조약에 불만을 품은 다른 국가들은 국지전을 계속했고 결국 그들도 욕심을 다스리지 못한 채 다시금 전쟁의 수령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다시 시작된 전쟁은 더욱 잔인해졌다. B.C.416년 '멜로스 회담'으로 유명한 멜로스 섬의 최후가 대표적이다. 아테네의 굴욕적인 항복 요구에 동의하지 않은 멜로스는 당당하게 저항했으나 패배하고 만다. 멜로스의 성인 남자들은 모두 살해되고 부녀자들은 노예로 팔렸다.  텅 빈 멜로스에는 아테네 사람들이 옮겨가서 살았다.

새로 시작된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고 아테네의 지도부는 시칠리아 원정이라는 강수를 꺼냈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식민지로 주요 식량 공급지였다. 이 곳을 점령하면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리라 믿었다. B.C.415년 아테네 함대는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를 점령하기 위한 출정에 나섰다.

작품의 배경인 B.C.414년은 펠레폰네소스 전쟁 18년째로 시칠리아 원정이 한창이었다.

두 주인공 페이세타이로스(Peisetairos, 친구를 설득하는자)와 에우엘피데스(Euelpides, 낙천가)는 전쟁이 그치지 않는 아테네의 현실에 환멸을 느낀다. 그들은 후투티 새로 변한 뒤 하늘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테레우스-트라케왕 테레우스는 생전에 프로크네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잘 살았으나 처제인 필로멜레를 겁탈한 후 혀까지 자른다. 그 사실을 안 프로크네는 테세우스아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이튀스를 죽여 그에게 먹인다. 이 사실을 안 테세우스가 그녀들을 죽이려 하자 제우스는 테우스는 후투티로, 프로크네는 밤꾀꼬리로, 필로멜레는 제비로 변신시킨다. 그들은 불행한 과거를 잊고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를 찾아간다.

후투티를 만난 그들은 아테네 말고 살기 좋은 곳을 추천받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 이 때 페이세타이로스가 아이디어를 낸다. 하늘나라는 신들의 영토이고 땅은 인간들의 영토라면, 그 사이는 새들의 공간이 아니겠는가. 여기에다 새들의 나라를 세우고 인간들이 신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 피우는 연기를 가로채 신과 인간을 동시에 지배하자는 것이다. 새들은 자기들을 구워먹던 두 인간에게 적대적이지만 그들이 신들보다 먼저 태어났으며 원래 세상의 주인이었다는 감언이설에 설득되고 만다. 드디어 '구름뻐꾹나라'가 만들어졌다. 페이세타이로스가 아르콘에 즉위해 본격적으로 정책을 펴나가자 시인, 예언자, 측량기사, 감찰관, 법령장수 등이 한몫 잡으려 찾아오지만 쫓겨난다. 그 때 경비를 서던 어치가 날개 달린 신을 잡았다고 말한다.

잡힌 이리스 여신은 인간들이 바친 제물을 받아 신들에게 전하러 가는 길이다. 잡힌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처벌로 불사신인 신을 사형에 처한다고 하니 헛웃음만 난다. 페이세타이로스의 푸대접에 단단히 화가 난 이리스 여신은 복수를 다짐하며 떠난다. 때마침 인간들에게 보냈던 전령이 반가운 소식을 가져왔다. 인간들이 기존의 신 대신에 새로운 신, 즉 새들을 섬기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새에 미쳐 매사에 새들이 하는 짓을 흉내내고 있다.

'구름뻐꾹나라'가 새로운 신들의 나라가 되자 그 곳에서 살고자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불효자, 시인 키네시아스, 밀고자 등이 찾아오지만 그들은 인간의 나라에서만큼 새들의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어수선한 가운데 프로메테우스가 외투를 뒤집어쓰고 나타난다.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그는 더이상 인간들이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자 굶주리고 있으며 곧 사절을 보내올 것이라고 말한다. 페이세타이로스에게 제우스의 딸과 혼인하기 전에는 절대로 강화조약을 맺지말라고 권한다.

신들의 사절인 포세이돈, 헤라클레스, 트리발로스가 그를 찾아오고 그들은 굶주림에 지쳐 페이세타이로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 마침내 새들의 축복 속에 페이세타이로스는 제우스 딸과 결혼해 최고신이 된다. 신들에 제사를 지내도 얻지 못하던 평화를 그만이 얻었다.

이 작품은 '이솝의 일생'에 나오는 '리쿠르고스왕의 수수께끼'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솝은 바빌론의 리쿠르고스 왕에게 잡혀왔다. 이솝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는 라이벌인 이집트의 넥타네보스 왕이 보낸 수수께끼를 풀게 한다. 

"하늘에도, 땅에도 닿지 않는 탑을 세울 수 있는가?"

이솝은 네 마리의 독수리 등에 아이들을 태우고서 그 아이들에게 천의 네 귀퉁이를 잡고 날아오르게 하여 탑을 세우는 방식으로 수수께끼를 푼다. 

이솝처럼 페이세타이로스도 새들에게 그들의 나라를 지을 것을 명령한다.

"하늘과 대지 사이의 이 모든 대기 주위에다
 큼직한 구운 벽들로 성벽을 두르시오. 바뷜론처럼 말이오." - 551~552행 
 


P.S.  아이소포스(이솝)는 다른 곳에서도 언급된다.

"언젠가 델포이인들이 아이소포스를...." - 아리스토파네스, 벌, 1448행
(델포이인들이 아이소포스를 모함해서 죽였다는 아이소포스가 어떻게 해서 죽게 됐는지 증언해주는 가장 오래된 문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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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제3판 개역본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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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3년 44살의 마키아벨리는 은둔생활을 벗어나 현실 정치에 참여할 목적으로, 당시 피렌체의 새로운 지도자인 21살의 로렌초 디 피엘로 데 메디치의 도움을 얻고자 <군주론>을 집필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중용되지 못하고 책은 그의 사후에야 출간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면 자신의 군대를 가져야 하며 인민에게 경멸과 미움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인민들에게 경멸과 미움을 받지 않는 선에서 악덕, 즉 음모나 폭력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플라톤의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이상국가에 대한 논의를 비판하며 여우와 사자들로 가득찬 현실정치에서는 '덕(virtu)'만 추구해서는 몰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현실정치를 다룬다는 면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해답에 있어서는 정반대 입장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서구의 많은 인문주의자들은 현실정치를 잘하려면 '악덕(vice)'을 피하고 '덕'이 있는 군주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그 방법이 현실에서는 무기력하며 오히려 '악덕'까지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군주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도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덕'이 있는 군주가 되는 것도,'악덕'에 능하지만 '덕'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군주가 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며 소수만이 그것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전자는 오답이고, 후자만이 정답이다.

비록 항상 '덕'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때때로 '악덕'을 행하며 실제로는 아니지만 겉으로는 '덕'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군주는 권력을 획득할 것이다. 또한 자신의 운명을 운에 맡기거나 타인의 호의에 맡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역량과 인민의 호의에 의지하는 군주라면 권력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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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파네스 희극전집 1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리스토파네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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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421년 공연된 작품으로 24세의 아리스토파네스가 직접 연출했다.  

드디어 클레온이 죽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생전에 그렇게 헐뜯던 그를 애잔한 마음으로 놓아줄 것인가 아니면 시체까지도 물어 뜯을 것인가.
나의 감상 포인트다.

B.C.422년 스파르타 장군 브라시다스와의 암피폴리스 전투에서 브라시다스와 크레온 둘 다 죽었다.
그 후 1년이 지났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참다 못한 포도재배인 트뤼가이오스는 한가지 계략을 꾸민다.

사람이 먹을 것도 없을 만큼 굶주리던 시기에 넘쳐나는 것은 똥 뿐이다.
그래서 똥을 먹고 사는 쇠똥구리를 크게 키워 그놈을 타고 하늘 나라로 가서 제우스와 한 판 뜰 셈이다.
전쟁터에서 팔다리가 잘려 죽거나 전쟁 때문에 굶어죽는 것보다 신들과 맞짱 뜨다 죽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지천에 널린 똥을 먹여 말만큼 자란 쇠똥구리를 타고 하늘로 오른 트뤼가이오스는 한산한 신전에서 헤르메스를 만난다.
헤르메스 왈, 신들이 인간들에게 전쟁을 그만둘 여러 번의 기회를 주었음에도 여전히 전쟁을 하고 있는 인간들에 실망해
잠시 신전에서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그 사이 '전쟁'이 절구에 아테네와 스파르타 등 그리스 모든 나라를 넣어
빻아없애버릴 거란다.

오호! 통재라!! 인간세상은 이렇게 끝나버릴 것인가.
'전쟁'이 다가와 절구에 메가라, 보이오티아, 시켈리아 등을 넣어서 절구공이로 빻으려는데
이런, 절구공이가 없다. '전쟁'의 절구공이로 사용되던 클레온과 브라시다스가 죽었던 것이다.
'전쟁'은 새로운 절구공이를 찾으러 떠난다.

인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트뤼가이오스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면 전쟁을 그만두겠다고 헤르메스를 열심히 설득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합심해 '전쟁'의 신이 돌더미에 파묻어 빛도 못보던 '평화'와 '풍요', '축제'를 구해낸다.
트뤼가이오스는 '평화'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평화롭게 살겠다고 약속한 후
'풍요', '축제'도 함께 구출해 아테네로 돌아온다. 쇠똥구리는 제우스의 수레에 묶여 번개를 나르고 있다.

아테네에 '평화'가 찾아오고 '풍요'가 넘치고 '축제'가 벌어지자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다.
전쟁 때문에 먹고 살던 예언가와 무기 제조업자들만 울상인 가운데,
트뤼가이오스와 '풍요'의 결혼식이 모두의 환영 속에 질펀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이 공연된 후 10일 뒤에 '니키아스 휴전조약'이 체결되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이 작품의 감상포인트.
산 아리스토파네스는 죽은 클레온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몇 구절만 살펴보자.

"내 생각에 쇠똥구리는 클레온을 암시하는 것 같은데요.
 그 자는 저승에 가서 똥물을 먹고 있으니까 말이오." - 47~48행

"존경스러운 여신 아테나이시여! 그자가 죽었다니 잘됐구나.
 도시의 처지에서 보면 그자는 알맞은 시기에 죽었으니까." - 272~273행

"헤르메스 나리. 더는 말씀하지 마세요.
 그자는 저 아래 어디에 있든 거기 있게 내버려두세요.
 그자는 이미 우리 사람이 아니라 당신 사람이니까요.
 당신이 그에 대해 무슨 말씀을 하시든 -
 설사 그자가 살아 있을 때는 악당이고,
 허풍선이고, 밀고자고, 선동가고,
 말썽꾸러기였다손 치더라도 -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당신 사람을 욕하는 거에요." - 648~656행

클레온 사후에도 그의 조롱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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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파네스 희극전집 1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리스토파네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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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422년 공연된 작품으로 23세의 아리스토파네스가 극본을 쓰고 필로니데스가 연출했다.


작품 제목인 '벌'은 아테네 사람들을 상징한다. 벌은 일단 화가 나면 그보다 성마르고 무자비한 동물은 없으며, 벌집에 떼지어 살고, 일벌이 누구든 닥치는 대로 찔러 그 덕으로 나머지가 먹고 산다. 아테네인들도 전투에 임하여 사납고, 법정에 모여 재판하며 살고, 농사가 아니라 남을 약탈해 먹고사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펠레폰네소스 전쟁은 어느덧 10년째로 접어들었고 주전파 아테네의 클레온과 스파르타의 브라시다스 때문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클레온은 민심을 잡기 위해서 배심원의 일당을 2오블로스에서 3오블로스로 인상했다.('기사' 주 9 참조) 왕년에 페르시아 전쟁에 참전했으나 지금은 배심원의 일에만 만족하며 살아가는 노인무리들은 클레온을 지지하며 클레온 비판세력을 오히려 독재자나 음모자로 몰아붙이며 벌이 침을 쏘듯이 가차없이 공격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노인 필로클레온(Philokleon, 클레온을 사랑하는 자, 즉 친클레온파를 상징함)은 소송이란 권력놀이에 재미들린 재판광이다. 반대로 그의 아들 브델뤼클레온(Bdelykleon, 클레온을 미워하는 자, 즉 반클레온파를 상징함.)은 그런 아버지가 걱정스럽다. 필로클레온은 얼마나 재판을 좋아하던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 재판정에서 밤을 새는 위인이다. 마침내 아들이 아버지를 집에 감금하자 배심원 노인무리가 그를 구하러 온다. 이제 부자지간에 누구의 말이 맞는지 논쟁이 붙는다.

먼저 아버지 필로클레온은 배심원의 권한이 왕권 못지않다며 무척 즐거워한다. 그들 앞에서 탄원자들, 부자들이 무릎꿇을 뿐만 아니라 권력자들까지 아부를 하며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들 브델뤼클레온은 배심원일이란 실제로는 권력자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권력자들은 그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누구나 '독재'나 '음모'로 몰아붙여 입을 막으려 하고 있으며, 동맹국들에게서 엄청난 뇌물을 받아 그중의 일부분만 배심원들이나 시민들에게 나누어주고 나머지는 그들이 챙기고 있다고 말이다.

승부가 났다. 한껏 화가 나 엉덩이에 붙은 침이 바짝 섰던 배심원 노인무리들이 물러가자 집에는 부자만 남았다. 이제 필레클레온에게는 삶의 낙이 없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위해 집 안에서 편안하게 재판할 수 있도록 한다. 첫번째 피고는 부엌에서 시켈리아산 치즈를 훔쳐먹은 라베스(시칠리아 섬을 돌며 여러 도시에서 뇌물을 받아먹은 아테네 장군 라케스를 상징한다.)라는 개다. 원고는 또 다른 개다.(아리스토파네스는 클레온 얘기를 계속 우려먹는다. 시켈리아의 스팍테리아 섬에서 스파르타군을 인질로 잡은 클레온을 비판하는 것이다. 민중선동가 클레온(kleon)과 개를 뜻하는 kyon은 발음이 비슷하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개는 무죄방면된다.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사치스런 옷과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이제는 남들처럼 즐기며 안락하고 편안하게 살아가기를 권한다. 하지만 이때까지와는 다른 생활에 필로클레온은 매사에 서툴다. 실수투성이에다 남의 손가락질을 받을 뿐이다. 그는 재판광으로 돌아가야 할까, 서툴더라도 적응하며 살아가야 할까. 어떤 것도 정답이 아니다.

투키디데스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한 당시 아테네 사람들이 사치스러운 반면에 스파르타 사람들은 검소하다고 말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이 작품에서 민중을 선동하는 클레온과 뇌물을 받아먹는 라케스 등 시민의 등을 치는 권력자들을 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명예로운 세대의 기억을 잊고 재판놀이에 푹 빠진 노인들과 흘러넘치는 재물에 흥청망청하는 젊은이들도 욕하고 있다. 전쟁을 통해 명예 뿐만 아니라 재물까지 받아들인 아테네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우리 모두 그 결과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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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파네스 희극전집 1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리스토파네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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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424년 공연된 작품으로 21세의 아리스토파네스가 처음으로 직접 연출했다.


이 작품의 주요 등장 인물인 클레온과 니키아스, 데모스테네스에 대해서 우선 살펴보자.



펠레폰네소스 전쟁(B.C.431~404)의 첫 몇년 간 아테네의 명장 페리클레스가 짜놓은 틀대로 아테네는 도시 전체에 방벽을 쌓아 적군의 침략을 방어하면서 함대를 통해 적군에 피해를 입히는 전략을 수행한다. 하지만 페리클레스 사후(BC 429) 뒤 이은 장군들에 의해 전쟁은 난타전으로 변한다. 전쟁은 아테네 본토 뿐만 아니라 이오니아, 트라키아,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가리지 않고 그리스 전역과 그리스 식민지 전역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펠레폰네소스 전쟁 7년째인 B.C.425년 데모스테네스 장군이 이끄는 아테네군이 필로스를 점령하고 스팍테리아섬의 스파르타군을 포위한다. 이들의 처리를 두고 니키아스와 클레온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자 클레온은 자기에게 20일만 주면 섬에 있는 스파르타군을 모두 죽이거나 생포해오겠다고 공언한다. 마침내 클레온이 후속 아테네군의 장군으로 선출되어 스팍테리아섬으로 출정하고 마치 거짓말처럼 20일만에 스파르타군을 생포한다. 이것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가장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투키디데스도 말한다.


영화 300으로 알려진 페르시아 전쟁의 테르모퓔레 전투에서 스파르타의 300명의 전사들은 결사의 전투 끝에 거의 모두 죽음을 당했다. 전투에서 살아난 두 명의 스파르타인 중 판티테스는 목매달아 자살했고, 아리스토데모스는 비겁자라고 손가락질을 당하던 끝에 치욕을 씻고자 다음해 플라타이아이 전투에 참가해 전사했다. 그런 스파르타가 아테네군에게 항복했다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허언이라고 믿었던 일이 이뤄지자 시민들은 클레온을 열렬히 환영했다.
반면에 니키아스와 데모스테네스는 자신들이 차려놓은 밥상을 클레온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의 언변은 그의 업적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니키아스는 클레온처럼 능란한 농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로 아테네 시민들을 즐겁게 함으로써 자기 목적을 위하여 시민들을 조종할 수 있는 재치와 기지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니키아스


아테네 시민들은 민주주의에 위험한 인물을 깨진 도자기로 투표하여 10년동안 아테네 밖으로 추방하는 도편추방제를 가지고 있었다. 아테네 함대를 건조하여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리하여 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테미스토클레스도 도편추방되었다. 이 때의 클레온도 요주의 인물이었을 것이다.


아리스토파네스도 이런 입장에서 클레온의 능수능란한 언변을 위험한 것으로 보면서 파플라고니아인이라는 익명으로 조롱하고 있다.


데모스(민중을 상징)라는 주인에게는 니키아스와 데모스테네스라는 하인이 있었는데, 새로 들어온 파플라고니아인(클레온)이라는 하인의 아첨 탓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순대장수가 클레온을 타도하고 아테네를 통치할 인물이라는 신탁을 알게 된다. 길을 지나던 순대장수 아고라크리토스를 만나 그의 운명을 말해주고 기사 무리가 도와줄테니 클레온에 맞설 것을 요청한다. 먼저 주인인 데모스 앞에서 순대장수와 클레온은 경쟁을 벌여 순대장수가 이긴다. 의회 앞에서도 결과는 마찬기다. 기존의 니키아스와 데모스테네스와는 다르게 순대장수는 못된 짓과 뻔뻔스러움, 약삭빠름 등 악덕 능력에서도 클레온에 앞섰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순대장수와 클레온의 아첨대결 끝에 데모스는 순대장수를 선택한다. 마침내 클레온은 순대장수가 그를 타도하기로 되어있는 신탁이 말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다. 순대장수가 새로운 하인이 되고, 클레온은 순대장수가 된다.


데모스테네스    전에 나는 퓔로스에서 큼직한 라코니케 빵을
                    빚은 적이 있는데, 이 천하의 악당이 살그머니 다가와
                    가로채더니 내가 빚은 것은 제 이름으로 바쳤지 뭐요. (55~57행) 


순대 장수        평생 동안 그럴 사람인지라, 남이 씨 뿌린 것을
                    수확하는 것으로 그는 이름을 날렸소.
                    이제 그는 곡식 이삭을 그곳에서 집으로 가져와
                    감옥에 쳐넣어놓고 말리며 내다 팔기를 바라고 있소. (391~394행)


파플라고니아인  어떻게 위해주느냐고? 나는 배를 타고 장군들보다 한발 앞서
                     퓔로스에 숨어들어가 라코니케인들을 끌고 왔지. (742~743행)


위 구절은 아리스토파네스가 공적을 날름 가로챈 클레온을 아주 점잖게 조롱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아리스토파네가 클레온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가서 당신 남근이나 빠시지! (1010행, 천병희 교수님의 번역이 아주 점잖다.)


클레온은 이 작품이 나온지 2년 후인 B.C.422년에도 20일만에 돌아올 것처럼 자신감으로 가득차 스파르타의 명장 브라시다스(투키디데스가 패했던 그 사람이다.)와의 일전을 위해 암피폴리스로 향한다. 하지만 실전에서 등을 보이며 도망치다 스파르타의 방패병에 사로잡혀 죽고 만다. 스파르타 장군 브라시다스도 전사한다. 양 쪽의 주전파 장군이 죽자 오랜만에 아테네와 스파르타에 평화가 찾아왔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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