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판 옥중서신… '비둘기 사육기'

 "아기 비둘기가 예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서울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인제 자민련 의원이 비둘기를 키우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 의원은 옥중 서신에서 "내 방 창틀에 비둘기가 알을 품고 있다"며 "생명 창조를 위해 애쓰는 비둘기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땅콩을 조금씩 주는 일"이라고 비둘기 사육기를 시작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난 12일자 편지를 통해 새끼 비둘기 두 마리의 탄생을 알렸고 다음 편지에서 "새끼들의 빨갛던 살색깔도 검어졌고, 노란색 털은 조금씩 검어지고 있다"며 "엄마 비둘기의 부리 속에 두 마리 새끼가 동시에 부리를 박고 먹이를 먹는다. 때로는 자기들끼리 싸움도 하고 제법 날개를 펄럭거린다"고 비둘기 가족을 소개했다. 최근의 편지에는 "새끼들의 날개에 깃털이 나고 있다"며 "새끼 비둘기가 창공을 향해 날아갈 날도 멀지 않았다"고 자신의 처지를 빗대기도 했다.


이 의원은 수감 후 지금까지 '푸른 물결에 띄우는 편지'라고 이름 붙인 옥중서신 12통을 'A형'이라는 불특정인을 수신자로 정해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보내 왔다. 이 의원은 편지를 통해 비둘기 얘기 외에 김선일 씨 사건, 태풍 피해, 수도 이전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극 알리고 있다.


이 의원은 김선일 씨 문제와 관련 "테러리즘은 용납될 수 없는 범죄"라며 "테러에 굴복한다거나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는 더 큰 불행과 시련에 직면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또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정권이 정도를 밟지 않고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려 한다"면서 적극 유치를 주장하는 충청권 의원들과 의견을 달리했다.


이 의원의 '편지 정치'는 영어의 몸인 정치인으로서 현실정치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분위기 쇄신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이 의원은 지난 22일 열린 첫 공판에서 "나를 포함해 아내 그 누구도 한나라당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주류 정치 재편입을 위한 '무죄 입증'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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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6-29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누군지, 죽이는 코멘트로군요.^^
바람꽃님 페이퍼 제목도 죽여요.^^

바람꽃 2004-06-3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노동부 장관이었던 시절엔 호감도 있었더랬습니다. 작은 체구지만 의지는 있는 사람이구나하고.
근데 그 의지가 갑자기 너무 커져버렸나봅니다. 법조인 출신이면서 법을 우습게 아는, 웃기지도 않는 대권에 대한 의지만 풍선처럼 커지는 그가 불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