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아를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가치가 있음을 느끼는 '존재감'의 경험과, 스스로 행동하는 '능동성'의 경험, 그리고 타인과 충돌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상호성'의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좀더!"라며 부추김으로써 존재감을 부정하고, "빨리빨리"라는 말로 재촉함으로써 능동성의 발휘를 방해하고,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라는 표면적 관계를 위장함으로써 상호성의 싹을 꺾어버리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 세대도 부추김 속에서 자라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가치에 자신감이 없고, 숫자나 성적, 세속적인 평가와 같은 구체적인 형태로 능력을 증명해 보이지 못하면, 자아가 흔들려 버틸 수 없게 된다는 위기 의식을 안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것은 한층 증폭되고 심화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더, 좀더! 빨리빨리,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소비사회를 지탱하는 이 가치관을 해체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1. 좀 더
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라'라는 말을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최선을 다하느냐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적을 명시하지 않는 최선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아무 비판의식도 없이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에게 '좀더'를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완전 동의.
2. 빨리빨리
이거는 내가 반성을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다. 내가 성미가 급하기 때문에 우리집 애들에게도,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빨리빨리는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우리 애들에게 '대충이라도 빨리, 시간 안에 해낼 것'을 강요하게 된다. 반성.
3.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이것은 솔직히 좀 놀랐다. 아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애들은 싸우며 성장한다는 말이 나올 줄 알고 있었단 얘기다) 난감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아이들의 다툼을 허용하고 참고 지켜보아주면서 40명으로 가득찬 교실을 운영하기는 참 어렵기 때문이다.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