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나는 '가장 근본적인 죄는 태만'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제 다음 중간 단락에서는 '그것은 교만'이라는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교만의 죄라 했을 때 그들이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어떤 일을 잘 이루고 난 뒤에 누릴 수 있는 온당한 성취감이 아니다. 그런 교만은 정상적인 나르시시즘과 마찬가지로 약간의 함정은 있을지 몰라도 건강한 자신감의 일부이자 현실성 있는 자기 가치의 일부인 것은 분명하다. 교만이 진짜 의미하는 바는 자신의 내적 죄성과 불완전함을 터무니없이 부정하는 그런 교만, 날마다 뻔히 보이는 자신의 불완전한 모습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려 주어도 그것을 극구 부인하고 심지어 반격까지 하려 드는 그런 파렴치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교만이다.

  어찌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전쟁(베트남전)이 본질에 대하여 화가 나거나 의심을 품거나 적어도 진지한 관심을 가져 보지 않았던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모든 인간에게 너무나 깊이 내재하고 있는 게으름과 나르시시즘에 부딪치게 된다. 만사 제쳐두고 우선 너무 귀찮았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날마다 일상사가 있었다. 일해야지, 차도 사야지, 집 장만도 해야지, 아이들 대학도 보내야지.....

 

이 대목을 읽을 때 얼마나 찔렸는지 모른다. 나는 예전부터 나의 가장 큰 문제는 '게으름과 교만'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만, 은 모르지만 게으름을 '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데......저렇게 적시를 해 주니 뜨끔하다. 한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여기서 '교만'이란 자신이 교만하다는 것까지 부인하는 '교만'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래도 인정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 '인정'조차도 그저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안심시키고 자기합리화 하기 위해 먼저 선수를 쳐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인정을 했으면 개선을 해야 하는데 그냥 살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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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2-2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대목 읽을 때 뜨끔했어요.^^

깍두기 2005-12-2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