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이벤트 <추천해 주세요>에 응모함.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분야와는 달리 SF는 1년에 몇권 출판되지 않고 그나마 재출간이 많아서 저같이 기다리는 사람을 안타깝게 합니다. 다른 분야의 책들처럼 SF도 좀 쏟아져 나와주기를, 그리고 독자층도 넓어지기를 바라며 올해 출간된 SF를 저 나름대로 정리합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 책은 비록 재출간된 책이지만 저는 눈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절판된 옛날 책을 어디가서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자자한 명성만 듣고 정작 책은 없는 그 안타까움이란......
내용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을만큼 거대하고, 황당하며, 기가 막히고, 웃깁니다. SF라 하여 '싸이언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웃을 준비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유머도 취향이 있는지라 안 웃길 수도 있습니다)

<제 5 도살장>
이 책에서는 외계인이 나와서 우리에게 괴로움을 잊고 좋은 시간만 선택하여 살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학살의 가운데 있어본 사람이라면 그렇게라도 잊고 살아남아야 할 것입니다.(주인공은 드레스덴 폭격의 참상을 두 눈으로 목격했거든요) 그러나 우리는 이미 외계인에게 그 방법을 배울 필요조차 없을 듯 합니다. 이미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잊고 싶은 사실은 외면하며 살고 있지 않나요?

<내 이름은 콘래드>
재출간된 책이긴 하지만 전 원래 로저 젤라즈니의 빠순이이므로 당근 목록에 포함시킵니다. 사실 젤라즈니의 작품은 항상 똑같은 얘기의 변주라고 생각되는데요(불사, 신화), 그래도 하나같이 멋있는 걸 어쩌란 말입니까.
이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를 미래세계에 옮겨다 놓은 듯한 이야기입니다.

<비잔티움의 첩자>
개인적으로는 대체역사물을 좋아하지 않지만(저는 과거보다 미래에 더 관심이 많아요^^)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비잔티움 시대을 배경으로 한 007의 활약을 기대하세요.(설마 이렇게 쓰면 정말 007이 나온다고 착각하려나?)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올 한해 읽었던 SF 중 빅쓰리 안에 드는 작품입니다. 읽으면서 같은 여성작가라 그런지 어쉴러 르귄과 자꾸 비교하게 되었는데요, 르귄의 문체를 장려하다, 고 표현한다면 이 작가는 좀더 조근조근하다고나 할까요? 거시적인 얘기를 하면서 미시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감탄스러웠습니다. 원폭 이후의 지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원한 전쟁>
이것도 재출간, 그러나 뺄 수는 없습니다. 너무 괜찮은 작품이기 때문이죠ㅠ.ㅠ(감동의 눈물) 이 책은 스타쉽 트루퍼스와 같이 보면 아주 재밌는데요, 먼저 SF의 3대 거장 하인라인이 스타쉽....을 썼고 거기서 중요 모티브를 그대로 차용하여 이 작가가 어찌 보면 오마주 같기도 하고 패러디 같기도 한 이 작품을 쓴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통찰은 원작을 훨씬 넘어선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나온 것이라 아직 보지 못했지만 사놓고 머리맡에 올려두고 흐뭇해 하고 있는 중입니다. 맛있는 거 아껴먹는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