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때, 세로쓰기로 된 350원짜리 삼중당 문고로였다.
삼중당 문고를 기억하시는지?
초등학교 때까지 계림문고와, 20권짜리였던가 하는 한국위인전집과, 12권짜리 SF전집과, 손바닥 크기의 셜록홈즈 전집으로 독서시절을 채우던 나는
중학교에 들어가니 왠지 이제는 좀더 고상한 독서를 해얄 것 같은 생각에
내 용돈으로 구입이 가능한 만만한 책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때 걸려든 것이 삼중당 문고였다.
처음 사기 시작했을 때 350원 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700원까지 올랐다.
중요한 건 삼중당 문고가 아니라
<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라는 묘한 제목의 이 책이다.
중학교 때 이 책을 읽었을 때도 꽤 유쾌하였는데
얼마전 다시 사서 보니
정말 웃기고도 웃긴 책이다.
내가 책을 읽으며 폭소를 터뜨리는 일은 별로 많지 않다(만화나 보면 모를까).
근데 이 책을 읽으며는 정말 많이 웃었다.
주요등장인물은 머트(똥개라는 뜻이란다)라는 개와, 그 개를 키우는 소년과, 아버지 어머니이다.
머트는 제목대로 지가 개가 아닌 줄 아는 녀석이다.(그렇다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자의식과 자존심이 장난이 아니다.
주인이 훈련을 시키려고 하면 콧방귀를 뀌지만
자기가 신바람이 나면 초능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동네 제일의 사냥개가 되었다.
그냥 주인의 훈련에 길들여진 여타 사냥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총에 맞아 떨어진 사냥감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져온다.
(뇌조 사냥철도 아닌 때에 주인이 다른 사람들과 내기를 하느라 뇌조를 물어오라고 시키자
머트는 남의 가게에 침입하여 박제한 뇌조를 물어와 버린다)
정말 황당한 녀석이지만
이 책에서 정말 황당한 인물은 따로 있다.
주인공 소년의 아버지이다.
위의 에피소드에서도 알 수 있듯이(누가 사냥철도 아닌때 그런 내기를 하겠느냐는 말이다)
이 아저씨는 불가능한 것과 가능한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
이야기의 첫 시작부터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먼지나는 서부로 식구들을 끌고 온 이 아저씨는
한참 되도 않는 사냥을 한다며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더니(여기서 매트의 활약도 한몫)
서부의 물없는 강에 배를 띄워 항해를 하는 것으로 뻘짓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배를 타고 간 건지 이고 간 건지 모를 항해였다)
결론을 말한다면 나는 이 엽기팔팔한 가족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자존심이 있고(엉뚱한 방향으로 발전하긴 했지만)
비타협적이며(그래서 항상 볼거리와 유쾌한 분란이 생긴다)
돈키호테의 돌진을 보는 듯한, 항상 새로운 도전에 자신을 내맡기는, 그러나 그 도전이 뭐 그리 큰 의미는 없는.
이 이야기는 작가의 자서전적인 소설이라 한다.
이야기의 '소년'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다.
아, 부럽다. 그 세월이 아마 이렇게 발랄한 문장을 작가에게 선물한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