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 떨지 말라는 거다.

청소년 문고라 가볍게 생각하고 집어들었으나 예상치 못한 삶의 무게에 잠깐 휘청, 했다.

요즘 같이 자식이고 애완동물이고 불면 날아갈세라 쥐면 꺼질세라 애지중지하며 자그마한 상처에도 전전긍긍하는 시대에(물론 나도 그러고 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가슴 서늘한 경험이다.

아이도 어른과 똑같이 한 사람 몫의 노동을 해야 하며,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애완동물을 가족같이 사랑하나 죽일 수 밖에 없음을 또 그대로 인정하고, 내핍과 가난의 삶 속에 가족에게 병을 옮길까봐 헛간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열세살에 가장이 되어야만 했던 주인공.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불쌍하다거나 안되었다거나 하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그가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기에. 그저 나의 삶이 조그마해 보일 뿐. 나의 삶과 풍요로운 세상이 이 어린 주인공 앞에서 하염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다시 한번, 엄살 떨지 말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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