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가 조커를 사용한 사람과 그것들을 쓰지 않고 가방 안에 간직해 둔 사람 중 누구를 더 높이 산다고 생각하느냐?"

짭짤한 비밀 거래 덕분에 조커를 잔뜩 지니게 된 것이 자랑스러웠던 베랑제르가 손을 들었다.

"조커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오, 선생님."

"절대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그 조커들을 준 것은 쓰라고 준 것이야! 이젠 너무 늦었구나!"

교실은 침묵으로 뒤덮였다. 아마도 후회에 찬 침묵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자동적으로 조커들을 갖게 된단다. 어떠어떠한 조커들일까?"

조커에 관한 한 가장 뛰어난 전문가인 샤를르가 외쳤다.

"살기 위한 조커요."

"그래 또 어떤 것들이 있지?"

선생님이 물었다.

"걷기 위한 조커요."

로랑이 대답했다.

"말하기 위한 조커요."

베랑제르가 로랑을 본떠 말했다.

"책읽는 법을 배우기 위한 조커요."

"여러가지 언어를 배우기 위한 조커요."

베네딕트네 분단은 역사를 배우기 위한 조커로 시작해서, 지리, 생물, 그 밖의 모든 과목의 이름들을 계속 댔다.

"운동하기 위한 조커요."

로랑이 아쉬운 듯이 말했다.

"사랑하기 위한 조커요."

꿈꾸듯 베네딕트가 말했다.

"행복해지기 위한 조커."

"울기 위한 조커."

"결정을 내리기 위한 조커."

샤를르도 여기 끼여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한 조커요."

"그래, 너희가 이제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우리들은 탄생과 더불어 이 모든 조커들을 받았다. 그러니까 그것들을 사용하는 것이 낫겠지! 내일은 인생과 인생의 조커들을 기리는 단체 생일 파티를 열자꾸나. 케이크는 내가 가지고 오겠다."

선생님께 선물을 드릴 생각을 한 아이는 또다시 샤를르였다. 그것을 대담한 발상이었다.

위베르 노엘 선생님은 마지막 선물로 아이들에게 하얀 공책을 한 권씩 주었다. 그 위에 선생님은 이렇게 써 놓았다.

'내 인생을 이야기하기 위한 조커.'

그 때 샤를르가 선생님에게 커다란 봉투를 내밀었다. 선생님은 봉투를 열고 금빛 잉크로 씌어진 글귀를 읽었다.

'행복하고 명예로운 은퇴생활을 위한 조커.'

선생님은 기꺼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지,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다."

 

나에게도 조커가 많이 있다. 그걸 적당한 때에 써먹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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