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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소년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1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 시공주니어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대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낡은 모자처럼 벗어 놓는다.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전화 번호처럼 기억에서 지워 버린다. 한때는 어린이였지만 이제는 자랐다. 하지만 그들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이로 남을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인간이다>
이렇게 멋진 멘트를 날린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그렇다. 바로 그가 이 책의 지은이 에리히 캐스트너이다. 이런 말을 남긴 사람답게 그는 진정 어린이의 입장이 되어 글을 쓸 줄 알았으며, 또한 어린이를 무조건 보호하거나 가르치려는 어른이 아니라 믿고 지켜보아 주는 어른의 입장으로 글을 썼다.
이 글에 나오는 엄지소년 맥스헨은 5cm의 작은 소년이다. 50cm의 부모에게서 태어나 마술사 요쿠스 선생과 함께 살며 성냥갑 속에서 잠을 잔다. 이 너무도 쬐끄매서 모르고 밟아버릴 것만 같은 소년은 그러나 아주 당차고 씩씩하다. 구체적인 장래계획도 세운다. 요쿠스 아저씨와 티격태격하며 정한 이 소년의 장래계획은 곡예사,조련사를 거켜 마술사의 조수에 이르게 되는데(사실 아저씨는 맥스헨이 안전한 '통역사'의 길을 가길 원했지만) 그 일이야 말로 5cm의 소년에게 딱 맞는 일이었다. ('대도와 엄지소년'이란 마술은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이었으니 말이다-물론 나중에 다 돌려준다)
물론 이 소년도 자기가 남과 다르다는 사실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는 없어서, 다른 아이와 똑같은 몸집의 사내아이가 되길 꿈꾸어도 보지만, 그렇게 되는 순간 자신은 더 이상 있는 그대로의 개성만점인 자신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씩씩하고 유쾌한 엄지소년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엄지소년이기 때문에 닥친 고난을 엄지소년만이 풀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하게 된다.
우리 주위에도 수많은 엄지소년이 있다. 내가 남과 다르다고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엄지소년 맥스헨 처럼, 자기가 뭔가 남과 다른 것을 <약점>이 아닌 <개성>으로 여기고 유쾌하고 낙천적이며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도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고 심상하며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