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 넷이서 스파이더맨2를 봤다. 차가 막혀서 앞대가리 15분 짤라먹고 스파이더맨이(이름이 뭔지 벌써 까먹었다. 전신마취 2번의 후유증은 정말 무서운 것이야) 가난한 숙모와 고민하는 내용부터 보게 됐다.

먼저 보고 있던 후배에게

"지난 줄거리 설명해 봐라" 했더니

"생활고에 지친 스파이더맨"이란다.

대충 짐작이 갔다. 미리 들은게 좀 있어서. 아르바이트 해서 돈벌어야 하는데 사건은 터지고, 그러면 정의의 스파이더맨 안갈 수는 없고, 뭐 그런거. 그래서 집세는 밀리고(집이라고, 귀신 나올 것 같다), 사랑하는 여자가 자기 땜에 위험에 빠질까봐 마음 놓고 연애도 못한다.

급기야는 비행 도중 거미줄이 안나오는 불상사까지...... 의사를 찾아간 스파이더맨.

"제 친구가요~ 스파이더맨 꿈을 꾸는데요~ 꿈에서 자꾸 날다가 떨어져요~"

이 영웅은 정말 특이하다. 불쌍한 것이다. 영웅이 불쌍하다니, 이건 마치 까마귀가 희다거나 돼지가 날씬하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

그래도 할 수 없다.진짜 장난 아니게 불쌍하다. 생활수준은 딱 도시빈민이고,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더듬거리는 이상으론 말도 못해보고,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동전 떨어진 뚜뚜거리는 전화통에다가나 겨우 하고.

심지어는 정의의 사도 역할을 할 때도 불쌍하다. 내가 가장 볼만했던 장면이라고 생각한 지하철 스톱신(더 이상 말해서 스포일러가 되진 않겠다)에서조차도 영웅보다는 영웅에게 구출받은 사람들이 더 여유있어 보인다니까.....

그런데, 그래서 10점 얹어준다. 특이하니까. 지금까지 나온 영웅들과 똑같으면, 무슨 재미로 영화보라고?

이렇게 말해놓고 그 10점 도로 깎아야 한다. 맘에 안드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 착하면 싫다. "난 지구를 구해야 하니까 너랑은 사랑할 수 없어. 할 일이 있기 때문이야"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내야해" 이런 류의 대사에 알레르기가 있다.(정확히 이 말은 아니었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전신마취 2번의 후유증은...)

3편은 <어린이의 꿈과 희망 스파이더맨 > 이런거 말고, 전쟁을 일으킨 나쁜 놈 부시에게 초강력 울트라 파워 똥침을 가해 응징하는 스파이더맨, 이런 버젼으로 안될까?(바랠 걸 바래라)

별 세개 정도 줄란다.(쬐끔 더 줄 수도 있다. 스파이더맨 울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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