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정원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절판


이제 나는 아버지가 정말 보통 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연히 그의 부드러운 눈길과 마주쳤던 사람이라면 그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훈장을 받아야 할만큼 훌륭한 분이었다. 아버지는 평생 동안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품위 있는 방법으로 인류가 진 빚을 갚으며 살았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아버지는 모자를 벗어 들고 가장 겸손하게 인사를 하며 살았다.-p.28쪽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나는 아버지가 하는 속죄의 의미에 대해 몰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소박하기만 한 가스똥 삼촌 부부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중에야 그들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들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남으려고 얼마나 힘들게 노력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을 멸시했던 나는 따귀를 맞아도 할 말이 없다.-p.32쪽

아직도 삼촌이 말하는 모습과 문장들이 생생하게 보이고 들리는 듯하다. 삼촌의 이야기는 자신이 겪었던 잔인한 순간들의 그림자에 불과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삶 전체의 문을 나에게 열어 준 것이다. 삼촌은 내면 깊숙하게 간직하고 있던 전부를, 잔인한 발자국들로 짓밟혀 피범벅이 된 처절한 정원을 나에게 내어 주었다. 삼촌이 전해준 그 생생한 이야기를 그대로 전할 수 있을까?-p.40쪽

죽고 사는 일을 타인의 손에 맡기거나,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대가로 자신이 살아난다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포기하는 것이고, 악이 선을 이기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악의 편에 있는 독일 군복을 입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야.-p.80-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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