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티 일곱색깔문고 1
로드먼 필브릭 지음, 박아람 옮김 / 오즈북스 / 2005년 7월
품절


"물론 있지. 텔레비전이 없으면 <스타트랙>은 어떻게 보겠어? 사실 난 텔레비전을 엄청 많이 보는 편이야. 하지만 책도 아주 많이 읽기 때문에 뭐가 진짜고 뭐가 거짓인지 구별할 수 있지. 책은 진실을 알게 하는 혈청 같은 거야. 책을 안 읽으면 뭐가 진짜인지 구별할 수가 없어."
이번만큼은 "엉?"하고 되묻지 않았다. 이번에도 "엉?"하고 물으면 내가 어째서 학습 장애아인지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책 읽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는 사실도 말이다. 나는 책을 읽느니 잔디 깎는 기계로 발톱을 손질하거나, 손발을 닦는 끔찍한 일을 하거나, 아침 식사로 벌레를 잡아먹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별종은 벌써 내가 학습 장애아라는 걸 짐작했을 것이다. -p.33-34쪽

처음에 별종은 몸을 가누지 못해 벌벌 떠는 것 같더니 이윽고 내 머리카락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곧이어 아주 커다란 폭죽이 날아올라 하늘에서 터지면서 '콰앙!'하고 엄청난 굉음을 냈다. 배에서 떨림 같은 게 느껴졌다. 별종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와아, 예스!" 하지만 나는 걱정되지 않았다. 녀석은 내 어깨에 단단히 타고 있었으니까. 별종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녀석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린 아이로 변해 있었다.
하얀 불꽃이 번쩍거리며 연못 위로 떨어져 내리자 별종이 소리쳤다. '마그네슘이다!" 곧이어 폭죽 속의 파편들이 하늘에서 '펑! 펑! 펑!'하고 터지자 녀석은 또다시 외쳤다. "염화칼륨!" 사람들은 모두 '와아아!'탄성을 내질렀다. "질산칼륨! 유황! 알루미늄!" 하늘에서 강렬한 붉은색의 불꽃이 터지자 별종이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외쳤다. '구리야! 구리 분말이 산화되는 거라고!' 곧이어 불꽃이 푸른색으로 번쩍이자 녀석이 말했다. "질산스트론튬, 좋았어!" 나는 생각했다. '대단한걸! 대체 이 꼬맹이가 모르는 게 있을까?'-p.52-53쪽

경찰 한 명이 이렇게 말하자 옆에 있던 다른 경찰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이봐, 이 녀석 케니 케인의 아들 아냐? 그런 것 같은데. 예전의 그 살인범 케인 말이야. 아직 출소 안 했지?"
별종은 여전히 내 어깨에 꼭 붙어 있었다. 그리고 이름을 말해 달라는 경찰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마이티. 우린 마이티에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키는 2미터 70센티미터죠."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때부터 우린 '마이티'가 되어 용들과 얼간이들을 처단하며 세상 위로 높이 걸어다닌 것이다.-p.62쪽

"그거 아픈 거 아니야? 네 몸의 부품을 바꾸는 거 말이야."
별종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윽고 단호하고 똑똑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아프겠지. 하지만 그게 뭐? 고통은 정신 상태에 불과한 거야. 어떤 일이 닥쳐도 사람은 나름대로의 극복 방법을 찾아 내게 되어 있어. 설사 고통이라고 해도 말이야."
하지만 나는 별종이 말한 사실들이 몹시 두렵게 느껴졌다.
"그래도 꼭 최초가 돼야 해? 다른 사람이 최초가 되면 안 돼? 위험한 거 아니야?"
"인생은 원래 위험한 거야."
별종은 이 문제에 관해 수없이 생각해 봤을 것이다. 잠시 후 녀석은 조그만 발로 내 가슴팍을 쳤다.
"집에 가자."-p.80-8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