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초등학교 3-4학년용이라고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도 좋을 듯 하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미취학 상태이지만 더 큰 형이 있는 것처럼 독서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에 초등학교 저학년용 책을 내가 먼저 읽어 보고 나서 쉽고 재밌는 것은 읽어 주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일곱 살, 여섯 살 된 우리 아이들을 위해 고른 책은 아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 광고를 보고 호기심이 동한 내가 읽게 된 책이다.  

 주인공 찰리 버켓은 허름한 판잣집에서 부모님, 그리고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과 함께 산다. 퀸틴 블레이크가 그린 삽화는 첫 장부터 눈길을 끌었는데 비쩍 마르고 구부정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만 사는  네 사람의 노인을 코믹하고 실감있게 그려 냈다.  이 책이 1964년에 나와 이렇게 오래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작가 로알드 달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때문이겠지만 삽화도 한 몫 한 것 같다.

 찰리네 가정은 찰리가 생일날 딱 한 번 초콜릿을 맛볼 수 있을 정도로 가난하지만 참 단란한 가정으로 나온다. 6페니 초콜릿을 선물하기 위해 가족 모두가 한 푼 두 푼 돈을 모으는 것, 하루종일 졸던 네 노인이 찰리가 잠들기 전 30분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점, 조 할아버지가 비상금을 털어 초콜릿을 사게 한 점, 황금빛 초대장을 들고 초콜릿 공장으로 갈 때 조 할아버지가 갈 수 있게 엄마, 아빠가 양보한 점 등등.

 이런 점으로 봐서 작가는 행복한 가정의 이미지나 교훈을 코믹한 설정 속에  깔고 있음을 보여준다.

 찰리는 행운을 얻어 공장 견학을 하는 행운의 다섯 어린이에 뽑히게 되는데, 영화 광고를 보면서도 얼핏 느꼈지만 초콜릿 공장은 평범한 공장이 아니었다.  공장 내부는 지하로 계속 연결된 미로로 이루어져 있고, 초콜릿 강, 초콜릿 폭포, 박하사탕으로 만든 풀밭, 그리고 종이인형만큼 작은 난쟁이 움파룸파 사람들... 고전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의 집보다도 더 강렬하고 더 거대하고 더 환상적인 초콜릿 공장의 모습. 

초콜릿에 환장한 어린이들을 충분히 유혹하고도 남는 공장의 구조와 모습들.. 그것은 벌써 불길한 사건을 예고하고 있었다.  석 달째 껌을 씹고 있는 바이올렛 뷰리가드, 먹는 게 취미인 아우구스투스 굴룹, 장난감 총을 온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고 텔레비전에 미친 아이 마이크 티비, 아버지가 초콜릿 50만 개를 사서 황금빛초대장을 거머쥐게 된 버루카 솔트. 찰리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식탐이 많거나 텔레비전에 미쳐 살거나  버릇없고 말썽장이이고, 그 부모들은 그런 자식을 전혀 제어할 수 없고 자식들의 부정적인 측면을 방조하거나 강화시키는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초콜릿 공장 사장인 윌리 웡카는 이 제멋대로인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부모들의 걱정에도 아랑곳 않지만 찰리에겐 참 다정한 인물이다. 그 외에도 개성 만점인 인물들이 겪는 괴상한 모험담이 주 내용인 이 소설은 참 잘 읽힌다.

 엉뚱하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고 선악의 개념을 어느 정도 깨우친 초등학생들에게 적절할 것 같다.

 다만, 고지식한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 사건 마지막에 마무리처럼 들려 오는 움파룸파 사람들의 노래가  재미있으면서도 잔인하게 느껴져 눈에 거슬렸다. 교훈적인 측면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좀 과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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