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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 ㅣ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4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네레 마어 글, 이지연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용이라고 나와 있는데 고학년도 상관없을 것 같다. 부부의 이혼 문제를 아이 시각에서 세심하게 보여 주고 있어 관심을 끌었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엄마 아빠의 다툼과 이혼, 그리고 아빠와 떨어져 살게 되는 충격. 이 모든 현실의 고통을 감내해 나가는 주인공 베른트의 아픔이 내게도 느껴졌다.
주인공 베른트는 곰인형을 갖고 재미있는 역할 놀이를 한다. 곰인형 보보와 도도가 아빠, 엄마가 되어 정겨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무겁다. 갑자기 아빠 엄마가 크게 싸우고는 말도 하지 않고 종내는 아빠가 가방을 싸서 집을 나가게 된다. 아빠가 없는 집의 허전함과 쓸쓸함, 그리고 베른트가 받아 들이기 힘든 '이혼'. 베른트는 정서적으로 크게 상처를 입어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 이제 인형놀이도 병든 보보가 주인공이다.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베른트는 곰인형에게 자아를 투사하고 있었다.
2주에 한 번 아빠를 보는 베른트는 그래도 조금씩 현실에 적응해 간다. 아빠집에서 잠도 자고 엄마와 함께 간 동물원도 아빠랑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에겐 여전히 아빠는 아빠인 것이다.
마지막 장면이 참 가슴 찡했다.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고 때때로 슬퍼지는 베른트는 아빠가 집에 함께 사는 상상을 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곰인형 중 하나인 도도를 아빠 집에 갖다 놓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분신인 곰인형 하나가 아빠에게 가면 적어도 베른트의 마음 속에서는 아빠 엄마는 이혼한 것이 아닌 것이다.
동화책치곤 다소 무겁고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참 동화답게 그려져 있어 반가웠다. 글을 쓸 수 있다면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슬픔, 순수,그리고 현실과 맞서 싸워 나가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