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그릇에도 - 설우특선 2
미우라 아야꼬 지음 / 설우사 / 197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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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아야꼬. 이 책의 저자이다. 한자로 써있는 작가명이 어딘가 낯익은 듯 했는데 이십년 전 여고시절 읽었던 '빙점'의 작가였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 학교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였으면 좋았을걸 나는 어린시절 책읽기에  탐닉하던 소녀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작이라고 해서 열심히 읽었지만 도통 이해되지 않는 것도 많았고(까뮈의 '이방인'이 제일 그러했다) 우리 나라 소설들 중 필독서들도 감동이 오는 책이 적었기 때문에 '빙점'을 읽으면서 받은 강렬한 느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흥미진진. 이런 말을 쓰고 싶은 책이었다.

  이 책은 '빙점'만큼 크게 나를 뒤흔들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은 작가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내용을 담담히 써놓은 자전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부 모두 독실한 기독교인이어서 기독교에 바탕을 둔 가정의 모습이 주를 이루었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뜻밖의 책을 만난 격인데 거부감은 없었다. 폐결핵과 척추 카리에스에 걸려  13년 동안이나 병원에서 요양 생활을 해 왔고, 그 기간 중 기독교를 믿게 된 작가의 이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사람이든 종교든 무언가에 의지해서 희망을 갖고 산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그런데 작가는 다행스럽게도 가슴 넓은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연하이면서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병든 여자를 사랑한 남자. 그 여자의 머리맡에 죽은 애인 사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남자. 그런 남자를 만났으니 어찌 존경하는 마음이 없겠는가? 그런 여자를 만났으니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참 힘겨웠지만 경건하게 보였다. 기도가 바탕을 이루고 간혹 서로에 대한 애처로움과 따스한 사랑을 단가에 담아 표현하던 부부. 잡화상 일을 하던 아내를 격려해 결국은   아내를 소설가로 만든 남편. 남편의 귀가시 마치 임금님을 맞이하듯 따스히 반기는 아내.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생활 곳곳에 스며 있고, 서로의 지인들을 모두 소중히 하고 함께 교류하는 모습은 내가 이루고 싶은 가정의 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책을 덮은 뒤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기게 되었다. 따스한 녹차를 마신 듯 훈훈하고 기분좋은 느낌이 온몸에 퍼지는 듯 했다.    

 가정의 평화와 결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기혼자들이 읽으면 좋을 듯한 책이다. 마지막으로 남편 미우라의 단가를 옮겨 보고 싶다.

    이렇듯 섬약한 아내가/ 아이를 업어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애처로워/자식을 갖고 싶은 맘 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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