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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시그널
조엘 로스차일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한문화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에이즈 환자인 조엘의 이야기. 그가 사랑하던 친구 앨버트가 자살하자 절망의 늪에 빠졌는데 죽기 전의 약속,신호를 보내기로 한 약속을 앨버트가 지키는 듯한 이상한 체험을 여러 번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옥죄던 육체적 고통도 잘 참아내고, 생생히 이 세상을 살고 싶은 욕구까지 생기게 된다. 이후 다른 영혼의 메시지까지 타인들에게 전하며 그들을 격려하고 위로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내용은 간단하고 문장이 화려하거나 작가의 말재간이 능수능란하지도 않다.
'날 믿어. 우리의 사랑을 믿어. 넌 내 죽음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거야....내 자살 역시 더 큰 선한 것에 연결되어 있어. 너도 알게 될 거야. 내가 준 이 선물은 네 인생에서 펼쳐질 거야. 다시 올게.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어.' 죽은 앨버트가 살아 있는 조엘에게 전하는 메세지이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후에도 따스한 말을 건네고 그를 지켜 준다면 그 사람은 평생 외로움을 모를 것이다. 다른 영혼으로 인하여 늘 마음 한 구석 온기로 가득찰테니까.
나는 무신론자다. 이 세상 후의 세상을 믿지 않으며 신도 믿지 않는다. 다만 아기를 낳은 후 내 아들들이 건강하고 맑은 정신의 소유자로 인생을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고, 그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라도 내 건강을 허락해 달라고 누군가에게 기도하는 평범한 아줌마일 뿐이다. 근데 이 책을 읽고 괜히 마음이 아늑해졌다. 죽은 후의 세상을 믿지 않지만 사랑하는 마음, 그 고귀한 마음은 육체가 소멸된 후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나는 동성애자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 '필라델피아'를 보면서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무너졌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이 책을 보면서는 에이즈 환자에 대해 더 큰 연민의 마음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심심풀이로 책을 읽을 거라면 읽을 필요가 없고,생각이나 취향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조용히 사색할 기회를 갖는다거나 사별의 고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사는 슬픈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