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뜸 1
파테네 허즈 / 오늘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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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터네 허즈 세이드 자버디. '눈뜸'의 작가 이름을 다시 되뇌어 보아도 약간 어감이 낯설다. 이 느낌은 어릴 때 어른들이 명작이라고 해서 읽은, 러시아 소설에 나오는 아주 길고 낯선 이름을 대할 때의 생경함과 비슷하다. 하지만 소설 내용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이란 문학을 처음 대하는데도 마치 우리 나라 작가들이 쓴 소설을 읽는 듯이 편한 느낌을 가진 건 왜일까? 작가의 평이하면서도 수려한 문체와 훌륭한 번역이 어우러져 그런 것 같다.

처녀작이면서 혁명 이후 이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초베스트셀러라는 말에 처음에는 혹하여 책을 읽게 되었다. 그렇지만, 잠깐 소설 좀 볼까 든 책을 여섯시간 동안이나 들고 있었으니 이 책에는 나를 끄는 무엇이 있었을까? 역자는 이 책에 대해 이르기를, 이란판 여자의 일생 같은 책이라고 하였다. 열다섯의 꽃같은 나이에 자신이 속한 귀족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야성미 하나에 이끌려 천한 신분의 목공에게 불타는 사랑을 느끼고 우여곡절 끝에 부모와 생이별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여자. 그러나 몇 달 안가 야수와 같은 본성을 가진 남자와 시어머니로 인하여 겪게 되는 끔찍한 인생역정과 그 과정 속에서 자아에 눈뜨고 인생에 눈뜨는 여자.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의 순간을 기억하고 싶거나 '여성'이라는 이름을 처절하게 되묻고 싶을 만큼 가부장적인 사회제도에 신물난 사람들, 혹은 그저 지금 서 있는 그곳을 잠시 잊고 페르시아로 독서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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