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1,2, 김훈, 문학동네
김훈 산문의 정수라 할 산문 <자전거여행>이 재출간되었다. 언젠가 그는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바 있다. 그의 언어는 그렇게, 언제나, 사실에 가까우려 애쓴다. "꽃은 피었다"가 아니라,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쓰는 그의 언어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그의 언어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는 그의 언어는, 바로 그 때문에 오히려 한없이 아름답다.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 속에는, 그러나 어떤 이의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그의 문장 속에서, 길과 풍경과 우리네 삶의 모습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것들은 만났다가 갈라서고 다시 엉기어 하나가 되었다가 또다시 저만의 것이 된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이혜정, 다산에듀
서울대는 과연 어떤 인재를 키우고 있나? 한국의 대학은 지금 어떤 능력을 최고라 평가하고 있나?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 재직했던 이혜정 박사는 서울대 최우등생들의 특징과 공부법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년에 걸쳐 진행해 왔다. 최우등생들 인터뷰를 포함하여 1,100명의 서울대 학생들 대한 심층조사가 이루어졌고 미국 명문대 학생들과의 비교연구도 행해졌다.
이 책에 담긴 프로젝트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서울대 최우등생들은 대학과 사회가 기대하는 공부가 아닌, 초중고 방식의 연장선상에 있는 수용적 학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서울대는 비판적 창의적 능력이 아닌 수용적 능력에 높은 학점을 주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부러워하고 최고라 인정하는 대학, 각종 평가에서 언제나 1등을 도맡아하는 대학인 서울대가 도대체 어떤 종류의 인재를 키우고 있는 것인지 저자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은 서울대 최우등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 한국 최고의 명문대라 일컬어지는 서울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에 경종을 울리고, 대학 교육을 포함해 한국의 교육 문화 전체를 점검해 보자고 제안한다.
위기의 국가, 지그문트 바우만, 카를로 보르도, 동녘
근대국가의 성립부터 신자유주의 시대까지, 정치와 권력을 잃은 무능한 국가에 대한 날카로운 대담집. 오늘날 국가에게 닥친 ‘위기’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해 변화하는 현시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들의 다양한 양상들을 하나하나 검토해간다. 이를 위해 저자인 카를로 보르도니와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 사회를 분석한다.
이 책은 오늘날 서구 사회가 직면한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체제와 얽혀 있는 변화, 앞으로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게 될 심대한 변화의 징후라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은 오늘날 위기와 관련된 문제의 기원에 권력과 정치의 분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말하자면, 정치인은 존재하지만 과거처럼 권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의 역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권력’은 일이 되게 하는 능력이고, ‘정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능력인데, 현시대는 이 둘이 이혼한 상태이고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열린책들
프랑스 현대 문단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의 장편소설. 다리외세크가 이번 소설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십대 소녀의 성(性), 육체적 성장기다. 2011년 프랑스 출간 당시, 문학계에서는 '너무 외설적이라 메시지를 알 수가 없다', '감히 다루지 못했던 주제를 다리외세크가 떠맡아 제대로 해냈다' 등 분분한 논쟁이 벌어졌다.
프랑스 사회를 뒤집어 놓았던 다리외세크의 데뷔작 <암퇘지>가 한 여인이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 속에서 점점 암퇘지로 변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가시내>는 순진한 소녀가 여인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입체감 있게 그렸다. <암퇘지>부터 시작된 다리외세크의 문학적 실험은 <가시내>에서 절정에 올랐는데, 여성의 신체에 관한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
1970~8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가상의 소도시 클레브에 사는 솔랑주라는 소녀의 삶 중, 생리를 시작하는 때부터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를 조명한다. 솔랑주의 부모는 파경 직전이고, 부모 대신 돌봐주는 '보모' 비오츠 씨는 사회에 잘 융화되지 못하는 인물이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는 솔랑주 곁에는 의지할 만한 어른이 아무도 없다.
솔랑주는 넘쳐 나는 호기심과, 의혹들을 잡지와 친구들과의 수다에 의존해 해결해 나간다. 작가는 솔랑주의 내면으로 들어가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사춘기 소녀의 사고(思考)를 독자들에게 날것 그대로 전달한다.
지붕 - 우주의 문턱, 티에리 파코, 눌와
건축을 읽는 눈 시리즈 3권. 우리에게 은신처가 되어주는 ‘지붕’이라는 건축적 요소에 중점을 맞추어 접근한다. 지붕을 매개로 건축의 세계를 넘어 역사적, 인류학적, 문화사적, 실존적 관점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자유롭게 발상하고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여 독자의 사유를 자극한다.
지붕이 품고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붕과 관련된 상징·신화·기술·문화 등의 다양한 이야기와 영화·그림·문학 등 예술 분야에서 드러나는 지붕의 예술적 이미지를 돌아본다. 땅이 아닌 하늘로 이어진 지붕을 따라 떠나는 인문학적 여행은 건축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것이다.
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한국경제신문
히틀러가 현재 다시 깨어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사회풍자 소설이다. 2012년 독일에서 출간 즉시 140만 부, 오디오북은 52만 부가 팔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편협한 히틀러의 분노와 광기는 기득권에 대한 풍자로 재해석되어 마침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과정을 유머와 풍자를 통해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이다.
정치적 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절대적인 카리스마와 강한 추진력으로 주도면밀하게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히틀러의 모습 그리고 그에게 열광하고 추종하는 다양한 인간상을 통해 1940년대나 2000년대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미디어에 선동되는 군중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히틀러의 목소리로 현재의 대중문화와 정치, 언론을 비판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고 있어 출간 당시 히틀러에 대한 미화인지 단순한 정치 풍자인지를 두고 많은 언론과 독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어났을 정도로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책의 말미에는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와 <히틀러의 성공시대>로 유명한 김태권 작가가 60페이지의 특별 만화를 그렸다.
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웅진지식하우스
재기 넘치는 문체 속에 사랑과 삶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깊이 있게 녹여낸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가 존 그린.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으로 유명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장편소설로, 막 사랑을 배워가는 이들의 예민하고 풋풋한 정서를 존 그린 특유의 위트와 통찰로 담아낸 작품이다.
머리는 똑똑하지만 사랑에는 서툴기 그지없는 한 소년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과 자아를 찾아가는 이 유쾌한 여정은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미국도서관협회가 최고의 소설로 선정하고, 북리스트, 혼북, 커커스 등 공신력 있는 수많은 서평 매체들이 앞다투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존 그린의 대표작이 드디어 한국의 독자들을 찾아왔다.
열아홉 살 콜린은 오늘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다시' 가열차게 차였다. 캐서린이라는 이름의 여자만 보면 사랑에 빠지는 천재 소년 콜린은, 캐서린이라는 이름의 여자들에게 매번 차였고, 오늘로 무려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것이다. 어릴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며 자랐지만 어째서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영 신통치가 않은 것인가.
콜린은 더 이상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사랑을 수학 공식으로 만들어버리기로 결심한다.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친구 하산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하며 실연의 아픔을 잊고, '사랑의 공식'이라는 일생일대의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 길을 떠난 콜린. 그의 사랑은 정말 그래프와 공식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철학 한입 더 - 철학자 편, 데이비드 에드먼즈, 나이절 워버턴, 열린책들
철학 팟캐스트 <철학 한입philosophy bites>에서 방송한 250여 편의 대화 중에서 서양 철학을 이끌어 온 위대한 사상가에 대한 대화 27편을 엮은 책으로, 지난 2012년 국내에 출간된 『철학 한입』의 뒤를 잇는다.
소크라테스적 대화법부터 데카르트의 코기토, 흄이 서양 철학사에서 가지는 의의, 칸트의 형이상학, 헤겔의 변증법, 비트겐슈타인, 존 롤스, 자크 데리다까지 그들의 생각 중 가장 짜릿한 부분만을 골라 보여 주고 있다. 출연자들은 쉽고 구체적인 언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전달하며,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진행자 나이젤 워버턴은 대화가 활력을 잃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질문을 이어 간다.
2007년 영국에서 시작된 철학 팟캐스트 <철학 한입>은 인터넷 시대에 철학이 대중과 만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그 방법은 단순했다. 매회 흥미로운 철학적 주제를 하나 정하고, 그 주제의 전문가를 초청해 대화를 나눈 것이다.
마이클 센델, 피터 싱어, 마사 누스바움, A. C. 그레일링 등 현시대 최고의 철학자들이 15분 정도의 짧고 밀도 높은 철학적 대화에 흔쾌히 응했다. 이들은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 신은 존재하는지, 정의란 무엇인지 등 온갖 철학적 주제들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문자로는 전하기 힘든 생생한 현장감과 유머 감각, 철학에 대한 열정을 청취자들에게 전달했다. 청취자들은 폭발적인 반응으로 답했다.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식공작소
20세기 유럽 최고의 인문주의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회고록.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일부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아 출간하는 개정판이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 책에서 1914년, 유럽에서 설마설마했던 전쟁이 어떻게 어이없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는 "이성에 맞는 단 하나의 이유, 단 하나의 동기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20세에 시집 <은빛 현>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1920년대와 1930년대에 걸쳐 전 유럽에 수백만의 독자를 가지고 있던 유명 작가였다. 그가 활동하던 오스트리아 빈은 1900년을 기점으로 이 무렵까지 프랑스의 파리와 함께 문화와 예술의 용광로 같은 역할을 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작가 로맹 롤랑,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휘자 브루노 발터 등 다양한 예술가, 학자들과 친교를 맺으면서 그의 정신세계를 심화시켰다. 그는 이 회고록에서 그 세계적 거인들과의 만남의 순간을 상세히 기록하며 시대의 풍경을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