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2015-008.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 가이도 다케루 (권일영 역, 위즈덤하우스, 2007)

0. 엔터테인먼트 소설에 감상을 할 재주가 없으니 주저리주저리 잡담 + 책 소개. 평점은... 3.5인데 3과 4밖에 선택되지 않아 조금 아래인 3으로.

1. 난 웬만학 책들은 추천받아 읽는데(주관이 뚜렷하지 않아서이다), 이 책을 어디서 추천받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즐겨 찾는 책 블로그에서 검색해봐도 나오는 포스트가 없다. 아마 역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수상작을 찾다가 독서계획목록에 넣어놓은 듯하다. 목록을 만들던 때가 대학생 때인 `12년도이니, 작년(`14년)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만난 건 엄청난 우연이라 할 수 있겠다. 어쩌다가 눈에 띄어 집어들게 된 책.

2. 딱히 이 책을 집어들 이유는 없었다. 1월에 <차브>와 <시적 정의>에서 불살라버린 내 뇌를 식히기 위해서 쉬운 책이 필요했을 뿐이다. 책상 위의 서랍장을 여니 흥미 위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지 않다. (책이 앞뒤 2단으로 보관되어 있어 당장은 앞에 있는 책밖에 보이지 않는다) 에드 맥베인은 지금 읽기 조금 거시기하고, 미야베 미유키는 너무 길고(모방범, 솔로몬의 위증>, 테드 창은 어렵고, 존 스칼지는 시리즈의 앞권을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볍게 볼 요량으로 선택한 책이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되시겠다.

3. 수상경력을 보면 화려하다. 우선, 그해 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상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 주간문춘 선정 `2006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10`에서 3위 차지. 그해 4위가 히가시노 게이고였다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검색해보니 드라마도 제작되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대체로 엔터테인먼트에 중점을 주는데, <바티스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데뷔한 엔터테인먼트 신인 작가의 작품 가운데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4. 스토리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옮겨온다. 도조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에는 미국에서 초빙한 외과 조교수 기류 교이치가 이끄는 바티스타 수술 전문 팀이 있다. 바티스타 수술이란, 확장형 심근증을 치료하기 위한 방식 가운데 하나. 비대해진 심장을 잘라내 작게 만든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대담한 치료법으로, 수술은 어렵고, 리스크는 크다. 성공률은 평균 60퍼센트. 그러나 도조대학의 바티스타 수숱 팀은 수술 성공률 백퍼센트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세 차례 연속 바티스타 수술 실패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 불명의 수술 사고가 반복되는 사태에 위기감을 느낀 다카시나 병원장은 외래 책임자인 다구치에게 내부 조사를 의뢰한다. 과연 이 사망사고는 의료 과실인가, 의도된 살인인가!

5. 기대했던 것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엄청 좋아했는데, 지금 보니 정통 미스터리보다 무거움이 덜하다.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장르 특성상 그 가벼움은 어찌할 수 없다지만 이야기를 꿰뚫는 이야기의 본질이나 트릭 등은 정통 미스터리에 비해 다소 부실한 편이다. 흠, 이건 당연한 걸까? 하지만 즐기는 독서 입장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지도. 마지막 트릭을 향한 논리싸움에는 독자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작중 인물의 생각만 들어간 점이 매우 아쉽다. 전직 외과의여서인지 수술 묘사 등이 강점이고 전문 의료용어가 독자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오게 만들었다는 것, 전체적인 가벼움 속에 무거움(의료계 내 권력투쟁, 맹점,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게의 대처 등)을 잘 녹인 건 칭찬할 만하다.

6. 엔터테인먼트 소설답게 캐릭터가 강점이다. 부정수소외래 만년강사 다구치와 후생노동성 괴짜 공무원 시라토리의 조합은 꽤나 흥미롭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사는 듯한 시라토리가 답답한듯 다구치에게 쏘아대는 장면은 엄청난 유우머를 자랑한다. 이 커플의 케미가 돋보였는지 <바티스타> 이후로도 <나이팅게일의 침묵>, <제너럴 루주의 개선>의 후속편 두 편이 출간되었다. (후자는 절판되었다) <바티스타>는 전체적으로 아쉬웠지만 다구치-시라토리 조합이 기대되니, 후속편을 찾아봐야겠다. 아, 일드도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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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읽는 책 - 스토너 (존 윌리엄스, RHK, 2014)

간만에 읽는 쌔삥 신간소설이다. 사실 큰 기대 없이 산 책이다. 알라딘 블로거 베스트셀러 1위에 있길래, 강남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냉큼 집어왔다. 소개를 보면 별다를 게 없는 소설이다. 농부의 아들 윌리엄 스토너가 농업을 공부하기 위해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지만 문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영문학도의 길을 걷는다는 내용이다. 특별할 것 없는 한 남자의 인생을 진실하고 강렬하게 표현한다...고 책 뒤에 소개가 쓰여 있다. 그런 즉슨, 별 특이한 이야기는 없이 그냥 한 남자의 평이한 삶이 쭉 이어져 보인다는 뜻이겠다. 그래서, 책을 살 때에는 흥미가 매우 돋았지만 한번에 7권을 들여놓으니 이 책은 아웃 오브 안중이 되었다. (물론 나머지 6권도 옆에 쌓아만뒀지, 같은 처지)

그러던 중, 오랜만에 소설리스트에 접속했더니 소설리스트가 주목한 소설들에 <스토너>가 떡하니 있네.(링크 : http://sosullist.com/archives/4714) 게다가 별점은... 오마이갓, 네 명 중  세 명이 다섯 개, 나머지 하나는 4개다. 이토록 엄청난 소설이었다니. 김슬기 씨는 <스토너>의 평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러니까 내가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것 뿐. 아무런 의심도 하지 말고, 다만 이 책의 첫 장을 넘길 것. 고요한 방과 부드러운 불빛과 넉넉한 시간을 준비하고서.˝

엄청나. 이건 그 어떤 마케팅 문구보다 가슴에 와닿는다. 소설리스트의 영향은 생각보다 크구나아-. <스토너>는 이 자체로서 문학의 힘에 바치는 찬가이며, 슬프고 고독한 삼라들을 위한 따뜻한 위안이라고, 또 책 뒤의 광고문구를 빌린다. 빨리 읽기보다는 한 장 한 장 글자를 맛보며 읽는 책일 성싶다. <작가란 무엇인가>와 함께 천천히 곱씹으며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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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초를 핫하게 달구었던 책을 드디어 꺼내들었다. 이번에 <작가란 무엇인가> 2, 3권이 발매되어서 그 기념으로 펴는 것이다. 워낙 좋다는 평이 많아서 언젠가 꼭 읽어야지 했는데, 출간된 지 1년만에 겨우 펴게 되었으니, 역시 게으름과 생각없는 책 지름은 나쁘다. (허영심과 만족감만 줄 뿐이다) 2권과 3권은 전자책으로도 발매되었지만(교보문고 샘에도 있다는 게 기적) 종이책은 소장용이고, 가볍게 돌아다닐 때에는 샘으로 읽을 예정이다. 권당 3,300원의 가격밖에 지불하지 않는 셈이지만 난 책을 살 예정이니 출판사에서 봐주겠지... 참, 출판사는, 정말 사랑하는 `다른` 출판사.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이나 <철학의 13가지 질문> 등, 손꼽는 책들을 내준 곳이다.
1권에서 다루는 작가를 소개해보자면...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쿤데라, 카버, 마르케스, 헤밍웨이, 포크너, 포스터, 이렇게 12명이다. 세보니 오르한 파묵과 마르케스, 포스터의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고 나머지 작가들도 많아야 두 권? 내가 이 책을 읽을 자격이나 있나 싶다. 하긴, 그 작가를 좋아해야만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소설가 김연수가, 삼십 대 초반 <파리 리뷰_인터뷰>라는 책을 읽고 그제서야 자신이 되고자 하는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고 하니, 책이 자못 기대가 된다. <작가란 무엇인가> 세트를 모두 읽고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을 찬찬히 읽어볼까나. 요즘 머리가 복작복작하니 하루에 한 작가씩 읽을 예정이다. 아, 오랜만에 소설로 돌아오니 너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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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있지 않은 책들이지만, 개중 정말 읽고 싶은데 여러 이유로 무서워서 못 읽는 책들이 있다. 아니, <아들러 심리학>에 의하면 무섭다는 건 핑계고 사실 읽기 싫어하는 건가... 어쨌든, 그렇다. 몇 분은 이 글에 공감하실지도? 아... 아니신가요? 저만의 착각인가요??? ㅠㅠㅠ



농담 - 밀란 쿤데라


아마 밀란 쿤데라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이 책이 뭐가 무서워서 못 읽는다는 말인가, 수준낮은 독서하면서 나대지 마라고 하실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나에게 쿤데라는 정말 넘기 힘든 벽이다. 내가 접한 쿤데라의 첫 책이 <불멸>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불멸>은 그해 읽은 가장 난해한 소설이었다. 난 역시 단순무식한 일직선 스토리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멍청이인가 보다.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던 대학생 시절, 한 50쪽 읽다가 덮은 기억이 있는 <농담>이기에 더더욱 무섭다. 한번 포기한 책은 다시 펴기 쉽지 않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의 열렬한 팬(아니, 팬이 아니라 니체'빠'다)인 친구는, 니체의 책 중에 이책만큼 쉽고 재밌는 책이 어딨냐며 이 책을 펴지 못하는 나를 나무랐다. 이 친구는 독어를 부전공해 차라투스트라를 원서로 읽었댄다. 문장 하나하나를 해석해놓은 원서를 빌려준다는 친절함을 뒤로 하고, 호평이 자자한 책세상판 니체 전집 중에서 차라투스트라를 샀건만. 양장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민음사판으로 재구매했다. 그렇다고 내용이 바뀌는 건 아니다... 히틀러는 초인을 지멋대로 해석했는데 도스토예프스키작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의 사상과 일치한다. (물론 이 해석은 틀렸다) 나도 내멋대로 초인을 해석하고 히틀러나 라스콜리니코프꼴이 날까봐 무섭다.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의 얼굴을 차지할 정도로 흥미롭다는 소설인데, 무서운 이유는 너무 길어서. 3권이나 되는 방대한 양의 장편소설은 요새 잘 읽지 않을 뿐더러 민음사 세계문학 특유의 길고 두꺼운 판형은... 정말 이 판형은 10년이 지나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두꺼운 책일수록 손에 잘 잡히지 않는데, 이 세트에서 그 특징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728쪽 민음사판 <에마>의 압박에 비할 바는 못된다... 진짜 엄청난 책) 톨스토이야 워낙 이야기를 재밌게 쓰는 작가이니, 단순히 길이의 압박에 책을 쉬이 잡을 수 없다.



레 미제라블 - 빅토르 위고


애증의 세트가 아닐 수 없다. 내 기억엔 장 발장 이야기로 가볍게 기억되는 책이었다. '13년 초 영화로 이야기를 접하고서는 이 책은 전체 이야기를 모두 읽어야 해! 하며 어떤 출판사 책을 살까 한참 고민했더랬다. 민음사와 펭귄클래식이 최종 후보였는데, 펭클은 <두 도시 이야기>에서 받은 안 좋은 판형의 이미지가 있어 결국 민음사 패밀리세일에서 가져왔다. 결과론적으로는, 실수다. 역시 위의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이유인데, 너무 두껍고 길다. 펭클 책이라고 얇지는 않지만 그나마 판형이 작아 읽을만 할텐데... 게다가 더 클래식 버젼으로 전자책도 있으니, 오호, 통재라. 민음사 책은 웬만하면 얇은 책만 사는 걸로 -_-

















자본론 공부 - 김수행 /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임승수 / 돈의 철학 - 게오르그 짐멜


한 인친이 지하철에서 자본론 관련 책을 읽다가 어느 할아버지께 쌍욕을 먹었단다. 하, 나도 분명 런 소리를 듣겠군... 사회학에 지식은 전무하지만 부의 재분배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현재의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가 갖는 맹점을 파헤쳐보고자 자본론이나 사회주의, 공산주의 관련된 책을 몇 권 가지고 있다. 진영논리가 다시금 팽배해진 요즘, 이런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엄청난 손가락질과 욕을 받을 수 있는데... 그래도 지금이 8, 90년대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이전에는 언급만 해도 끌려갈 참이었으니... 앞의 두 권은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주위의 시선이 무서워서 쉬이 펴지 못하고, 마지막 <돈의 철학>은... 내용도 어렵거니와 1,092쪽에 달하는 무거운 양장본이기에 작정하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펴야 하기에 두렵다.




21세기 자본 - 토마 피케티


한참 피케티 열풍이 불었다. 겉으로의 여파는 채 반년을 못 갔지만... 그때는, 책 좀 읽는다~ 싶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책을 산 것 같다.(흐음, 나만 그런 건가?) 잘 읽지 않고 폼으로만 놔두는 베스트셀러의 전형적인 조건을 다 갖춘 책일 것이다. 아마존에서 전자책의 북마크 위치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얼마나 책을 읽었는지 통계를 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사놓고 읽지 않는 책 2위에 올랐다. 그말인즉슨, 800쪽(한국판 기준) 중 100쪽밖에 안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다는 거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책을 읽기에 내 지식도, 참을성도 너무 모자랄 성싶다. 아니, 그러면 비싼 돈 주고 왜 산거야? 왜기는. 그놈의 허세 때문이다. 남들 사는 건 다 사야 직성이 풀린다. 에잇, 이 몹쓸 버릇.




금요일엔 돌아오렴 -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황정은의 글을 읽다가 펑펑 운 이후로, 29살의 건장한 청년은 이 책을... 울 것 같아서 무서워서 쉬이 펴지 못하고 있다. 할 말은 없다.











아니, 이 양손잡이라는 놈은 내용도 좋은데다가 읽기도 재밌는 책들을, 이렇게 못 읽는 책에 올려놓고 불평불만만 하다니 독서력이 한참 떨어지는 놈팽이구만! 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맞다. 한 해에 100권 정도의 책을 읽지만 어려운 책은 없고 500쪽이 넘는 책도 없다. 흥미 위주의 책만 읽는 기회주의자! 하지만 즐기는 독서가 최고이지 않은가. 많이 읽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많이 배우는 걸 목표로 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계획은 틀어져야 미덕이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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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면서, 직업에 대해 친구, 후배와 함께 대화를 나눴다. 후배는 입사한 지 1년이 조금 안된 친구로, 21살 꽃다운 나이다. 물론 그 꽃은 군대에서 약간 시들겠지만, 여튼, 아직 눈이 맑고 피부가 탱탱한 친구다. 반면 나와 친구는 20대의 마지막 해를 맞이해 눈이 흐리멍텅해지고 고집이 세지고 기억력도 나빠진다. 하아, 세월에 한탄을.

후배에게 군대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기회가 되면 꼭! 회사를 관두고 공무원으로 재취직하라고 했다. (공무원을 비하하는 건 아냐!) 후배 입장에선 기분나쁠 얘기다. 후배가 고등학교 졸업해서 바로 입사한 회사가 삼성전자다. 그래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좋은 회사인데, 여기에 오려고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을까. 취업의 문이 비교적 넓은 대졸자보다 피터지게 했을 것이다. 이제 막 회사에서 날개를 펴려는 찰나, 형들이 저런 맥빠지는 소리나 해대는 것이다. 후배는 분명, 형들이 참 한심한 소리나 한다며 코웃음쳤을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역시 머리에 똥만 찬다는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요기잉네, 이러면서.

뭐, 나도 그랬다. 대학 졸업 시즌(파릇파릇한 25세 청년)에, 작은 어머니께서 졸업 전에 공무원 시험 열심히 준비해 9급이라도 취직하라고 조언해주셨다.(이것도 공무원 비하가 아냐!) 기가 찼다. 돈 몇천 내면서 대학에서 힘들게 공부했더니, 전공(화학공학)과는 상관없는 공무원 준비나 하라고? 그당시만 해도 학과에서 배우던 계산과 설계가 재밌었다. 반드시 내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리라! 내 이름으로 플랜트를 설계하고 건설하리라! 라는, 지금와서는 박주영이 따봉하는 소리를 되뇌었다. 물론 그로부터 몇 년 후, 역시 어른의 눈은 정확하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아니, 아직도 체험 중이야.

일기장엔 이것저것 불평이 엄청 많은데 그냥 이정도로 끝낸다. 여튼, 어차피 꿈없이 회사에 다닐 바엔 비교적 업무 강도가 낮은 공무원이나 하는 게 낫다는 게 회사 친구들의 중론. 나중의 내 모습이, 지금 우리가 그렇게 욕하는 상사가 될까봐, 그리고 똑같은 방식으로 후배들에게 욕을 먹을까봐, 그게 두렵기도 한 듯. 서울대생들이 공무원 시험본다고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그들이 왜 그 선택을 했는가 고민하고 모두 반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꿈을 팔아 돈을 버는 느낌이다. 미래의 더 나은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고민하는 건, 나뿐만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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