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서, 직업에 대해 친구, 후배와 함께 대화를 나눴다. 후배는 입사한 지 1년이 조금 안된 친구로, 21살 꽃다운 나이다. 물론 그 꽃은 군대에서 약간 시들겠지만, 여튼, 아직 눈이 맑고 피부가 탱탱한 친구다. 반면 나와 친구는 20대의 마지막 해를 맞이해 눈이 흐리멍텅해지고 고집이 세지고 기억력도 나빠진다. 하아, 세월에 한탄을.

후배에게 군대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기회가 되면 꼭! 회사를 관두고 공무원으로 재취직하라고 했다. (공무원을 비하하는 건 아냐!) 후배 입장에선 기분나쁠 얘기다. 후배가 고등학교 졸업해서 바로 입사한 회사가 삼성전자다. 그래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좋은 회사인데, 여기에 오려고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을까. 취업의 문이 비교적 넓은 대졸자보다 피터지게 했을 것이다. 이제 막 회사에서 날개를 펴려는 찰나, 형들이 저런 맥빠지는 소리나 해대는 것이다. 후배는 분명, 형들이 참 한심한 소리나 한다며 코웃음쳤을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역시 머리에 똥만 찬다는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요기잉네, 이러면서.

뭐, 나도 그랬다. 대학 졸업 시즌(파릇파릇한 25세 청년)에, 작은 어머니께서 졸업 전에 공무원 시험 열심히 준비해 9급이라도 취직하라고 조언해주셨다.(이것도 공무원 비하가 아냐!) 기가 찼다. 돈 몇천 내면서 대학에서 힘들게 공부했더니, 전공(화학공학)과는 상관없는 공무원 준비나 하라고? 그당시만 해도 학과에서 배우던 계산과 설계가 재밌었다. 반드시 내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리라! 내 이름으로 플랜트를 설계하고 건설하리라! 라는, 지금와서는 박주영이 따봉하는 소리를 되뇌었다. 물론 그로부터 몇 년 후, 역시 어른의 눈은 정확하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아니, 아직도 체험 중이야.

일기장엔 이것저것 불평이 엄청 많은데 그냥 이정도로 끝낸다. 여튼, 어차피 꿈없이 회사에 다닐 바엔 비교적 업무 강도가 낮은 공무원이나 하는 게 낫다는 게 회사 친구들의 중론. 나중의 내 모습이, 지금 우리가 그렇게 욕하는 상사가 될까봐, 그리고 똑같은 방식으로 후배들에게 욕을 먹을까봐, 그게 두렵기도 한 듯. 서울대생들이 공무원 시험본다고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그들이 왜 그 선택을 했는가 고민하고 모두 반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꿈을 팔아 돈을 버는 느낌이다. 미래의 더 나은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고민하는 건, 나뿐만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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