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음과 불의 노래>(이하 얼불노)는 누구나 안다. 처음 소개됐을 때처럼 마이너한 소설도 아니고, 판타지라는 이름 아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펼치는 소설도 아니다. HBO에서 정말 멋진 판타지 드라마로 탈바꿈시켰다. 원작의 제목인 '얼음과 불의 노래'보다 오히려 드라마 제목인 '왕좌의 게임'이 더 유명하다.


  얼불노가 국내 출간 20주년을 맞이해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표지가 원서의 멋들어진 그것으로 바뀌었고, 번역자가 바뀌었다. 번역자가 바뀐 게 왜 중요하느냐. 나처럼 번역본으로만 읽은 사람들은 의아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4부(기선정 역)의 번역이 완전 개똥이어서 3부까지 번역을 맡았던 서계인 씨가 다시 펜을 잡아 나온 번역판을 환영했다. 하지만 서계인 씨가 번역한 여태까지의 내용도 엉망이었다니, 놀랄 노자다. (나무위키 참고)


  처음 저 문서를 봤을 때 정말 놀랐다. 그렇게 재밌게 읽었던 작품이었는데 원작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읽고 있었다니. 가장 충격적인 건, 1부 초반에 자이메(제이미)가 브랜을 창문에서 밀어버리는 장면이었다. 내가 가장 먼저 읽었던 번역판에서 자이메는 '난 이런 일이 너무 재미있어(위키 참고)'라고 말한다. 하지만 원서는 'The things I do for love'이다. 사랑을 위해서 하는 일들, 대충 이렇게 번역된다. 번역자는 저 한 마디로 자이메를 개쓰레기 사이코패스로 만들어버렸다. 이외에도 많은 오역들이 있는데, 위키에서 이 내용들만 읽어도 하루 반나절은 걸릴 것 같다. 읽다 보면 내가 정말 같은 책을 읽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번역서보다 차라리 원서를 읽으세요, 라고 인터넷에서 많이들 말해주었다. 2009년, 상병 시절에 집에 부탁해 얼불노 원서 1권을 부대에 들여왔다. 연등 시간을 이용해 하루에 한 챕터, 아니 열 쪽씩... 그렇게 한 100쪽을 읽다 지쳐버렸다. 결국 얼불노는 덮고 해리포터를 폈다.(그나마 해리포터도 2권 중간에서 멈췄다) 2012년에 얼불노 5부 <드래곤의 춤>이 막 발간되었을 때도 원서를 욕심냈다. 이번엔 제대로 시작해보고자 다섯 권의 페이퍼백을 모아둔 세트를 주문했다. 이 세트는 몇 주 뒤 모니터 받침이 된다.


  총 7부로 기획된 이 장편소설을 결국 읽기는 해야 했다. 예전부터 읽어온 시리즈기 때문이다. 2013년 5부가 막 나왔을 때 앞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침 크레마 샤인을 사서 이번엔 전자책을 샀다. 2부까지는 어찌어찌 넘겼는데 3부부터는 답이 안 나와 결국 때려치웠다.


  그리고 올해 다시 읽는 중이다. 5월부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말이다. 올해 책이 잘 안 읽히는 건,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얼불노가 원인이라 생각한다.


  2007년에 처음 얼불노를 접했다. 무려 4권짜리의 긴 이야기였지만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1부의 충격적인 사건(주인공인 줄 알았던 인물의 목숨이 뎅강-)은 지금 읽어도 어안이 벙벙하다. 아니, 1부가 왜 4권이냐고? 구판으로 양장본 두 권이 아니라?


  아니, 처음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얼불노는 이런 책이었다. 반양장으로 4권짜리 시리즈고, 구판의 구판으로는 2부까지 번역되었다. 맞다. 나 이거 팬 부심 부리는 거다. 엣헴.


  군대 전역 후 한 달만에 4부 까마귀의 향연까지 모두 본 기록이 있다. 다시 읽어도 재밌는 소설. 복학하기 전 잉여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불어준 소설. 다 합해서 만 쪽 정도 되는 분량이었지만 그때만큼은 정말 웨스테로스에 빠져 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얼불노가 드라마화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학생 시절 신문에서 <반지전쟁>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큼 기뻤다. 이 방대한 양의 서사시를 어떻게 티비 안에다 녹일까? 독자의 뒤통수를 세게 때리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표현될까? 아더는? 드래곤은? 에다드 스타크 역의 션 빈을 보고 아, 정말 캐스팅 한번 잘했다고 속으로 감탄했다.


  그렇게 얼불노는 전파를 탔고,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게 된다. 막 드라마가 나올 때 한 친구에게, 얼불노 드라마가 나오니 원작도 읽어봐라, 웅대한 서사시의 에픽 판타지다,라고 말했을 때, 그는 판타지라는 단어에 기겁을 하며 자기는 그런 책은 안 읽는다고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판타지가 아닌데, 주인공이 검기로 몇 만의 병사를 쓸어버리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물론 이 친구는 나중에 얼불노(드라마)의 광팬이 되었다.


  난 유행에 잘 반응하지만 그러지 않은 척하는 약간 이상한 성격을 가졌기에, 드라마 1부가 끝나고 나서야 챙겨봤다. 헌데 게임을 하면서 옆에 드라마를 켜놔서 그런지, 영 재미가 없다. 이미 소설에서 본 내용이라 이야기는 충격적이지 않고, 눈은 게임 화면을 보느라 아름다운 영상을 보지 못하고... 그렇게 드라마 얼불노를 멀리 보내고 말았다. 지금까지도 말이다. 나중에 집을 얻으면 가장 먼저 얼불노 블루레이 세트를 살 거다.


  번역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잡담이 길었다. 이번 번역자는 이수현 씨로, F/SF 쪽에서는 알아주는 번역자라고 한다. 단어를 잘못 쓰거나 문장이 아예 바뀌고 내용이 통째로 빠지거나 인물을 완전히 잘못 묘사한 구작과는 달리 깔끔한 번역이라고 한다. 다만 몇 장을 읽어보니 문장이 조금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원작의 어조를 최대한 살려서일까? 또한 익숙한 영어 단어들이 한글로 번역됐다. 구판으로 시작한 나에게 너무 어색한 부분이다. 마치 빌보 배긴스를 골목쟁이네 빌보로 읽었을 때와 같달까.


  결과적으로 원작 훼손 수준인 구판과 비교하면 아주 양호하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다만 똑같은 출판사(은행나무), 원서 한 권이 번역본 두 권으로 되면서 가격이 배가 된 점, 20주년 개정판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음에도 반양장으로 나온 점들이 지적받고 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원작을 읽지 못했던 나에겐 구작이라도 감지덕지였는데, 이번 개정판이 아주 기대가 된다. 이제 1부가 출간되었고 2부는 2017년 5월 출간 예정이란다. 그렇다면 3부는 2018년이라는 소리다. 으어어... 너무 멀다. 지금 2부 후반부를 읽는 중이고 곧 3부로 넘어갈 예정인 나에겐 이 소식은, 그냥 울며 겨자먹기로 지금의 번역을 쭉 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동안 영어 실력이 확 느는 것도 아니고. 고민이다. 차라리 영어 공부를 할까? 그런데 난 해리포터도 못 읽잖아. 나는 안될 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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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20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국내에 번역된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지 않았어요. 집중력이 딸려서 시리즈 완독을 하지 못해요. ^^

양손잡이 2016-07-20 22:27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못 읽었어요ㅠㅠ 6부부터 몰입이 안되더라구요... 죽기 전에는 읽어야겠됴 ㅎㅎ

별이랑 2016-07-2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구판을 까마귀~ 까지 소장하고 있어서 개정판은 패쓰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저리 극단적으로 뒤바뀌는 번역인줄 몰랐어요. 세상에나.....
저 역시 이상한 번역 말고 제대로된 글 읽고 싶네요.
양손잡이 님,
구판을 이미 읽어보셨다니, 혹시 개정판을 다시 읽으신다면 꼭 비교 리뷰 부탁드려요.

양손잡이 2016-07-20 22:29   좋아요 0 | URL
이제 1부밖에 번역이 안돼서 고민 중이에요. 이제 곧 3부로 넘어가야 하는데 ㅠㅠ

Bakzze 2017-01-2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왕들의 전쟁도 개정판이 나오는군요!!! 늦게!!! ㅎㅎㅎ 잘 봤습니다!

양손잡이 2017-01-27 19:36   좋아요 0 | URL
네 늦게 ㅠㅠ 아예 한번에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아쉽습니다. 까마귀의 항연 나오면 1부부터 차례대로 구매하려고 합니다 ㅎㅎ
 

012.

0. 기대보다 너무 실망스럽게 다가온 책이어서, 이 실망감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1. 분명히 읽은 기록은 있으나 기억에는 없는 책이다. 5년 전인 대학교 졸업반 시절에 읽었다. 책 표지도 기억난다. 한참 독후감을 남기던 때에 글씨 한 자도 남기지 않았다.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데 왜 머리에 하나도 남지 않았을까.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그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에 세상이 훤희 뜨이는 느낌을 받을까?

2. 5년 동안 다시 읽은 책이 딱 세 권 있다. <화성 연대기>는 감상은 없지만 두번 모두 너무나 재밌고 감명깊게 읽었다. 두번째 감상이 더 장황했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도 좋았다. 웬만하면 재독을 하지 않는 가벼운 독자인 나에게 여러번 읽는 책은 뜻깊었다. <앵무새 죽이기>만 빼고.

3. 사회적 소수자를 어린이의 천진한 시점에서 따듯하게 그린 이야기...인데, 이미 이런 주제로 쓰인 책이 많이 나왔다. 소설이라는 특징상 주제가 우회적으로 드러나지만, 역사나 논픽션을 통해 다뤄지는 이야기가 더 충격적이고 인상깊다.

4. 소설은 단순히 이야기만 파악하는 게 아닌, 소설이 쓰였던 시간, 공간 배경을 함께 읽어야 진짜 읽기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 책을 재미없게 읽은 이유는 소설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능력이 부족해서이다.

5. 소설을 통틀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역시 제목이다. 왜 <앵무새 죽이기>인가? 소설 중간을 보면 언뜻 힌트가 보인다.

젬과 스카웃은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가 사냥총을 주면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앞서 맞힐 수 있다면 쏘고 싶은 만큼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고 한다. 아이들은 모디 아줌마에게 그 이유를 묻는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앵무새는 남에게 해가 되지 않고, 소수의 차별 받는 이들도 남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기에 미워할 필요가 없다, 는 도식일까? 어치새와 앵무새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위 글귀만 봐서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지 안 끼치는지다. 그럼 이 기준은 결국 인간이 만든 게 되고, 같은 맥락으로 사람을 가르는 기준도 누군가 만들고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 책의 주제가 소외된 소수인을 향한 아름다운 시선이라고 한다면, 그외의 이들은 - 가령 폭력적인 범죄자는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할까. 그들은 어치새인가, 앵무새인가?

6. 역시 텍스트를 해석하는 능력이 달리면 이모양이 된다. 여러분 공부하세요...

7. 젬은,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이, 그냥 사람들만 있다는 스카웃의 말에, 사람들끼리 서로 비슷하다면 왜 그렇게 서로를 경멸하는 거냐고 반문한다. 자기도 네 나이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면서. 젬은 과거의 이상적인 생각이, 나이를 먹고보니 틀리다고 말하는 셈이다. 젬은 아버지가 흑인을 변호하는 일이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톰 로빈슨이 석연치않은 유죄선고를 받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런 젬이 저런 말을 하다니. 현실을 알았기에 더욱 노력해서 편견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럴수밖에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뜻?

8. 책을 덮은 후 느낀 실망감은, 책이 아니라 나 때문이다. 공부와 생각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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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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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쌓이고 있다. 여기저기.

책이 쌓이고 있다. 책상 위 작은 책장, 두 칸짜리 간이 책꽂이, 침대 아래 큰 물건을 두는 공간, 이제는 침대에까지 몇단의 책이 있다. 잠결에 뒤척이다 무릎을 책 모서리에 콕 찍히는 때면 무진장 아프다. 분수에 맞지 않게 책이 너무 많으니 어제 다 읽나라는 부담감, 능력이 달리는 데에서 오는 자괴감도 있다.

물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책을 모두 정리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어느 때는 다 없애버리고 싶다가도 며칠 뒤면 아까운 내 책, 하며 다시 끌어안기 일쑤다. 결국 서점에서 간혹 눈에 띄던 정리에 관한 책을, 계획에도 없는데 펴게 되었다.


물건은 내가 아니야.

저자는 왜 정리해야 하는지부터 설파한다. 눈에 띄고 와닿는 것만 한가지 소개하자면, 자신의 가치는 가진 물건의 합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어요, 책장을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모든 분야에 폭넓은 관심이 있고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죠. 이렇게나 많이 갖고 있으니까요. 이해하지 못할망정 어려운 책도 읽고 있다니까요. 나는 특별난 것 없이 내면에는 이만큼 풍부한 지식이 들어 있어요. 나는 지적이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에요. (책에서 인용)

저자가 말한 것처럼 책장을 통해 나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의도가 0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되팔 책을 고를 때 고전문학이나 있어보이는 책을 의도적으로 남기기 일쑤다. 또한 독서로 쌓은 지식은 책꽂치에 꽂힌 권수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안 읽은 책이 많아지니 지식을 쌓고 교양을 키우기 위해 책을 펴는 게 아니라 그저 기록을 남기고 쌓인 책을 모두 없애고자 하는 욕심만 남게 되었다. 택배가 도착해 책이 쌓이면 당장은 좋다. 재밌어 보이니 이것부터 읽어야지 하는데, 사실 그것도 얼마 가지 않는다. 새책, 더 많은 책을 바란다. 독서가가 돼야 하는데, 의미없는 장서가만 됐다. 욕심은 죽지 않고 계속 자라난다.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저자는 실질적인 버리기 팁도 전수한다. 책의 목차를 참고하면 되겠는데, 그중 인상깊은 몇가지만 가져온다.

-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 실제로 버리기 작업보다 버리려는 결심이 더 어렵다
- 일년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버려라
- 남의 눈을 의식해 갖고 있는 물건은 버려라
- ‘언젠가’라는 미래를 위해 물건을 보관하지 마라
- 아직도 설레나?

6종류와 24종류의 잼을 파는 가게가 있다. 어느 가게 장사가 더 잘될까? 많은 선택지를 주는 후자라 생각이 드는데, 반대로 전자의 매출이 더 높다고 한다. 선택지가 많다면, 내가 고르지 않은 다른 선택이 더 좋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잼의 법칙이다. 물건이 많으면 선택지가 많고, 잼의 법칙에 따라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낸다.

요컨데, 너무 큰 욕심 때문에 행복이 떠나간다. 내가 물건을 사용하는지, 반대로 물건이 나를 사용하는지 모를 정도라면 한번쯤은 소유를 상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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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습니다.
며칠 전 예약구매알림이 떠서 카버의 <대성당>과 함께 주문하고 잊었는데, 오늘 알라딘에서 택배가 온다는 문자를 보고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오늘따라 고되고 긴 근무를 마치고 방금 퇴근하는 길에 택배를 찾아왔습니다.

택배 상자가 묵직합니다.
분명 한 권밖에 없을텐데.
예약특전이라도 들었나 싶었네요.
방에 와서 상자를 열어보니 웬걸 ㅋㅋㅋ
1340쪽짜리 흉기가 들었습니다 ㅋㅋㅋ
종이도 얇고 글씨도 작아요.
근데 이 두께라니, 우리 의원님들께서 정말 고생이 많으셨단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필리버스터 이후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많아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지만 필리버스터를 통해 좋은 초선•재선 의원분들을 알아가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나저나 이 책은 언제 다 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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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2016-011.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오랜만에 읽는 일본 소설이다. 자의로 고른 책은 아니다. 독서 동호회에서 <문구의 모험>을 읽으려다가 너무 두껍다는 이유로 바뀌었다. 회장님이 교보문고에 돌아다니시다가 즉석해서 고른 책이다. 비채 출판사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최신간이기도 하다. 직전에 나온 <골든 애플>부터 찬찬히 읽어보려 했던 시리즈여서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무엇이든 배달한다는 모토를 가진 가타기리 주류점이 무대다. 원래는 술을 취급하는 곳이었는데, 아버지로부터 가게를 받은 아들은 돈 되는 일을 하나라도 늘이고자 물건 배달도 시작한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를 프롤로그로 시작해, 본편에서는 이상한 배달업무를 맡는다. 인기 절정 여자 아이돌에게 케잌을 선물해달라는, 아주 수상쩍은 의뢰, 어디 있는지 모르는 엄마에게 뭔지 모를 모형을 배달해달라는 어린 아이의 의뢰, 자신을 미워하고 괴롭히는 악질 상사에게 악의를 전하고 싶다는 의뢰. 배달 업무를 하면서 주류점 주인 가타기리는 그가 잊었던,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자신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드는 것을 알아챈다.


일본 소설, 그리고 잡화를 다루는 가게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조곤조곤한 일본 소설 특유의 문장과 서술, 묘사가 돋보인다. 진중한 이야기가 주가 아니기에 페이지도 금세 넘어가는 편이다.


쉽게 읽힌다는 장점을 빼고는 단점이 너무 크게 보인다. 소설은 총 다섯 장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이것들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각 장은 독립적인 이야기로 그 안에서 완결되는 형식이다. 등장한 소재들이 뒤에 다시 등장하여 미스터리한 프롤로그를 마무리한다. 전체를 만들기 위해 탑처럼 아래부터 이야기를 쌓는데, 결정적으로 각 이야기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소소한 감동도 없고 터져나오는 교훈도 없다.


등장인물들은 가끔 서로의 조언을 구하며 언뜻 선문답 같은 대화를 한다. 정상에 위치한 여자 아이돌은 물건 배달을 온 가타기리에게 대뜸, 지금의 성공적인 삶과 엄마와의 평범한 인생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묻는다. 이에 가타기리는 그렇게 묻는 자체가 어느정도 결심한 것이 아니냐며 다소 오글거리고, 어쩌라고 반문이 드는 답을 한다. 병원에서 간호사와 나눈 대화, 오키나와 해변을 보면서 드는 생각, 손자를 위해 몰래 선물을 보내는 할아버지의 행동, 분명 무언가 담겨 있는데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모양새다. 전체로는 마지막을 위한 포석 느낌의 이야기들인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는 게 문제다. 결말로 닿는 사이의 완급조절도 실패한 인상이다.


가타기리 사장 본인의 이야기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아쉽다. 분명 매력적인 인물임에도(초강력 츤데레) 묘사가 충분했다면 더 정감가는 인물이 되었으련만. 그의 과거를 흐릿하게 표현할 거면 단호하나 격정적이었어야 했다. (주류점의 전 사장인 아버지 이야기가 없어서 더욱 아쉽다) 무뚝뚝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이 깊고 정이 많은 인물은 분명하지만(후세이 아줌마와의 대화는 정말 정겹다)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다 쓰고 보니… 하나 엉뚱한 생각이 드는데. 가타기리는 문제의 해결사가 아니다. 단순한 배달원일 뿐. 배달이라는 행위에서 수신자와 발신자 각 주체가, 배달되는 물건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각자의 몫이리라. 내내 철저히 배달원- 즉 타인의 입장에 서 있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 가타기리도 배달의 일부가 되어 자신의 과거를 딛고 일어서는 점이 이야기의 변곡점이라 해야 할까. 이것 또한 유치찬란에 오글거리기는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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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16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구의 모험>이 두껍다고요? 그 책 정도면 양호한 편인데 사람마다 책의 분량에 대한 인식이 다르군요. ^^;;

양손잡이 2016-03-16 15:57   좋아요 0 | URL
376쪽이면 쬐끔 두꺼운 편이긴 한 것 같아요. 2주 동안 이만큼 읽을 능력들이 안되는 사람들이 모이기고 했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