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0. 기대보다 너무 실망스럽게 다가온 책이어서, 이 실망감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1. 분명히 읽은 기록은 있으나 기억에는 없는 책이다. 5년 전인 대학교 졸업반 시절에 읽었다. 책 표지도 기억난다. 한참 독후감을 남기던 때에 글씨 한 자도 남기지 않았다.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데 왜 머리에 하나도 남지 않았을까.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그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에 세상이 훤희 뜨이는 느낌을 받을까?

2. 5년 동안 다시 읽은 책이 딱 세 권 있다. <화성 연대기>는 감상은 없지만 두번 모두 너무나 재밌고 감명깊게 읽었다. 두번째 감상이 더 장황했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도 좋았다. 웬만하면 재독을 하지 않는 가벼운 독자인 나에게 여러번 읽는 책은 뜻깊었다. <앵무새 죽이기>만 빼고.

3. 사회적 소수자를 어린이의 천진한 시점에서 따듯하게 그린 이야기...인데, 이미 이런 주제로 쓰인 책이 많이 나왔다. 소설이라는 특징상 주제가 우회적으로 드러나지만, 역사나 논픽션을 통해 다뤄지는 이야기가 더 충격적이고 인상깊다.

4. 소설은 단순히 이야기만 파악하는 게 아닌, 소설이 쓰였던 시간, 공간 배경을 함께 읽어야 진짜 읽기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 책을 재미없게 읽은 이유는 소설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능력이 부족해서이다.

5. 소설을 통틀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역시 제목이다. 왜 <앵무새 죽이기>인가? 소설 중간을 보면 언뜻 힌트가 보인다.

젬과 스카웃은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가 사냥총을 주면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앞서 맞힐 수 있다면 쏘고 싶은 만큼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고 한다. 아이들은 모디 아줌마에게 그 이유를 묻는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앵무새는 남에게 해가 되지 않고, 소수의 차별 받는 이들도 남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기에 미워할 필요가 없다, 는 도식일까? 어치새와 앵무새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위 글귀만 봐서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지 안 끼치는지다. 그럼 이 기준은 결국 인간이 만든 게 되고, 같은 맥락으로 사람을 가르는 기준도 누군가 만들고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 책의 주제가 소외된 소수인을 향한 아름다운 시선이라고 한다면, 그외의 이들은 - 가령 폭력적인 범죄자는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할까. 그들은 어치새인가, 앵무새인가?

6. 역시 텍스트를 해석하는 능력이 달리면 이모양이 된다. 여러분 공부하세요...

7. 젬은,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이, 그냥 사람들만 있다는 스카웃의 말에, 사람들끼리 서로 비슷하다면 왜 그렇게 서로를 경멸하는 거냐고 반문한다. 자기도 네 나이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면서. 젬은 과거의 이상적인 생각이, 나이를 먹고보니 틀리다고 말하는 셈이다. 젬은 아버지가 흑인을 변호하는 일이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톰 로빈슨이 석연치않은 유죄선고를 받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런 젬이 저런 말을 하다니. 현실을 알았기에 더욱 노력해서 편견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럴수밖에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뜻?

8. 책을 덮은 후 느낀 실망감은, 책이 아니라 나 때문이다. 공부와 생각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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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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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쌓이고 있다. 여기저기.

책이 쌓이고 있다. 책상 위 작은 책장, 두 칸짜리 간이 책꽂이, 침대 아래 큰 물건을 두는 공간, 이제는 침대에까지 몇단의 책이 있다. 잠결에 뒤척이다 무릎을 책 모서리에 콕 찍히는 때면 무진장 아프다. 분수에 맞지 않게 책이 너무 많으니 어제 다 읽나라는 부담감, 능력이 달리는 데에서 오는 자괴감도 있다.

물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책을 모두 정리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어느 때는 다 없애버리고 싶다가도 며칠 뒤면 아까운 내 책, 하며 다시 끌어안기 일쑤다. 결국 서점에서 간혹 눈에 띄던 정리에 관한 책을, 계획에도 없는데 펴게 되었다.


물건은 내가 아니야.

저자는 왜 정리해야 하는지부터 설파한다. 눈에 띄고 와닿는 것만 한가지 소개하자면, 자신의 가치는 가진 물건의 합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어요, 책장을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모든 분야에 폭넓은 관심이 있고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죠. 이렇게나 많이 갖고 있으니까요. 이해하지 못할망정 어려운 책도 읽고 있다니까요. 나는 특별난 것 없이 내면에는 이만큼 풍부한 지식이 들어 있어요. 나는 지적이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에요. (책에서 인용)

저자가 말한 것처럼 책장을 통해 나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의도가 0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되팔 책을 고를 때 고전문학이나 있어보이는 책을 의도적으로 남기기 일쑤다. 또한 독서로 쌓은 지식은 책꽂치에 꽂힌 권수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안 읽은 책이 많아지니 지식을 쌓고 교양을 키우기 위해 책을 펴는 게 아니라 그저 기록을 남기고 쌓인 책을 모두 없애고자 하는 욕심만 남게 되었다. 택배가 도착해 책이 쌓이면 당장은 좋다. 재밌어 보이니 이것부터 읽어야지 하는데, 사실 그것도 얼마 가지 않는다. 새책, 더 많은 책을 바란다. 독서가가 돼야 하는데, 의미없는 장서가만 됐다. 욕심은 죽지 않고 계속 자라난다.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저자는 실질적인 버리기 팁도 전수한다. 책의 목차를 참고하면 되겠는데, 그중 인상깊은 몇가지만 가져온다.

-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 실제로 버리기 작업보다 버리려는 결심이 더 어렵다
- 일년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버려라
- 남의 눈을 의식해 갖고 있는 물건은 버려라
- ‘언젠가’라는 미래를 위해 물건을 보관하지 마라
- 아직도 설레나?

6종류와 24종류의 잼을 파는 가게가 있다. 어느 가게 장사가 더 잘될까? 많은 선택지를 주는 후자라 생각이 드는데, 반대로 전자의 매출이 더 높다고 한다. 선택지가 많다면, 내가 고르지 않은 다른 선택이 더 좋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잼의 법칙이다. 물건이 많으면 선택지가 많고, 잼의 법칙에 따라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낸다.

요컨데, 너무 큰 욕심 때문에 행복이 떠나간다. 내가 물건을 사용하는지, 반대로 물건이 나를 사용하는지 모를 정도라면 한번쯤은 소유를 상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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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습니다.
며칠 전 예약구매알림이 떠서 카버의 <대성당>과 함께 주문하고 잊었는데, 오늘 알라딘에서 택배가 온다는 문자를 보고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오늘따라 고되고 긴 근무를 마치고 방금 퇴근하는 길에 택배를 찾아왔습니다.

택배 상자가 묵직합니다.
분명 한 권밖에 없을텐데.
예약특전이라도 들었나 싶었네요.
방에 와서 상자를 열어보니 웬걸 ㅋㅋㅋ
1340쪽짜리 흉기가 들었습니다 ㅋㅋㅋ
종이도 얇고 글씨도 작아요.
근데 이 두께라니, 우리 의원님들께서 정말 고생이 많으셨단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필리버스터 이후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많아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지만 필리버스터를 통해 좋은 초선•재선 의원분들을 알아가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나저나 이 책은 언제 다 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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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2016-011.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오랜만에 읽는 일본 소설이다. 자의로 고른 책은 아니다. 독서 동호회에서 <문구의 모험>을 읽으려다가 너무 두껍다는 이유로 바뀌었다. 회장님이 교보문고에 돌아다니시다가 즉석해서 고른 책이다. 비채 출판사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최신간이기도 하다. 직전에 나온 <골든 애플>부터 찬찬히 읽어보려 했던 시리즈여서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무엇이든 배달한다는 모토를 가진 가타기리 주류점이 무대다. 원래는 술을 취급하는 곳이었는데, 아버지로부터 가게를 받은 아들은 돈 되는 일을 하나라도 늘이고자 물건 배달도 시작한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를 프롤로그로 시작해, 본편에서는 이상한 배달업무를 맡는다. 인기 절정 여자 아이돌에게 케잌을 선물해달라는, 아주 수상쩍은 의뢰, 어디 있는지 모르는 엄마에게 뭔지 모를 모형을 배달해달라는 어린 아이의 의뢰, 자신을 미워하고 괴롭히는 악질 상사에게 악의를 전하고 싶다는 의뢰. 배달 업무를 하면서 주류점 주인 가타기리는 그가 잊었던,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자신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드는 것을 알아챈다.


일본 소설, 그리고 잡화를 다루는 가게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조곤조곤한 일본 소설 특유의 문장과 서술, 묘사가 돋보인다. 진중한 이야기가 주가 아니기에 페이지도 금세 넘어가는 편이다.


쉽게 읽힌다는 장점을 빼고는 단점이 너무 크게 보인다. 소설은 총 다섯 장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이것들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각 장은 독립적인 이야기로 그 안에서 완결되는 형식이다. 등장한 소재들이 뒤에 다시 등장하여 미스터리한 프롤로그를 마무리한다. 전체를 만들기 위해 탑처럼 아래부터 이야기를 쌓는데, 결정적으로 각 이야기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소소한 감동도 없고 터져나오는 교훈도 없다.


등장인물들은 가끔 서로의 조언을 구하며 언뜻 선문답 같은 대화를 한다. 정상에 위치한 여자 아이돌은 물건 배달을 온 가타기리에게 대뜸, 지금의 성공적인 삶과 엄마와의 평범한 인생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묻는다. 이에 가타기리는 그렇게 묻는 자체가 어느정도 결심한 것이 아니냐며 다소 오글거리고, 어쩌라고 반문이 드는 답을 한다. 병원에서 간호사와 나눈 대화, 오키나와 해변을 보면서 드는 생각, 손자를 위해 몰래 선물을 보내는 할아버지의 행동, 분명 무언가 담겨 있는데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모양새다. 전체로는 마지막을 위한 포석 느낌의 이야기들인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는 게 문제다. 결말로 닿는 사이의 완급조절도 실패한 인상이다.


가타기리 사장 본인의 이야기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아쉽다. 분명 매력적인 인물임에도(초강력 츤데레) 묘사가 충분했다면 더 정감가는 인물이 되었으련만. 그의 과거를 흐릿하게 표현할 거면 단호하나 격정적이었어야 했다. (주류점의 전 사장인 아버지 이야기가 없어서 더욱 아쉽다) 무뚝뚝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이 깊고 정이 많은 인물은 분명하지만(후세이 아줌마와의 대화는 정말 정겹다)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다 쓰고 보니… 하나 엉뚱한 생각이 드는데. 가타기리는 문제의 해결사가 아니다. 단순한 배달원일 뿐. 배달이라는 행위에서 수신자와 발신자 각 주체가, 배달되는 물건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각자의 몫이리라. 내내 철저히 배달원- 즉 타인의 입장에 서 있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 가타기리도 배달의 일부가 되어 자신의 과거를 딛고 일어서는 점이 이야기의 변곡점이라 해야 할까. 이것 또한 유치찬란에 오글거리기는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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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16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구의 모험>이 두껍다고요? 그 책 정도면 양호한 편인데 사람마다 책의 분량에 대한 인식이 다르군요. ^^;;

양손잡이 2016-03-16 15:57   좋아요 0 | URL
376쪽이면 쬐끔 두꺼운 편이긴 한 것 같아요. 2주 동안 이만큼 읽을 능력들이 안되는 사람들이 모이기고 했구요 ㅠㅠ
 

기억나지 않음 - 찬호께이, 한즈미디어


<13.67>의 작가 찬호께이의 신작. 시간 순서로 보면 <13.67>(2014)보다 3년 전인 2011년 대만에서 발표됐고, 이 작품으로 제2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받았다. 단지 여행과 쇼핑의 천국으로만 생각했던 홍콩에서, 그리고 미스터리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홍콩에서 놀라운 이야기 세계를 펼친 홍콩의 추리작가 찬호께이의 재능을 이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1인칭 화자로 진행되는 주선율의 이야기는 사실상 하루에 벌어지는 일이고, 각 장 뒤에 ‘단락’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어느 시간의 이야기가 짧게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등장한다. 주선율 이야기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나’는 어느 날 아침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깨어난 후 지난 6년간의 기억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작품은 마술처럼 독자의 눈을 어지럽히면서 펼쳐지고, 작가는 교묘하게 독자들을 함정에 빠뜨리면서 그들의 추측과 경악마저 완벽하게 장악한다. 이런 능력은 교묘한 플롯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설계 능력으로 이어진다. 또한 그는 이해력과 고도의 글쓰기 능력을 활용해 21세기 본격추리라는 새로운 용어와 창작 방법에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작가의 머릿속에 자발적으로 떠오른 창작이라기보다 자신의 재능 일부를 활용해 타이완에 상륙한 21세기 본격추리라고 할 수 있다.




비상 경보기 - 강신주, 동녘


철학자 강신주가 <경향신문> 지면 등을 통해 우리 이웃들의 삶을 옥죄는 지금 여기의 위기를 직면하고 경보했던 글들을 60개로 추려내 새로 다듬고 엮어 한데 묶은 책이다. 저자의 책 가운데 가장 직접적으로 이 체제와 우리의 삶을 인문정신으로 가늠한다. 동서양의 철학을 종횡하고, 문학과 역사를 끌어와 지금 여기를 구체적으로 직면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철학자가 지금 여기에 울리는 경보들을 글로 담아 모았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 모두가 권위와 억압을 딛고 바로 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누군가가 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내가 나를 대변하는 것으로서의 원칙적 민주주의다. 외적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노예가 아닌 주인의 삶, 온전히 내가 나일 수 있게 하는 인문 정신의 강조다.

또한 내가 아닌 너에 대한 의무를 말하는 사랑이 인문정신의 핵심이라고 갈파한다. 나만이 주인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너 역시 주인이 되는 것, 우리 모두가 자유로운 상태가 되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야 말로 인문학이 늘 생생하게 살아 있을 수 있는 근거일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늘 강조하는 사랑과 자유는 나와 너 모두가 주인이 되는 것, 그리고 그들이 함께하는 원칙으로서의 민주주의인 셈이다.




세월호, 그날의 기억 - 진실희 힘 세월호 기록 팀, 진실의힘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10개월 동안 방대한 기록과 자료들을 분석해, 세월호 안과 밖에서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급격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해 10시 30분 침몰할 때까지 101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생하게 재현했다. 배가 급격히 기울어졌을 때 조타실 상황과 승객들의 모습,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도주한 선원들의 대화, 해경 경비정에 옮겨 탄 선원과 해경의 대화, 그 후 해경이 지휘부에 보고한 내용, 사고 소식을 들은 청해진해운이 감추려 했던 장면 등을 눈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단원고 최덕하 학생의 최초 신고를 받은 해경 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해서 세월호가 침몰할 때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현장 구조 세력과 교신하며 지휘한 해경 수뇌부는 무엇을 했는지도 세월호 사건 수사 및 공판 기록, 해경 지휘부와 구조 세력의 교신 내역, 영상 등을 분석하여 퍼즐 맞추듯 구성했다. 서로 구명조끼를 챙겨 입히고, 약한 사람들을 먼저 배 밖으로 내보내고, 사력을 다해 구조 요청을 하고, 서로 이름을 부르며 공포의 시간을 견딘 승객들의 마지막 모습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았다.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 에멀린 팽크허스트, 현실문화


20세기 초 영국에서 '서프러제트'로 불리는 전투적 여성참정권 운동을 이끈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자서전.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수십 년간 제자리걸음이었던 여성참정권 문제를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냈고, 남성과 동일한 한 표를 갖는 우리 시대 '여성'의 모습을 최초로 빚어냈다고 평가받는다. 불평등한 사회를 바꿔내는 전략에 대해 현재 한국사회에 유효한 참조점을 제공하는 책이다.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차별받는 사람들이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고자 한다면 선한 권력자의 호의에 기대서는 안 되며, 직접 나서 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 억압과 차별을 상기시키며,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왜 종종 과격한 전략을 펴는지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내면 보고서 - 폴 오스터, 열린책들


회적이고 세련된 감수성, '우연의 미학'이라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 놀라운 상상력을 갖춘 작품들을 발표하며 전 세계 지적인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우리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꾼 폴 오스터. <내면 보고서>는 폴 오스터가 자신의 유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의 기억들을 탐사하며 그의 내면이 성장해 온 궤적들을 특유의 아름다운 산문으로 복원해 낸 회고록이다. 

그의 세계관을 형성한 가장 원형적인 체험들부터 부인이 된 여자 친구와 주고받은 연애편지까지, 오스터 자신의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기록들이 집약되어 있다. 일정한 연대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연상 작용에 따라 떠오르는 기억의 단상들을 하나씩 발굴해 나가는 이 독특한 형식의 회고록을 통해, 어린 시절 오스터의 풋풋하고 섬세한 내면을 탐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디어 존, 디어 폴 - 폴 오스터, J.M. 쿳시, 열린책들


폴 오스터와 J. M. 쿳시의 서간집. 앞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일본, 스웨덴, 폴란드, 헝가리, 덴마크, 터키, 이란 등 10여 개국에서 출간되며 수많은 독자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우연의 미학'이라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재담가 폴 오스터와 서구 문명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과 탁월한 상상력으로 2003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J. M. 쿳시. 두 사람의 만남은 세간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삶의 비극에서조차 유머를 발견하는 다정함과 지치지 않는 열정을 겸비한 오스터와 10년간 그가 웃는 것을 단 한 번 보았을 뿐이라고 동료가 진술할 만큼 진지하고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인 쿳시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노년에 접어든 두 작가는 편지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논하며 깊은 우정을 나눈다. 

<디어 존, 디어 폴>은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쿳시의 사생활과 생생한 육성을 담고 있으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때로 남모를 고충을 겪은 오스터의 인간적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중소사업장의 근로자와 사용자를 위한 단 한권의 노동법 - 정종희, 시대의 창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개혁 법안이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근로의 조건을 규정하는 법안의 큰 틀이 바뀌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노동개혁 5대 법안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노동법'에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누구나 알아야 할 노동법을 저자가 현장 실무에서 느끼고 배운 경험을 토대로 실무와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풀어쓴 책이다.

저자는 노동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근로기준을 '근로시간', '임금', (기타) '근로조건'으로 나눠 설명한다. 더불어 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해 80여 개의 표를 수록해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왔다. 난해한 학설과 법률 대신 수록한 이 표에는 계산 과정까지 담겨 있어, 노동법의 실제를 수월하게 파악하고 간결하게 이해하며 명확하게 적용할 수 있다. 저자는 취업규칙을 예시하여 내용을 전개하고, 마지막에 노동법의 법원에 대해 해설하여, 법의 취지와 목적 그리고 지향하는 바에 대한 내용까지 담아냈다.




게코스키의 독서편력 - 릭 게코스키, 뮤진트리 (개정판)


세계적인 희귀본 서적상이자 장서가, 독서광으로 이름 높은 릭 게코스키의 ‘내 인생의 책들’. 게코스키는 삶의 각 단계에서 자신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사적인 도서 목록을 소개한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T. S. 엘리엇의 <황무지>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고전도 있지만, 동화책과 탐정소설, 의학서까지 자신이 ‘개인적으로’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한 책들을 키워드로 삶 전체를 회고한다. 

한 사람의 독서 경험 속에는 그 사람의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 속에는 저자의 코흘리개 시절부터 나중에 장성한 아들과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노년기까지 총망라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책들이 언급되는데, 이 책들은 그 시절의 게코스키를 호명한다. 곧, 그 책들과 그 독서 경험이 과거의 나, 현재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수준 높은 성찰과 매 순간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 짓게 하는 고도의 유머 감각과 글쓰기 솜씨는 읽는 이를 ‘게코스키 마니아’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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