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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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6)

1. 유일하게 전작을 읽은 작가인데 이상하게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실망하게 되는 작가, 김영하. 직전에 읽은 소설 <빛의 제국>을 구시대적이고 뻔한 소설이라 평할 정도였다. 그래도 산문 삼부작 중 <보다>는 나름 재밌게 읽어서(비록 씨네21에 연재된 글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웠지만) 이번 산문집 <여행의 이유>는 꽤나 기대했다. 게다가 ‘알쓸신잡’에서 보여준 여행을 대하는 태도는 기대감을 더 크게 해주었다.

2. 여행 에세이 붐을 부른 책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김병률 시인의 <끌림>이다.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을 호들갑떨지 않고 시인답게 차분하고 단정하게 읊조린다. 직업과 일을 대하는 태도과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요즘, 여행 에세이의 유행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있었던 온갖 일을 유쾌하게 풀어놓으며 방구석에서 온세계를 여행하는 느낌을 들게 해준다니까.

3. 그런 면에서 <여행의 이유>는 여타 여행 에세이와는 완전히 다른 책이다. 이전의 에세이들은 일상에서 벗어난 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풀어놓고 거기에서 얻은 약간의 사유를 말했다. 반면 <여행의 이유>는 작가 본인의 여행 이야기보다 여행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 새로운 경험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내용으로 차 있다.

4.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_65쪽, 데이비드 실즈의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재인용

여행을 떠나서 숙소의 새하얀 침구류를 보면 마음에 위안을 받는다. 깔끔하고 새로운 것에서 안정감을 받기도 하겠지만, 일상과 완전히 분리된 다른 공간에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행을 떠남으로써 일상에서 분리되는 게 아니라, 온갖 상처와 슬픔, 회한이 가득 투영된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다소 전도적인 상상을 해볼 수 있다.

5. 여행의 본질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작가는 ‘알쓸신잡’에서의 경험을 말한다. 여행지에서 돌아다닌 건 자신과 다른 출연자지만 총체적으로 여행을 한 사람은 결국 시청자다. 방송 출연자 각자는 자신이 경험한 일만 기억하지만, 일관된 맥락으로 편집된 방송을 본 시청자가 온전한 여행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믿을만한 정보원을 통해 여행을 대신하는 탈여행이다. 비경험의 대가(?) 피에르 바야르는 이렇게 말한다.

> 자기 속에 타자의 관점을 지니는 것, 그 대상이 장소일 경우 그것은 전통적으로 여행과 결합된 경험 - 전능의 환상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 에 대립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는 이 경험을 우리는 탈여행이라 명명할 수 있을 터. _ 114쪽, 피에르 바야르의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에서 재인용

작가는 여행은 여행자 본인의 경험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타인의 경험담과 온갖 정보를 통해서 하나의 맥락으로 갖춰지는 법인 셈이다. 온갖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여행 정보서와 에세이가 아직 사라지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여행 에세이를 또 내고 싶다는 욕심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농담)

6. 오디세오스가 키클롭스에게 관종짓하는 내용과 여행자의 자기정체성을 연결짓는 부분은 꽤나 감탄했다. <보다>처럼 재치넘치는 크로스오버였다. 하지만 책의 모든 핵심 메세지들이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다. 작가가 말빨이 좋아도 조금 식상한 편이다. 물론 새로운 메세지를 던져야만 좋은 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고루함을 깰만한 번뜩임이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여행의 이유>에는 이 번뜩임 보이지 않았다. 200쪽 중에 갈무리할만한 문장이 한 줄도 없다는 것이 방증이다.

7. 만약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책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아무 생각없이 비행기를 타고 사진을 찍던 경험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소 자기계발스럽고 뻔한 메세지지만, 일상에서 소소한 일을 발견하고 나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 오랜만에 피에르 바야르의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희안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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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지 않고서야
김현경 외 지음 / 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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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

> 취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말들이 많아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또 취하고, 한참을 취하고 나서야 늦게, 보고 싶다는 말을 짧게 남겨요. 올여름 비가 내리는 날에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면 좋겠어요.

요새 계속 가벼운 글을 선호하게 된다. 아무래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안에서 그려진, 무거운 역사에 한없이 끌려다니는 작은 존재인 우리를 비춰보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자주 마시지는 않는다. 사실 타인과 부대끼는 것도 별로다. 아이러니하게 술자리는 좋아하는 편이다. 어차피 거기서는 다들 모두 오락가락한 정신으로 하하호호 아무 걱정 없이 웃고 떠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로 술자리를 가지거나 술김에라도 본심을 털어놓을만한 친구가 없는 건 조금 슬프다.

술은 근육을 말그대로 녹인다고 하니 운동과 다이어트를 하는 내게는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술을 많이 마시면 건강이 나빠지는 건 자명한 일, 술을 그렇게 좋아라 하는 저자들이 걱정된다. 허나 술자리가 그리워지면 언제든 지인들을 부른다니 부럽기도 하다. 술은 낭만적이니까! 맨정신의 세상과 술에 얻어맞아 맛탱이가 간 세상은 색과 온도와 향이 다르니까.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탐구(?)하는 이들이 부러울 뿐이다.

독립출판물에서 메이저 출판으로 넘어온 책이다. 그러다보니 독립출판의 짙고 고독한(?) 감성이 꾹 담겨있다.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감정을 잘 끊어서 나쁘지는 않다. 간혹 와닿는 문장들은 아래에 옮겨봤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고 술자리에서 향긋한 분위기를 맡을 수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김혼비의 신작 <아무튼, 술>도 읽어보고 싶다.


> 나는 사실 술은 별로 안 사랑하고 너네만 사랑해. 물론 술도 좋지. 맛 좋고 쓰고 시원한데 실은 술이 좋아서 술을 마신다기보다 술을 마신 우리가 좋은 거다.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땐 느낄 수 없는 더운 숨을 가진 서로의 촘촘한 간격, 따뜻한 눈빛, 내가 좋아하는 헐렁한 네 표정, 아무것도 못 숨기는 나, 한껏 진지하고 가볍고 쉽게 울고 웃는 그 모든 순간이.

> 공덕동 막걸리는 학교에서 마시던 생명공학 어쩌고 하는 막걸리보다 분명 맛있었을 테지만, 어쩐지 그날만큼은 맛이 없었다. 공덕동 막걸리가 슬펐다. 공덕이라는 지명마저 미웠다. 예전처럼 선배들이 “이번에 나온 그 영화 봤어? 진짜 명작이야. 그 장면도 봤지? 사실 그 감독이 어떤 영화 팬이라 오마주한 장면인데.” 하며 설명해주길 바랐다. “요즘 무슨 책이 인기가 많아?”라고 물어주길 기대했다. 잊혀간, 하지만 또렷이 기억하는 대학생 때 그렸던 꿈 따위의 단어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그 누구의 입에도 담기지 못한 채 뭉뚱그려졌다. 이제는 해서는 안 될 이야기였다. 그날의 공덕동 막걸리는 너무 맛이 없어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두 게워냈다.

> 술을 좋아한다는 건 사람을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술도 좋고 사람도 좋아서 그 사람과 마시는 술이 맛있으면 좋겠고 곁들인 안주도 맛있으면 좋겠다. 서로가 만족스럽게 취해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의 틈이 좁혀지면 더더욱 좋겠다. 내가 당신들과 함께 마시고 취하기 위해 이렇게나 노력한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이건 내가 진짜 당신들을 좋아해서 그러는 거다.

> 눈이 예쁜 걸 아는데 그 예쁜 걸 바라보려면 술을 마셔야 했다. 오늘도 곁눈질하듯 힐끔힐끔 바라본 눈은 참 예뻤다. 술기운에 살짝 촉촉해진 것 같아서 더 예뻤다. 뽀얀 조명이 눈동자에 부딪혀 ‘반짝’ 하고 쏟아졌다.

> 장미 흐드러진 초여름엔 조금 염치없이 사람을 좋아해도 된다.

> 취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말들이 많아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또 취하고, 한참을 취하고 나서야 늦게, 보고 싶다는 말을 짧게 남겨요. 올여름 비가 내리는 날에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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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19 5호 - Vol.5 : 일상이 권력에게 묻다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5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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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

유독 안 읽히는 5호였다. 권력이라는 주제가 철학, 인문학이 아닌 사회학의 의미로 다가와서 인가 싶다. 하지만 읽을수록 곱씹을 만한 글들이 많았다. 특히 김민섭의 글은 그의 책을 보고 싶게 만들었다(유명한 저자이지만 아직 안 읽었다. 부끄...)

특히 매 호마다 주제에 대한 단상을 적은 부분은 참 좋다. 맨 마지막의 책 소개도 항상 한두 권씩은 건질만하다.

> 푸코가 보기에 1757년과 1840년 사이에 일어난 일은 역사의 진보가 아니라 권력의 이동에 불과했다. 다시 말하면 직접적인 폭력으로 국민을 통치했던 왕의 절대권력이 ‘판옵티콘‘으로 대표되는, 좀 더 은근한 형태의 권력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마음대로 인간의 사지를 찢을 수 있었던 권력은 이제 대중의 마음을 조종해 순응하도록 만들 수 잇는 힘의 형태로 모습만 바꾼 것이다. 왕이 군중 앞에서 죄수의 신체를 망가뜨렸다면, ‘인간적인‘ 감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죄수의 ‘영혼‘을 파괴했다.
> _21쪽,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패트릭 스톡스, 디킨 대학교 철학과 교수

> 미디어 거물들이 사건이나 토픽을 선별적으로 보도해서 얻는 권력도 이런 종류에 해당할까요?
> 그렇죠. 정치란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이권이 발생하는 장인데, 대개의 사람들은 각자의 이권을 지키거나 증진시키려고 노력합니다. 만일 우리의 이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보의 흐름을 통제할수 있다면, 협박을 가하지 않고도 정보를 통제하는 또 다른 종류의 권력을 행사하는 셈이지요.
> _100쪽, ‘권력의 세 가지 차원‘, 스티븐 룩스, 뉴욕 대학교 사회학 교수

> ˝법은 멀고 OO은 가깝다˝라는 문장에서 OO에는 흔히 ‘주먹‘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사실 저기에는 ‘일상 권력‘이라는 단어가 더욱 적합하다. 헌법이라는 최상위의 가치보다도 오히려 내 주변에 있는 규약이나 정관 한 줄이 더욱 무섭기 마련이고, 그것을 근거 삼아 일상을 통치하는 작은 권력자가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 _144쪽, ‘지금, 당신의 몸도 가해자일 수 있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 <권력에 관한 생각>
> 거대 권력은 거의 언제나 거대한 악이다. _레티샤 엘리자베스 랜던
>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_유베날리스
> 인간의 본성을 알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주라. _프랜시스 트리벨리언 밀러
> 권력을 남용하지 마라. 왕궁의 하인들을 올바르게 대하라. 태양 앞에서 정당하게 행동하라. _길가메시 서사시
> 사람들이 권력에 주목한다는 사실이 바로 권력의 문제다. _리다 그린
> 권력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권력의 목표는 권력이다. _조지 오웰
> 정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_마오쩌둥
> 힘없는 삶은 아무것도 아니다. _프리드리히 니체
> _106,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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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재 - 자기만의 책상이란 얼마나 적절한 사물인가 아무튼 시리즈 2
김윤관 지음 / 제철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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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

가볍게 읽기 두번째 시간으로, <아무튼, 서재>를 폈다. 저자는 목수다.

서재라니, 몇년째 원룸에 가까운 곳 - 학교 기숙사, 고시원, 군대 막사, 회사 기숙사, 오피스텔 - 에만 살아와서 방에 구역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책상 바로 옆에 침대가 있고, 주방과 책장, 옷장이 한 곳에 뒤죽박죽 섞여 있으니 도무지 책 읽기도 글쓰기도 집중할 수가 없다. 의지박약과 집중력 부족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지만 은근히 공간은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온전히 한 작업만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텐데. 저자에게 그곳은 서재이고, 나도 마찬가지다.

서재 안에는 뭐가 있어야 할까. ‘서‘ 자가 책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내게는 읽을 책이 가장 중요하다. 헌데 책을 보관할 책장은, 뭐 그냥 책을 꽂거나 보관할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책만큼이나 책장도 강조한다. 한국의 애서가들조차 책에만 집중할 뿐 책장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책에 담긴 내용만큼 책이라는 형식을, 그리고 책을 담는 육체와도 같은 책장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허나 책장 부분을 읽어도 딱히 와닿지는 않는다. 책장은 서재에 들어갈 가구 중에 가장 최하순위일 수밖에 없다. 책장은 책이 몸을 누이는 곳이지만 사람인 내가 몸을 맡기는 것은 책상과 의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목수로서 버지니아 울프의 선언을 빌려 말하자면 이렇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한 가지 의견, 즉 인간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책상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책상 파트를 읽고서는 내 책상을 봤다. 통일성도 없고 무언가 뺴곡히 쌓여 있지만 내용은 부실하고 빈약하다. 그러다보니 뭔가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서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이 드물다. 그저 공간만 차지하는 곳이 된 것이다. 필요없는 물건을 치우고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말짱 도루묵이다. 더 넓은 책상을 사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에 이르렀지만 여러 물건들을 박아둔 내 방에 큰 책상은 어불성설이다. 난 이 부분에서 눈물을 머금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의자. 기숙사에서 나와 오피스텔로 나온 날, 가장 먼저 고른 가구는 의자이고, 가장 비싸게 준 가구도 의자였다. 의자의 중요성은 누구든 잘 알고 있다. 방에 들어와서 서 있거나 잠을 잘 때가 아니면 결국 엉덩이를 붙이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의자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든 게임을 하든 편안해야 하는데, 의자는 이에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의자에 선뜻 큰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가격이 낮은 물건도 얼마든지 있지만 품질이 좋을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지 체어를 권한다. 검색해보니 일반 의자보다 조금 낮고 다리를 올려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추천하는 제품을 검색해보니 오마이갓 가격이 100 단위네... 게다가 이지체어는 지금 책상과 높이도 맞지 않아 함께 바꿔야 한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방 안 가구의 배치 또한 모두 변경해야 한다. 이렇게 욕심을 부리다보면 더 넓은 집을 원하게 되고 대출을 받고 이자를 내고 월급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렇게 나는 망하겠지...

하지만 내가 진짜 필요하다면, 그리고 내 주관과 취향의 깊이가 있다면 돈이 더 들더라도 넓은 공간과 좋은 가구를 마련하겠다. 럭셔리와 사치는 다르다. 럭셔리는 돈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 취향에 현명하게 돈을 사용할 줄 아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전에 돈이 많아야 한다고는, 바로 앞에서도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안될 거야...

어째 책을 읽다보니까 돈을 쓰고 싶고, 이케아가 가고 싶고, 럭셔리보다 사치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일기 비슷한 독서노트를 쓰고나니 묘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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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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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

80년생인 내게 꽤나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었다. 80년생이 온다, 같은 제목의 책은 없었는데, 나는 초등학교 영어수업도 없었는데, 뭔가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 회사에서 이제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한참 주역으로 일하고 있으니 과연 그들과 나 사이에는 어떤 벽이 있을지 궁금했다.

표지가 꽤나 깜찍하고 글씨체도 둥글둥글, 가벼워 보이는 책이었는데 내용은 꽉 차고 은근히 어려운 세대론에 가깝다. 1990년생이 올해 딱 서른 살이 되니, 그들이 직업을 가지고 주 소득원이 있으며 사회의 주 소비층이 되는 지금 적절한 책인 것 같다.

저자는 현재의 청년층- 즉 90년생이 자라오면서 겪어온 사회적 이야기(2000년 후반 미국 모기지론 사태, 9급 공무원 선호,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사회, 모바일 기술의 발달)와 그들의 특징(간단, 재미, 병맛, 정직을 추구)을 주루룩 언급한다. 뒤이어 이들이 기업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지를 말한다. 회사에서 90년생을 어떻게 관리하고 미래의 주 소비층을 맞이하는 시장 지형의 변화를 말한다.

책은 길게 늘려 쓴 <트렌드 코리아> 느낌이다. 책을 읽다보면 90년생만의 특징보다는 현재 20~40대의 문화와 소비 양식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가 보인다. 그러니까, 이 책은 90년대생을 이해하려고 쓰인 책이 아니다. 지금 사회 트렌드가 어떻고 거기에 맞춰 뭔가 시도해보려는 이들에게 어울린다. 90년대생이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맞아, 우리가 이런 특징이 있지, 하면서 깨달음을 얻지는 않을 거란 말이지. 90년생이 책에 공감하는 게 아니라,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하는 책이다. 문유석 판사의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는 말처럼 몇년생, 무슨무슨 세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70, 80, 90년대생들이 성인이 되는 길목에 뭔가 큼지막한 사건이 하나씩 있다는 것이다. 70년생은 민주화 운동, 80년생은 IMF와 인터넷, 90년생은 모기지론 사태와 아이폰 출시다. 이처럼 사회의 큰 변곡점이 우리의 생각과 사고의 뼈대를 바꾸었을지도 모르겠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더니 참 신기한 격언이 아닐 수 없다.

이제 00년생이 20살이다. 회사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참 신기하다. 10년 후에는 00년생이 온다, 진정한 밀레니엄 세대가 온다, 같은 책이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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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7-04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면 새로운 세대 담론이 나올 것이고 세대 격차를 걱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입니다. 세대를 주제로 한 책들을 접하면 정말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렀구나‘하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

양손잡이 2019-07-04 22:36   좋아요 0 | URL
말씀 들어보니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ㅎㅎ 10년 뒤에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도 궁금하고... 저는 어떤 세대로 분류됐을지 고민(?)되네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