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너머 편 (반양장) -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15-018. 지적 대화를 위한 넒고 얕은 지식 - 현실 너머편 (채사장, 한빛비즈, 2015)

1. 지대넓얕 현실편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를 간단히 이분법으로 나누고 (채사장 말대로) 후려쳐 누구나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소설 읽듯이 차르륵 페이지가 넘어가는데 그와중에도 나름 깊이까지 있다. 나같은 무지랭이에게는 결코 얕은 지식이 아니었다. 반대 스탠스의 입장을 생각도 해보고 진짜 내 생각이 무엇인가도 한번 고민하게 만들게 한, 간만에 만족한 독서였다.

2. 오랜만에 별 다섯개짜리 책이 나왔으니, 그 후속작으로 나온 지대넓얕 현실 너머편은 얼마나 기대했겠는가. 현실편이 워낙 잘 팔려서 동네서점에서 찾을 수 없기에 우선 현실 너머편부터 산 재밌는 이력이 있는 이 책, 바로는 아니지만 가까운 시간 안으로 뒤이어 읽었다. `현실 너머`라는 부제가 붙은만큼 앞권과는 확연히 다른 분야를 다룬다.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딱 봐도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놈들이다.

3. 분야가 나와 맞지 않아서일까... 현실 너머로 오자 책이 재미가 없어진다. 철학 입문서를 한참 탐독하던 때가 있던만큼 철학 파트가 재밌으리라는 기대를 저버린다. 현실편과 마찬가지로 현실 너머편도 각 학문을 세 범주로 나눈다. 우선 철학은 `상대주의, 절대주의, 회의주의`로 구분한다. 현실편은 범주가 두 갈래라서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생각이 딱 드는데, 세 갈래로 나누니 은근히 헷갈리고 생각의 줄기가 너무 커진다. 이거 아니면 저거여야 이해하기 쉬운데, 이거 아니면 저거 아니면 그거가 되버리니, 현실편만큼의 난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물론 이는 나의 문제이지만...) 게다가 저 세 줄기로는 철학사를 제대로 묘사하기 힘들다는 느낌도 있다. 억지로 끼워맞추는 듯한 느낌이 있으면서 지대넓얕 특유의 위트도 보이지 않는다.

4. 과학, 예술도 말할 것 없다. 철학과 마찬가지로 이전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말할 뿐이다. 단순히 과학사를 설명하기에는 그 깊이가 너무나도 얕다.(나는 나름 공학도다) 대학 교양시간에 배운 과학사 수업이 떠오를 정도로 부족하다. 아무리 `넓고 얕은` 지식을 표방한다지만 이건 너무 심한 정도다. 예술은 예술사를 훑으면 화가와 작품만 간단히 언급하기에 더더욱 아쉽다. 그나마 완전히 생소한 종교 파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종교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이 보면 너무나 부족하다고 하시겠지... 신비는 논외. 왜? 미스터리는 너무나도 흥미로운 분야인데 겨우 4~50쪽에 담기에는 부족하지!

5. 현실편을 꿰뚫던 하나의 개념(경제)이 현실 너머편에서는 보이지 않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다. 후려치는 솜씨는 여전하나 핵심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철학과 예술은 각 시대를 지배하는 개념과 패러다임이 지나칠 정도로 자주 바껴 시대의 흐름을 놓치기 일쑤다.

6. 현실편에 비해 너무나도 아쉽다는 거지, 각 분야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최고의 책. 오랜만에 철학 대중서를 꺼내들었다.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마크 롤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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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나도 뭐라고 쓴지 잘 모르는 한쪽짜리 독서감상문★ 요즘에 짤막한 메모도 잘 안 쓰는데 그래도 마음 속에 할 말은 조금 남았나보다. 책은, 지대넓얕 현실 너머편. 현실편을 워낙 재밌게 읽어 뒤이어 폈지만 실망 실망 대실망. 이유는 사진에 있지만 잘 안보이지롱. 천재는 악필이에요. 하지만 악필이 천재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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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소고 (小考)


  예전에 간단히 스케치한 글인데, 블로깅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책은 읽어야 하겠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뭘 읽어야 할지 몰라서 결국 포기하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아직 독서경력은 미천하지만 독서를 시작하려는 분들과 비슷한 수준의 제가 짤막하게나마 가이드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 경험으로만 작성한 글이지만 포괄적인 의미로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1.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우리 현대인, 바쁩니다. 자기 일(직장인이라면 회사일, 학생이라면 공부)에 매진하기도 힘든데 자기계발 하라고 난리죠, 거기다가 취미 하나쯤은 가져야 한다고 기를 쓰고 돈도 써가며 24시간 바쁘게 삽니다. 이렇게 바쁜데 책까지 읽으라고? 정말 모순적이게 느껴지고 힘든 건 압니다만, 혹시 집에 들어가시면 뭘 하세요? 혹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켜진 않으시는지요? 그 시간에 10분 20분 잠시 짬 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잠들기 전 20분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겠죠. 이 시간에 보통 책이라면 10쪽은 읽을 수 있습니다. 보통 책이 300쪽 안팎이니 매일 10쪽씩 읽으면 한 달이면 책 한 권을 다 읽고, 1년이면 10권 정도를 독파할 수 있습니다. 어때요, 참 쉽죠? 고교 시절, 쉬는 시간을 이용해 영단어를 외운 것처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면 책 읽기, 어렵지 않아요~. 직장인 1년 평균 독서량이 약 10권 정도 된다니까, 이렇게만 읽어도 남들만큼은 읽는 셈이네요. 사실 독서량이 아예 0이신 분들도 많으니, 이렇게 차곡차곡 읽는다면 사실상 평균보다 훨씬 많은 독서량인 셈입니다.


  사실 바쁘다고 칭얼대는 사람 치고 정말 일에 치여 사는 사람을 많이 보진 못했습니다. (경험의 차이이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점심시간에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보거나 사람들과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을 시간은 많으면서 잠깐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다만, 쉬는 시간에 인터넷 하는 건 뭐라고 하지 않고 책을 읽으면 ‘논다고’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럴 땐 어쩔 수 없어요.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나 독서한다는 분위기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지만요.



2. 책이 너무 비싸요!


  사실 이 글의 스케치를 그릴 때만 해도 도서정가제 전이어서 어떻게든 책을 싸게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중고서점이나 헌책방 말고는 어쩔 도리가 없네요.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요즘 책이 얼마 정도 하나요. 싼 책은 1만원 정도이고, 비싼 책은 2만원을 넘습니다. 양장본에 컬러 인쇄까지 더해진다면 3만원은 무슨, 5만원까지 가격이 치솟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 읽기에 관심을 막 가지신 분이라면 삐까뻔쩍한 책보다는 당장 읽을 책이 중요합니다. 이런 부류의 책을 대략 1.5만원 정도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위에 말씀 드린 방법으로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하면, 한 달에 지출하는 돈은 2만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너무 비싸요! 라고 할 개재가 아닌 거지요. 보통 한 달에 통신비만 해도 3~4만원 이상 하지 않나요? 커피매장에서 커피 한 잔이라도 사려면 4~5천원이고, 영화는 8천원, 3D나 아이맥스까지 본다면 1.2만원 정도라니! 책이 다른 것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는 건 책과 독서를 싫어해서 나오는 변명 수준의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싼 책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좋은 책은 그 값을 합니다. 책은 절대 사치가 아니에요. 독서야말로 가장 효율이 높은 자기계발입니다. 참, 책은 한 번에 한 권씩만 사시기를 권장합니다. 책을 살 때는 욕심에 막 샀지만 며칠 후에 책상 한 켠에 쌓인 책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고 질리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죠.


  온라인 서점에서는 오프라인 서점보다 할인을 조금 더 해주지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금리도 1%대인 요즘에는 천 원도 아깝죠?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다면 헌책방이나 중고서점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전보다 헌책방의 의미나 규모가 많이 줄었지만 잘 찾아보면 여전히 좋은 곳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찾는 책 외에 문화, 미술, 음악, 건축에 특화된 헌책방도 아직 많이 남았으니 인터넷을 잘 뒤져봐야겠죠? 각 온라인 서점에서는 중고서적을 직접 팔기도 하고 사용자간에 중고시장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요즘 가장 핫한 중고서점은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의 오프라인 중고매장입니다. 오프라인 서점을 가진 교보나 영풍과 달리 오직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알라딘이지만, 종로점을 시작으로 21곳의 매장을 꾸렸습니다. 심지어 미국에도 있다는군요. (알라딘 홍보가 아닙니다!) 신간 위주이고 책 상태고 좋은 편입니다. 흠이라면 직접 방문해야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과 매장이 있는 지역이 아니라면 이용은 꿈도 못 꾼다는 점 정도?


  저는 책을 많이 사는 편이라 책 사는 이야기가 꽤나 길어지네요. 만약 한 달에 책 한 권 살 돈도 아깝다면… 가까운 지역도서관이나 대학 도서관 이용도 한 방법입니다. 만약 도서관이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하면 정말 축복받으신 겁니다. (여담이지만 제 이사 기준은 도서관이 얼마냐 가깝냐입니다) 도서관은 제가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장소이자 동시에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으니, 도서관은 나라에서 지원하는 최고의 복지기관이라 할 수 있겠네요. 대학생이라면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 비치된 대학 도서관을 이용한다면 그곳은 천국.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독서실만 해도 양질의 책이 많은 편이니 학생들은 학교 독서실로도 충분할 겁니다. 대학 도서관의 경우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일반인에게도 대출권한을 주니 가까운 곳에 대학이 있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금액이 천차만별입니다. 너무 비싼 곳도 있으니 주의)



3.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니라~. 책은 물론이거니와 글자 자체가 싫은 분이 많을 겁니다. 책 읽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책과 친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합니다. 책, 하면 어떤 게 떠오르세요. 학창시절엔 교과서, 대학시절엔 두꺼운 전공서적과 원서, 토익책밖에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성적과 스펙을 우선하는 우리네 사회 풍토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책이란, 공부와 선생님과 시험과 성적과 등수와 사랑의 매와 어머니의 호통과 자괴감과 보충수업과 계절학기의 뼈아픈 기억만 안겨주니, 책에 자연스레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거부감을 없애려면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합니다. 이성에게 호감을 주려면 뻣뻣한 연기톤(괜찮아요? 많이 놀랐죠?)으로 대화를 걸지 않고 웃으면서 접근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 (뭔가 이상하지만 넘어가주세요)


  처음 책을 읽으려는 분들께서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바로 책 고르기입니다.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자니 이놈들도 죄다 책과 담을 쌓은지 오래고, 마음먹고 책 모임이나 책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지만 다들 젠체하기 바쁩니다.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를 사자니 사재기 사건도 있어서 좀 그렇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0선’, ‘20세기 위대한 문학 100선’에다, 심지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001’이라는 ‘책’도 발간된 지경이니, 대체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알 수 없고 지레 겁을 먹어 결국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과감히 말합니다. 저런 목록은 쓰레기통으로 보내버려야 합니다! 학창시절 많이 보신 권장도서목록도 다 찢어서 하늘로 흩뿌리세요! 이 목록에 있는 책들은 반드시 봐야 하는 책이 아니라 생각이 나서 내키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목록의 책은 모두 좋은 책들입니다. 하지만 이제 독서를 시작한 우리는 우선 책과 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내용이 좋지만 재미없고 지루한 책을 읽는 것보다, 읽는 데 재미있는 책을 골라야 합니다. 글자와 친숙해지고 독서에 흥미를 느끼려면 내용이라도 재밌어야 하겠지요. (물론 여기서 재미라는 건 단순한 흥미나 말초적인 재미가 아닌 다음 페이지를 읽고 싶은 욕구를 뜻합니다)


  나 책 좀 읽었네 하시는 분들이 가장 잘못 생각하는 것이 베스트셀러입니다. 사실 베스트셀러는 서점과 출판사가 자기 책을 보다 많이 필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지만 사회 정서를 파악하기에 가장 좋은 지표입니다. (근래 알고 싶다는 욕구를 건드린 동시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유행이죠) 반대로 생각하면, 독서 초심자에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말해주는 간단명료한 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베스트셀러는 읽기 쉽게 쓰이고 수준이 낮다는 게 잘나신 분들의 비판인데, 이제 막 책을 읽으려는 사람에게 ‘읽기 쉽고’ ‘수준이 다소 낮은’ 것만큼 좋은 게 어딨나요. 베스트셀러라고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것조차 안 읽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한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읽고 너무 재밌다면 그 분야의 다른 책을 읽으며 차차 독서 범위를 늘리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여기서 오는 한가지 문제는, 재밌는 책으로 독서를 시작하고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독서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쉬운 독서, 자신을 괴롭히지 못하는 독서에만 취하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습니다. 재밌는 책부터 읽기는 독서 입문 방법 중 하나이므로 다음 단계를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건 제 역량을 벗어나는 일이기에, 진짜배기 독서 고수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해주세요. 



4. 마무리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어야 진짜 인간이 되고 지성인이 된다, 라면서 독서를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각자에게는 독서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독서의 가치를 알지도 못하면서 독서를 하지도 않고 그 의미를 폄훼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물론 독서만으로 사람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독서 후의 사색과 경험,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모두는 결국 한 쪽의 책을 넘김으로써 시작된다는 점, 이것 딱 하나만 마음에 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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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4-12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쪽을 넘기면 된다는 그 말이 이웃님들 가슴에 널리 퍼지리라 생각해요.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양손잡이 2015-04-12 12:08   좋아요 0 | URL
저같은 독서 초보자들에겐 저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듯합니다 ㅎㅎ 덧글 감사합니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15-012.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편 - 채사장


0.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베스트셀러가 계속 순위에 있을 때 유행에 편승해 얼른 읽어야 한다. 대세에 따르지 못하면 허세킹이 될 수 없지.


1. 지대넓얕은 팟캐스트에서 먼저 접했다. 1회부터는 아니고, 새해가 막 넘었을 때 페이스북에서 보고서는 구독해놨다. 대략 40회 정도인데, 주제가 미술사, 커피, 깨달음, 막 이런 거다. 뭔가 나와는 맞지 않는 주제였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했으려나 살펴보다 3회가 눈에 들어왔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오, 안 그래도 공부하고 싶은 분야야. 그런데 조금 듣다보니 팟캐스트 주인장인 채사장은 말했다. 자기는 신자유의주를 신봉한다고. 채사장과 반대 스탠스를 가진 나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고, 그냥 어플을 종료했다.


2. 그래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것을 보고도 쉬이 손이 가지 않았다. 과연 나와 정반대의 사고를 가진 사람의 책은 어떨까. 장하준의 명저를 반대하는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를 읽고서 역시 나와는 다른 사고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처절히 깨달았기에 더더욱 그랬다. 한참 고민하다가,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읽자고 해서 결국 펴게 되었다. 한 권으로 편안하게 즐기는 지식 여행서. 주제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책 한 권에 5개의 방대한 학문을 집어넣었다니, 간단하고 편협한 내용만 있을 것 같았다.


3. 결론은 완벽한 나의 착각. 우리에게 '지적'이란 단어는 꽤나 고상한 내음을 풍긴다. 온갖 자료를 조사해서 논리로 꿰맞추고 상대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그런 상상. 하지만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 전에 우선적으로 대화 자체가 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교양이 필요한데, 저자는 소통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전문지식이 아닌 넓고 얕은 지식이라고 말한다.


4. 저자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를 큰 틀로 보고 딱 두 가지로 나눈다.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을 통해 과거에 일어났던, 또 현재에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단순하게 구조화한다. 물론 세계가 딱 반으로 나뉘어지지 않기에 이런 이분법은 상당히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그런 건 공부 좀 하셨던 분들에게나 어울리는 소리다. 년도에 맞춰 무슨무슨 일이 있었다고 줄줄 외기만 하는 역사, 온갖 수식이 난무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경제,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다 나빠'라고 외치는 정치, 고루하고 지리멸렬할 것만 같은 사회와 윤리. 저자는 '경제'를 베이스로 하여 다섯 가지 학문을 큰 줄기로 묶는다. 줄기를 따라가다보면 주제들이 하나로 모아지고 전체적인 틀이 만들어진다. 사고의 단순화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이것이 <지대넓얕>의 최대 강점이다.


5. 단순화는 좋은데, 사실 너무 단순하다. 입문서 수준이라기보다는, 각 주제에 관심갖기 딱 좋을 정도? 지식의 강에 엄지발가락을 살짝 담근 꼴이다. 관심이 생겼으면 이제 '진짜' 입문서를 펴면 된다. 흥미를 갖게 만드는 데는 최고의 책이다. 복잡미묘해 보이는 세상이 생각보다 단순하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다면 그것만으로 큰 소득이다. 나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정치, 사회의 베이스는 경제라고 생각했고, 많은 이들이 입.문.서.라고 추천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호기롭게 펼쳤으나... 어려워서 중간에 떼려치웠다. 그런 나에게 <지대넓얕>은 좋은 가이드가 되었다. 다만, 지식의 강도가 확 다르다는 것을 주의해야 하겠다.


6. 명확하지는 않지만 <지대넓얕>을 읽고 생각이 바뀐 부분도 있다. 먼저 정치적 스탠스. 스스로 좌파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전에 정치성향 테스트에서 우파적 성향이 나온 걸 보고 '이 테스트는 이상해. 게다가 나랑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도 같은 스탠스시잖아?'라며 의문을 가진 적 있다. 무조건 우파는 나쁜 놈, 자본주의를 부수자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했다. 책을 읽은 후 나는 좌파가 아니라 중도우파 정도에 위치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물론 그것 또한 이 책이 설명한 수준에서이다. 책의 판단이 아닌 나의 판단으로 내 정치적 스탠스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가 더 필요할 것이다) 자본가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들여 재분배를 하자는 건 다수(시민)가 소수(자본가)에게 가하는 압제와 불평등일 수도 있다는 문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고,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7. 마지막. 인문학이 스펙이 된 시대가 <지대넓얕>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거 아니냐는, 아주 비난조의 리뷰를 봤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면서도... 오로지 성적과 순위, 성공을 위한 공부만이 남고 제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며 세상을 알기 위한 공부와 독서는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가슴 깊숙이 먹먹하게 또아리 튼 알고 싶다는 욕구를 제대로 건드렸기에 이만큼 많이 읽히는 것은 아닐까. 참참. 팟캐스트에서는 더욱 재밌는 토의가 많으니 팟캐스트 청취를 추천한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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