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 내 마음 제대로 들여다보는 법
허규형 지음 / 오리지널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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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에서 오리지널 도서로 출간한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의 개정판이다. 정신건강 의사이자, 심리/정신건강 유튜브인 <뇌부자들> 채널의 운영자 허규형 작가가 썼다. ‘내 마음 제대로 들여다보는 법’이라는 부제답게, 작가는 여러 사람의 에피소드를 통해 심리학의 기본 개념을 알려주고, 독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포인트를 집어준다.


책은 총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졌고(감정과 기분, 성격 유형 검사, 페르소나와 억압, 자기 의지와 그 외의 것), 각 장은 예닐곱 개의 개념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감정, 불안, 화와 분노부터 시작해, 한참 유행했던 MBTI를 지나 페르소나, 열등감과 콤플렉스, 나아가 가스라이팅과 인간관계까지 다룬다.


한번쯤 들어본 심리학 개념을 다루기 때문에 책은 쉬운 편이다. 이론만을 소개하지 않고 모두 각자의 에피소드, 대화가 포함돼 있어 개념을 이해하기 쉽다. 공식과 계산으로 이루어진 심리학이기에 모든 내용이 독자에게 모두 맞다고 할 수는 없다. 단어로 구체화된 개념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다시 깨달는 것이 이 책의 의의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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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게 된 모든 것 - 기억하지 못하는 상실,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
니콜 정 지음, 정혜윤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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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정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내가 알게 된 모든 것>을 통해 입양인으로서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냈다. 조산아로 태어나 죽을 위기에 처한 그녀를, 백인 부부가 입양한다.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동네에서 자란 그는 커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지만, 자신과 양부모를 위해 그 마음을 꾹 누르고 산다. 하지만 임신 후,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친부모, 언니와 연락이 닿게 되고 대면하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자신의 출산 과정과 당시 친부모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 하지만 어쩌다 한번씩은, 내가 용기를 내어 양부모님한테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이야기를 한국 부모님에게 했더라면 어땠을지 궁금했다. 어쩌면 나를 이해해 주었을지도 몰랐다. 적어도 내 백인 가족보다는 그 고통에 더 공감했을지도 몰랐다. _87쪽

시애틀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작가의 주변에 아시아인이 적었다. 양부모는 그를 아시아인, 입양아가 아닌 그냥 자신의 딸로 생각했고, 친척들도 모두 그와 외양은 달라도 그저 같은 가족일 뿐이었다. 하지만 커갈수록 아시아인이라고 놀림을 당하기 일쑤였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해도 양부모는 100% 이해하지 못했다. 어쩔 수 있나. 자신들은 그래도 주류 백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심리적으로 받는 고통을 어디다 토로하지 못했다. 어쩌다 아시아계 친구를 만나도, 깊게 사귀지 못하고 헤어지곤 했다. 미국은 그의 나라이고 고향인데, 어째 타향살이로 비춰진다. 게다가 주변에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줄 사람이 없다니! 한없는 사랑과 관심을 주는 양부모였지만, 자신의 감정에 완벽히 공감하지 못하는 틈바구니에서 자란 작가의 감정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 하지만 나는 친부가 우리의 첫 만남 이후 찜찜한 기분이나 불만을 품고 돌아가지는 않았다고 느꼈다. 우리가 함께한 그 짧은 시간을 위해 그분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나를 만나기 싫어서가 아니라,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누군가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야 했기 때문이다. _305쪽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입양 이야기는 아름답다. 태어나자마자 외국으로 팔려가듯이 입양된 아이가, 번듯하게 성장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어릴 적 사진과 한국 이름을 들고는 친부, 친모를 찾는다. 입양인은 낯선 사람 집 문 앞에 서 있다가, 문이 열리면 서로 울면서 껴안고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눈물과 포옹 뒤에는 서로의 멀뚱멀뚱함과, 알게 모르게 남아 있는 서운함과 책망이 뒤따른다. 친부모와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하며 각자의 감정을 풀어내고 그들의 역사를 꿰맞추면서도, 눈치를 봐야 한다. 친부모를 찾는 것 자체가 과거의 상처를 들쑤시는 것 아닐까? 내가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니면 어떡하지? 그들이 만나는 것은 화합의 장이면서도, 아득하게 쌓인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저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고 가감없이 씀으로써 책에 진실성을 더한다. 친부모의 약점을 말하고, 책의 결말부까지 친모와 만나지 않는 이유도 모두 말한다. 서로의 만남에서 오는 떨림과 기대감.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 친부모와 양부모 모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완벽하진 않지만 ‘이도 저도 아닌 내’가 아닌, **내가 바로 나**라는 자존감 가득한 생각. 작가의 솔직한 글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나도 걱정하고, 웃고, 기뻐하고, 눈물흘렸다.

재밌게도 역자 정혜윤은, <H마트에서 울다>를 번역하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해매는 책이다. 두 책이 완전히 다른 소재를 말하지만, 결국은 **나로서 나 자신**을 다루기 때문에,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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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몬스터
이두온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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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몬스터 - 이두온 (창비, 2023)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재주가 뛰어난 이두온 작가답게, 첫 60페이지부터 많은 에피소드가 지나간다.

- 허인회는 젊은 수영 강사에게 자신의 남편이 바람을 핀다고 말한다.
- 엄지민은 불치병에 걸린 후 실종된 엄마 염보라를 찾기 위해 수영장에 등록하지만, 염보라의 행방은 묘연하다.
- 염지민은 염보라의 불륜남인 오진홍의 아내, 허인회와 마주친다.
- 허인회는 수영강사에게 줄 ‘떡값‘을 강제로 받아내기 위해 회원들의 집을 찾아다니다, 과거에 자신이 납치했던 염지민을 마주친다.


사건뿐이랴, 소설의 3요소 중 다른 두 개인 인물과 배경도 뭔가 일그러져 있다. 소설의 주인공격이자 뭔기 기괴한 사랑을 보여주는 허인회. 친절해보이지만 뒤에 꿍꿍이를 숨겨둔 것 같은 조우경. 바람을 피우던 염보라가 암에 걸렸다니 바로 내팽개친 오진홍. 수영장을 가득 매운 회원들. 엄마를 찾아다니는 엄지민도 처음에는 이상한 낌새를 풀풀 풍기더니, 나사 하나 빠진듯한 사람이 너무 많으니 개중 가장 정상인으로 보일 정도다. 게다가 수영장에 미혼반을 만들어서 회원을 유치하려는 연오시도 제정신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게 뒤틀린 세상이다.


제목 그대로 사랑에 미친 괴물들의 혼란한 이야기다. 이 와중에도 긴장감은 엄청나서 한자리에서 페이지를 스르르륵 넘길 수 있다. 중간중간 이게 필요한 에피소드인가, 이 떡밥은 풀리지 않았는데, 이야기가 너무 나가는 건 아닌가 싶지만, 바로 그런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 소설의 정수다. 현실을 바탕으로 쓰이는 소설은, 현실과 마찬가지로 100% 명확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잘 짜인 이야기라면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작가도 모르는 소설 속 숨겨진 부분을 독자가 상상함으로써 소설이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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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 사소하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귀찮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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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툰을 그리시는 ‘귀찮’ 작가님의 책입니다. 원래 알던 작가님은 아니었고, 출판사에서 책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보고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작가님 계정을 바로 팔로우를 하고 몇몇 게시물을 봤는데, 그림도 글도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둥글둥글한 캐릭터와 정감 있는 문장들로 채워진, 적당히 서정적이고 적당히 현실적인 글들. 서평단에는 뽑히지 못했지만, 전자책을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 표지에 쓰인 365라는 숫자와 ‘매일’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이 책은 작가가 1년 동안 쓰고 그린 그림일기입니다. ‘사소하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는 부제답게, 소소하고 지난한 일상이 담겨 있죠. 작가는 억지로 무게를 잡지 않고, 간단한 일상부터 작가와 인간으로서의 고민을 그려냅니다.

집 정원에서 키운 야채를 뽑아서 동생과 같이 먹고(놀랍게도 작가님은 문경에 사신답니다), 코로나에 걸려서 편찮으신 옆집 할아버지를 걱정하고, 매일 그리고 쓰는 일에 진력을 내다가도 그래도 어떻게든 해내고, 뭘 잘하면 신나하고 못하면 우울해하고… 여러가지 에피소드에 드러나는 작가의 솔직한 감정을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흐뭇하고, 그래요.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정서에 맞아 맞아, 고개를 주억거리며 엄청 공감했죠.

매일 핸드폰 어플을 이용해 짧게나마 일기를 씁니다만, 작가님 덕분에 오랜만에 노트를 꺼내서 연필로 오늘 하루 생각을 적었습니다. 제 글씨는 여전히 엉망이고 내용도 그다지 특별하지 않지만, 하루에 하나씩 작은 생각을 모아가면 나 자신을 알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귀찮' 작가님의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는 하루하루의 소소하고 따뜻한 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내어 보여주는 책입니다. 작가의 감정이 담긴 짧은 글과 귀여운 그림들은 작은 위로와 공감을 선사합니다. 하루하루를 의미 있는 순간들로 채워가려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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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 황폐한 풍요의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다
마이클 해리스 지음, 김하늘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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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저자가 밴쿠버의 쓰레기 매립지를 둘러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매립지에는 우리가 사용했던 물건, 망가진 물품, 잃어버려서 아쉬움을 남긴 소지품들, 미련 없이 떠나보낸 물건이 산처럼 쌓여 있다. 넓은 공간에 이런 쓰레기 산이 여러 개 드러나 있다. 쓰레기 매립지는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소비문화를 유지하는 데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물건을 잃으면서 우리 자신을 잃는 기분을 느낀다면 그 반대도 성립한다. 새로운 물건을 사면 새로이 회복되었다는 기분이 든다. 구매는 자기를 완성해주고 자기 가치를 확인해주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그리는 자화상에서 각각의 구매는 한 번의 붓질과 같다. _72쪽


<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는 사회 문제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잘 알려진 마이클 해리스의 에세이다. 저자는 인류의 소비 패턴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이미 지구의 수용 능력을 초과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도파민 과다의 시대에, 우리는 실제로 물건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이 너무나 강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단순히 주장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자신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부터 시작해 그리스 철학, 현대인의 소비 패턴, 도파민에 대한 신경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켜켜이 쌓음으로써 주장의 층위가 한껏 깊어진다.


이런 소비주의적 사고 방식에 대한 대안은 어떻게 될까? 이 부분에서 저자는 개인이 직접 제품을 생산하고, 자연의 숭고함을 즐기고, 타인을 배려함으로써 소비주의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완벽한 해법이 아닐지라도, 각 개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을 늘림으로써 소비로 인한 행복에서 벗어나자는 제안이다.


수제는 인간이 수천 년간 살아남은 방법이다. 숭고함은 소비문화가 부상하기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빚어냈다. 돌봄은 아마 인간의 가장 중요한 생존전략일 것이다. 없어도 된다고 여겨지는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 인간 삶의 토대를 이루는 요소다. _242쪽


환경 문제를 우려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행복이라는 것이 소유물이 아닌,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경험과 인간관계를 통해 찾을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이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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