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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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의 추천사를 읽고 책을 폈다. 처음에는 쉽사리 몰입하기 어려웠다. 19세기, 데메테르호는 바다 한 가운에의 ‘균열‘과 그 너머의 미지의 구조물을 찾아나선다. 설정은 흥미롭지만 초반부의 사건 전개가 너무나도 더딘 탓에 다소 지루했다. 게다가 번역투... 이 얼마나 어색한 대사와 문장이란 말인가... 작가가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문장이 너무 딱딱하고 작위적이었다.

균열을 향해 항해하는 동안 절벽에 배가 부딪히고, 화자인 코드 박사가 부상을 입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긴 하지만, 이것이 코드 박사가 쓴 소설의 일부인지, 그의 환상인지 모호하게 그려져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중반부에 이르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범선에서 증기선으로, 다시 비행선으로 이어지는 변화 속에서, 균열을 찾는 여정은 배경만 다를 뿐 같은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벌어지는 사건도 다 비슷하다! 코드 박사 스스로의 의심과,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코실 부인의 등장도 흥미롭다.

이러한 반복은 처음에는 지루했지만, 읽어갈수록 소설 전체가 의도하는 무언가를 차차 쌓아가는 장치임을 깨달았다. 증기선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균열로 내려가 탐사하는 장면이 펼쳐지는데, 여기부터는 전개가 급격한 속도로 이루어지면서 상당한 몰입감을 준다. 요새 인기인 소설가 프리다 맥파든 식은 아니지만 다른 결의 도파민 뿜뿜 소설이다. 소설의 마지막에 코드 박사의 선택은 꽤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지루하게 느꼈던 인물과 사건, 대사, 배경 하나하나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제목 그대로 ‘대전환‘이다(물론 작가는 그런 의미로 제목을 지은 것은 아니다). 책을 펼치면 맨 처음 보이는 인용구 - ˝의사야, 네 자신이나 고쳐라˝(누가복음 4장 23절) - 는 이 소설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책 첫 장을 다시 펴서 저 문장을 봤을 때 정말 놀라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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