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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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대로 읽고 싶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씹어 먹고 싶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스스로가 알아서 내 생각을 만들었으면 한다. 여러 재료들을 다 넣으면 내가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 먹듯이 내 생각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내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으면 싶다. 말도 안되는 소리. 생각이 서랍장처럼 꺼내쓰고 닫고 보관할 수 있나. 그렇게 정형화된 사물화된 생각은 이미 생각이 아니다. 죽은 있는 단어일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말은 생명이다. 시인의 말은 살아 있다. 생명에서 바라본 것들, 그 속에서의 삶을 통해 인간을 바라보고 느낀 것들을 그대로 담는다. 그것이 2차라 할 지라도 그 조차도 못하는 평민들에게는 대단하고도 엄청난 일이다. 우리들의 시간을 나는 그런 느낌으로 읽었다. 생명은 자유다. 그런데도 우리는 물줄기를 이리틀고 저리틀고 막고 가두어버리듯 우리의 몸과 생각들을 틀에 맞추고 끼어넣고 맘대로 죽이고 살리려한다. 그건 이미 생명이 아니다. 그것이 스스로가 움직이도록 하는 일이되어야 한다. 내가 자연과 다르지 않고 자연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있는 것이 인간이다. 따로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시간은 외롭고 고독한 한 사람의 전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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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일용이 - 30년 동안 글쓰기회 선생님들이 만난 아이들 이야기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엮음 / 양철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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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가물거린다. 아련하기도 하다.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내가 만난 선생님들을 떠올려본다. 1년에 한 선생님씩 12분의 선생님이다. 그 분들은 나를 기억할까. 내가 기억하는 것 만큼과 같을까. 그건 욕심이거나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내가 그렇다고 특출난 아이도 아닌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을 뿐이니까.

 

우리반 일용이는 선생님의 아이들 이야기이다. 가슴 저미는 사연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이기도 하다. 학생의 입장에서 선생님을 바라보는 것과 선생님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다르다. 무조건 떠든다고 혼내는 일이 있는가 하면 그 사연이 궁금해 들여다보는 선생님이 계신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모두 품어야 할 아이들이다. 그 일선에 계신 선생님들은 위대한 분들이다. 한 아이의 진로를 다르게 할 수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임도 따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짐을 드리고자 하는 일은 아니다. 다만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가도록 방향을 열어주고, 물길을 열어주면 되는 일이리라. 그리고 그 다음은 스스로 길을 찾아갈 것이다. 가슴 따뜻한 선생님들의 글을 통해 학교 속 아이들의 풍경을 그려볼 수 있어 감사한 일이다.

 

어른들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고, 불편한 존재다. 불편하면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다. 말을 못하면 속에 쌓인다. 썩는다. 병이 된다. 어른도 그러는데, 아이는 더하지. 그래도 어딘가에는 풀어야 사는데, 어디다가 풀겠나.“(215페이지,‘불편하다중에서)

 

이렇게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아이들을 통해 울고 웃은 사연들,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더 관심을 갖고 가져주어야 할 아이들임을 일깨운다. 그런데 어른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공부해라’ ‘공부해라는 말만 달고 산다. 녹음기도 그런 녹음기가 없다. 잔소리도 그런 잔소리가 있는가. 눈뜨고 밥만 먹으면 하는 이야기이다. 나가 놀아라는 말을 더 듣고 싶어하는데도 듣고 싶은 말을 해주지 못한다. 경쟁이라는 테두리안에서 그렇게 아이들을 몰고 있을 때 그나마 아이들의 안아줄 선생님들이 아닌가. 힘을 내실 일이다.

 

서울 탑동초등학교 이주영 선생님은 민희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을 맺는다.

 

열한 살짜리 소녀 가장 민희가 보여 준 삶에 대한 자세는 나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내 생활을 밑바탕부터 되돌아 보게 햇으며, 나보다 가난하거나 불행하게 보이는 이웃을 동정하는 눈이 아니라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마음으로 행동해야 함을 알게 했습니다. 나아가 나는 민희한테 어떤 환경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또렷하게 배웠습니다.”

 

교사로서의 반성과 배움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래서 눈물 나는 일이다. 흘려야 한다. 가슴 속 슬픈 마음들이 기쁨으로 돌아설 때 까지 말이다. 그렇게 해서 마음이 서로 포개질 일이다. 아이도 크고 선생님도 더 커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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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블라블라블라 - 내가 사랑한 뮤지컬 20
박돈규 지음 / 도서출판 숲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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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은 문화현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표현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밖으로 내놓도록 한다. 인간의 감정마저도 속도와 정확성이라는 이름아래 다양한 스크린을 통해 즉각 기계적으로 해석하여 밖으로 토해낸다. 모두 같은 텍스트를 바라보고 영상을 바라봄으로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인 듯 우리는 그 틀안에서 경쟁한다. 인간의 창의성이 가장 발휘되는 공간중 하나가 바로 무대이다. 4각 혹은 원형의 무대에서 미래와 과거 그리고 현재를 오고가며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디지털 도구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인간만이 소유한 깊고 울림있는 노래, 음악과 몸짓은 사랑에 상처받고, 관계의 불편함에 놓여 있는 마음을 치유한다. 내 시각만이 제대로 된 것임을 한 순간에 깨준다.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고, 가보지 못한 경험들을 하게 하는 일 만큼 신나는 일이 있을까.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은 재능을 갖고 무대를 연출하고 배우를 지도하는 감독의 역할이 부럽기만 하다. 뮤지컬은 바로 그러한 상황 속에서 즐거움을 던져주고 마음의 어두움에 정화수를 던져준다. 때로는 배우들이 쏟는 울음과 슬픔은 그대로 전달되어 답답한 마음을 풀어준다.

이 책에서는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기자로서 그리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람객으로 공연을 관람한 저자가 보고 느낀 우리 시대 20편의 뮤지컬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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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 여자와 공간, 그리고 인연에 대한 공감 에세이
김효정(밤삼킨별) 지음 / 허밍버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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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는 삶이란 없다.

 

사람에게 기대하고 내 삶에 기대하고 타인의 삶에 기대면 살아간다. 그게 사람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으로서 제 값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삶을 보면 안타깝다. 본인이 원하지 않게 흘러가는 것도 있고, 본인의 의도한 바 대로 흘러가기도 한다. 조직에서 묶여 그렇게 살고 정치에 얽매에 살아간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속이고 상대의 것을 빼앗기 위해 속이며 살아간다. 자신의 생각이다. 그러한 생각은 그럼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태어나면서부터, 아니면 태어나기전부터?

 

물들이다, 물들었다, 혹은 물든다라는 말을 한다. 좋은 의미로 때로는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한다. 그렇지만 이 말은 좀 좋지 않은 말로 더 많이 쓰이는 듯 하다. 내 하기 나름일 것이다.

 

나의 생활이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타인의 삶은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오늘 머리 색이 마음이 들지 않아 다른 색으로 염색을 한다. 물들인다.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려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는다고 너, 그 친구한테 물들은 거 아냐라고 엄마는 재촉하고 다그친다.

 

나는 오늘 어떻게 물들이고 물들이도록 해줄까. 좋은 쪽으로, 나쁜 쪽으로.

오늘 이 한 권의 책은 특별하다. 약속을 흔하게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들 세상 속에서 자신과의 약속, 타인과의 약속을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소중하게 지켜가는 사람이 쓴 책이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사람들을 물들인다. 아주 잘 물들인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물들인다. 사람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며 살고 싶어한다. 영향력을 갖고 싶어하고 권력을 갖고 싶어한다. 지배의 성격이 몸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복종하기보다는 지배하려 든다. 그러나 사람은 평등하고 소중한 것임을 그녀는 일깨워준다. 자신의 삶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의 소중함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더 그렇게 느껴진다.

 

밤삼킨별, 그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다. 서로 위하며 지키고 믿음으로 살려하기 때문이다.

 

조직은 내가 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선의의 경쟁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을 뿐이다.

 

마켓은 그녀가 꿈꿔왔던 공간이지만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 그 마음 마음을 읽고 만들어 놓은, 꾸며놓은 공간이다. 혼자와도 좋고, 둘이 와도 좋다. 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제 맛에 맞게 앉아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나눌 수 있는 곳이다. 이 책을 통해 지금 만들어진 그 공간의 의미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찾아가 보라. 생각과 글과 행동이 다르지 않음을 찾는다면 한 번 더 놀랄 것이다.

 

부엉이 방의 탄생, 출장과 여행으로 그녀가 다녀온 곳들, 모아온 것들, 공간에 대한 애착 등 한 삼촌의 음악과 소품들을 사랑한 소녀의 성장에서부터 직장인에서 두 딸의 엄마로서, 그리고 그토록 소망했던 10년 전의 약속, 마켓의 대장으로 그 시작과 과정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도 열심히 사람들을 착하게 물들이고 힘내라고 물들인다. 물들어가며 하늘은 더욱 반짝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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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탕 선녀님 그림책이 참 좋아 7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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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목욕탕을 가본 것은 어딘가를 다녀 온 후였던 것 같다. 엄마가 씻고 들어오라는 말에 그렇게 했다. 서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몸만 씻고 나온 그런 목욕탕. 어려서는 아버지가 끌어다 앉혀놓고 이태리타올로 피가 나오도록 벌겋게 밀어주었다. 되갚는다고 '빡-빡-' 해도 그냥 간지럼 태우는 것 말고는 그래도 묵묵히 그 등을 내게 돌려 보여주었다. 아들이어서 그랬을까.

 

목욕탕을 가서도 누구는 몸을 씻고만 나오지만 누구는 그 속에서 사람이야기를 찾아 풀어놓았다. 백희나 작가의 장수탕 선녀님은 바로 그 이야기이다. 아이와 엄마의 관계라고만 해석할 수 없지만 성격이 서로 다른, 닮지 않은 캐릭터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어린시절 추억이 이렇게 뽀글거리는 목욕탕 거품처럼 살아 있어 좋다.

 

늘 같은 이야기, 비슷한 결론이 아니라 그냥 있는대로 그 과정 속의 즐거움으로만 봐도 좋은 책이다. 다음 작품 역시 기대한다. 하여튼 생각이 같아서는 될 일이 없다. 그렇다고 나만 옳다고 밀고 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뭔가가 되어야만 한다는 교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엄마랑 목욕탕 가고 싶다. 그 때 그 때 처럼, 내 등을 밀어주시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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