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탕 선녀님 그림책이 참 좋아 7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는 목욕탕을 가본 것은 어딘가를 다녀 온 후였던 것 같다. 엄마가 씻고 들어오라는 말에 그렇게 했다. 서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몸만 씻고 나온 그런 목욕탕. 어려서는 아버지가 끌어다 앉혀놓고 이태리타올로 피가 나오도록 벌겋게 밀어주었다. 되갚는다고 '빡-빡-' 해도 그냥 간지럼 태우는 것 말고는 그래도 묵묵히 그 등을 내게 돌려 보여주었다. 아들이어서 그랬을까.

 

목욕탕을 가서도 누구는 몸을 씻고만 나오지만 누구는 그 속에서 사람이야기를 찾아 풀어놓았다. 백희나 작가의 장수탕 선녀님은 바로 그 이야기이다. 아이와 엄마의 관계라고만 해석할 수 없지만 성격이 서로 다른, 닮지 않은 캐릭터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어린시절 추억이 이렇게 뽀글거리는 목욕탕 거품처럼 살아 있어 좋다.

 

늘 같은 이야기, 비슷한 결론이 아니라 그냥 있는대로 그 과정 속의 즐거움으로만 봐도 좋은 책이다. 다음 작품 역시 기대한다. 하여튼 생각이 같아서는 될 일이 없다. 그렇다고 나만 옳다고 밀고 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뭔가가 되어야만 한다는 교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엄마랑 목욕탕 가고 싶다. 그 때 그 때 처럼, 내 등을 밀어주시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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