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일용이 - 30년 동안 글쓰기회 선생님들이 만난 아이들 이야기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엮음 / 양철북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가물거린다. 아련하기도 하다.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내가 만난 선생님들을 떠올려본다. 1년에 한 선생님씩 12분의 선생님이다. 그 분들은 나를 기억할까. 내가 기억하는 것 만큼과 같을까. 그건 욕심이거나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내가 그렇다고 특출난 아이도 아닌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을 뿐이니까.

 

우리반 일용이는 선생님의 아이들 이야기이다. 가슴 저미는 사연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이기도 하다. 학생의 입장에서 선생님을 바라보는 것과 선생님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다르다. 무조건 떠든다고 혼내는 일이 있는가 하면 그 사연이 궁금해 들여다보는 선생님이 계신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모두 품어야 할 아이들이다. 그 일선에 계신 선생님들은 위대한 분들이다. 한 아이의 진로를 다르게 할 수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임도 따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짐을 드리고자 하는 일은 아니다. 다만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가도록 방향을 열어주고, 물길을 열어주면 되는 일이리라. 그리고 그 다음은 스스로 길을 찾아갈 것이다. 가슴 따뜻한 선생님들의 글을 통해 학교 속 아이들의 풍경을 그려볼 수 있어 감사한 일이다.

 

어른들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고, 불편한 존재다. 불편하면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다. 말을 못하면 속에 쌓인다. 썩는다. 병이 된다. 어른도 그러는데, 아이는 더하지. 그래도 어딘가에는 풀어야 사는데, 어디다가 풀겠나.“(215페이지,‘불편하다중에서)

 

이렇게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아이들을 통해 울고 웃은 사연들,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더 관심을 갖고 가져주어야 할 아이들임을 일깨운다. 그런데 어른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공부해라’ ‘공부해라는 말만 달고 산다. 녹음기도 그런 녹음기가 없다. 잔소리도 그런 잔소리가 있는가. 눈뜨고 밥만 먹으면 하는 이야기이다. 나가 놀아라는 말을 더 듣고 싶어하는데도 듣고 싶은 말을 해주지 못한다. 경쟁이라는 테두리안에서 그렇게 아이들을 몰고 있을 때 그나마 아이들의 안아줄 선생님들이 아닌가. 힘을 내실 일이다.

 

서울 탑동초등학교 이주영 선생님은 민희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을 맺는다.

 

열한 살짜리 소녀 가장 민희가 보여 준 삶에 대한 자세는 나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내 생활을 밑바탕부터 되돌아 보게 햇으며, 나보다 가난하거나 불행하게 보이는 이웃을 동정하는 눈이 아니라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마음으로 행동해야 함을 알게 했습니다. 나아가 나는 민희한테 어떤 환경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또렷하게 배웠습니다.”

 

교사로서의 반성과 배움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래서 눈물 나는 일이다. 흘려야 한다. 가슴 속 슬픈 마음들이 기쁨으로 돌아설 때 까지 말이다. 그렇게 해서 마음이 서로 포개질 일이다. 아이도 크고 선생님도 더 커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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