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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런어웨이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배를 타고 낯선 땅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도착한 한 여인, 그 여인이 가정을 이루며 살아갈 때 부딪히는 종교와 노예제도, 삶과 가정, 그리고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돌아보며 혼란스러워하지만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 가는 삶의 여행을 담은 책. 책을 열고는 결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업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그 뒷이야기의 궁금증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어떤 책은 이왕 산 것이니 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보게되는데 말이다. 트레이시 슈발리에, 그녀가 스토리를 끌어가는 힘이 부드럽고 섬세하면서도 그 위에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본성을 드러나게 한다. 죽은 이에게서 조차 천을 떠내 퀼트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 그건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하는 아너 브라이트의 의지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신념이지도 않을까.
낯선 곳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한 여성의 의지를 통해, 오늘 우리 시대, 우리는 어떤 신념과 생각으로 살아가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모험심 강하고 도전정신이 강한 인간은 남자라는 존재만이 가진 특권이 아니다. 오히려 더 비겁하고 자신이 쌓아온 테두리에서만 머무는 존재로 비추어진다. 그러나 이 시대적 배경 속 여성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위기 속에서 그리고 자신의 위험 속에서도 상대를 돕고자 하는 헌신이 돋보인다. 왜 그런걸까.
“삶이 변할 때마다 아너는 이전이 그리웠다. 처음에는 브리드포트가, 그리고 벨 밀즈의 모장 상점이, 이제는 콕스의 포목점이 그리웠다. 하지만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소용없었다. 그런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너는 미국인들이 과가에 한 선택이나 현재와는 다른 삶을 놓고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퀼트와 이불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고 그것으로 따뜻함을 채우고자 하는 나눔의 의미를 전하는 것, 그렇게 해석을 한다면 좀 뻔할지 모르지만 내가 우선 느낌 받은 것은 그렇다. 모자는 또 어떤가. 그 사람의 신분과 행색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물건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사람의 직업과 일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드러나지 않은 한 인물들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작가의 표현능력을 접할 수 있다.
언니와 함께 떠난 여행길, 용감하지 않았던 그녀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속으로 빠져들었지만 다시 용기를 내 그 운명을 박차고 밖으로 나오는 아너 브라이트를 통해 삶의 의지를 다시금 느껴본다. 또한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한 한 여인의 삶의 일부를 들여다봄으로 해서 오늘 미국의 옛 과거 속 여행자로 이 책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