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그림전기
왕시룽 지음, 이보경 옮김, 뤄시셴 그림 / 그린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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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 했다.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그의 글은 당시 안고 있던 사회의 문제를 비롯, 다양한 사상의 변화, 좌우 정치적 대립 등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루쉰의 전집을 언젠가 다 읽어 볼 날이 있겠는가 싶지만 우선 그의 생애라도 제대로 알아봤으면 싶었다. 그의 전기가 어디 있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마침 그린비에서 나온 루쉰 그림 전기가 있지 않은가. 이런.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루쉰의 생애를 이야기를 그림 형식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유소년 시대부터 상하이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의 모든 생이 간결하게 정리됐다. 길게 풀어쓰는 것은 쉬워도 짧게 필요한 부분만을 기록하고 그 역사적 흐름을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 

 

그냥 몇 권의 유명한 책들을 남긴 작가로만 알았는데 책을 읽어가다 보니 루쉰은 수많은 잡지를 만들고, 사회적 문제들을 바라보라는 강한 메시지들을 글로 남겼다. 특히 청년들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바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강연 요청에 주저하지 않은 것은 그러한 연유다. 


그는 생각했다. 의학은 결코 급한 일이 아니다. 무릇 어리석고 약한 국민은 설령 체격이 아무리 건강하고 튼튼하더라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조리돌림의 소재나 구경꾼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 병으로 죽는 사람들이 좀 있다고 한들 꼭 불행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민족을 구원하기 위한 첫번째 방법은 사람들의 정신을 바꾸는 것이다. -94페이지, '루신 그림전기'(왕시룽, 그린비) 중에서

 


몇 차례 이름을 바꾼 것처럼, 그의 인생도 만만치 않았다. 오늘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현실의 문제를 피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라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를 갖추어야 함을 새삼 느낀다. 


루신 그림 전기가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라고 여긴다. 


"루쉰은 또다시 그통스러운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는 이제껏 진화론을 신봉했다. 어쨌거나 미래는 반드시 과거보다 낫고 청년은 반드시 노인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 그런데 훗날 나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나는 광둥에서 다 같은 청년이 두 개의 큰 진영으로 갈라져서 투서로 밀고하거나 관방의 체포를 돕는 것을 목도했다. 나의 사고는 이로 말미암아 무너져 버렸다."


옛것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사상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끊임없이 주장의 그의 생애를 이 책을 통해 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중간 중간에 담겨져 있는 그의 사진들은 왠지 모를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달려온다. -282페이지,  '루신 그림전기'(왕시룽, 그린비) 중에서 

 

정신을 바꾸는데 제일 좋은 것은 문예라고 생각한 루쉰의 왕성한 활동으로 남겨진 작품들은 오늘을 사는 세계인들에게 주어진 정신의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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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렐렘
나더쉬 피테르 지음, 김보국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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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이고 비사실적인, 실제적이고 

비실제적인, 따라서 두 개가 아닌 서로 독립적인 체계. 바로 그 반대. 큰 체계의 부분들, 왜냐하면 하나는 그 다른 것에 대한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비사실적인 관련 체계 안에서 뭔가 그 다른 것을 사실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적인 관계 체계 안에서 움직이면서, 내가 보는 것은 비사실적으로 보인다." -146페이지 중에서


나더쉬 피테르라는 독특한 작가의 소설을 한 권 만났다. 늘 편하게 읽던 국내 소설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펼쳐봤는데 처음부터 글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종잡을 수 없다. 한 번을 읽고 다시 한 번 더 작가가 말하는 바를 집중하다 보니 이게 뭐야 싶기는 했지만 그 안으로 점점 들어가는 생각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기법도 독특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 그 생각을 따라가기 바쁘다.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욱더 글에 집중하게 하고 뭐지 싶지만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그리고 그 밖에서 펼쳐지는 작가의 글들은 공간을 날아다니는 듯 기분이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공간과 만나는 사람들을 왠지 의심하게 되는 기분까지 불러온다.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런 기분을 지울 수 없으니 그렇다. 시간과 공간을 오고 가며 퍼붓는 듯한 그리고 다시 멈추어 대화를 나누지만 어느 것이 안이고 어느 것이 밖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는 상황들은 혼란스럽다. 

 

결국 삶이 그러한 것들이 아닌가. 구분 지으려 하고 규정지으려고 몸부림치는 삶의 모습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곳, 다른 공간을 찾아다니지만 우리는 결국 그 어디에도 머물러 있지 않은 것은 아닌지. 

 

작가 나더쉬 피테르의 삶도 만만치 않았다. 헝가리가 낳은 20세기의 위대한 작가로 칭송받는 그의 삶이 그렇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장을 만들어놓은 것에는 그의 삶과 사고가 그대로 녹아져 있는 기분이다. 그가 던진 다양한 삶의 문제들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가 던져놓고 그것들을 서로 엮어 놓음으로해서 우리를 그 안에 가두었다가 다시 풀어놓아다가 묶어 놓는 그런 아주 복잡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으니 말이다. 

 

풀고나와야 할 몫은 우리의 것이다. 현실을 벗어나던가 그 안에 푹 묻혀 살던가.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이유도 우리가 갖고 있는 삶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세렐렘이라는 말이 헝가리어로 '사랑'이란다. 남자 주인공과 그의 애인 에바의 하룻밤의 이야기 속에 뿌려진 삶의 질문들을 하나 하나 담아보고 싶다면... 기존의 인식을 벗지 못하면 안으로 들어가기는 어려울 듯 싶다. 


한 문장 더 옮겨보자.


"내가 있었던 어떤 깊이에서부터 더 높이 오른다. 여기 이 방이 있는 것을 그곳에서 이미 보았다. 하지만 지금도, 마치 내가 본 그 방에 있는 것이 아닌 듯 하다. 그러면 어디에? 감옥. 만약 내가 외부 세계에 속하는 감옥을 생각할 수 있다면, 그러면 기억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구급차를 부른다면, 구급요원들은 우리를 감옥으로 데려갈 것이다. 그러므로 구급차를 불러서는 안 된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구급차를 부르지 않는다면, 그들이 우리를 감옥에 데려가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 이 방에서 나갈 수 있는 걸까?" -110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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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2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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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와 사쿠짱이 나누는 일상의 대화. 제목대로 소소하다. 마스다 미리의 흑백그림은 간결하지만 따뜻하다. 많지 않은 텍스트는 긴 글 만큼 삶을 생각하게 한다. 일상의 것들을 나누는 두 부부의 대화를 통해 오늘 주어진 삶을 좀 더 행복하게 살아야할 일임을 느낀다. 차를 마시고, 좋아 하는 음식을 먹고 나누는 일들, 소소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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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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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살며 느끼는 행복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거창하거나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함꼐 같은 길을 걷는 것이거나 같이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이 두 부부의 바람은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는 것이다. 다툼도 있지만 그 조차도 사랑스러운 소란이다. 서로를 걱정하고 걱정해주지 않는 것들에 대한 것이다. 안타까움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일상이다.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는 늘 변함없다. 사람과 삶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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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누구씨
정미진 글, 김소라 그림 / 엣눈북스(atnoonbooks)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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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지만 때로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 조용히 나의 시간을 갖고 나의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자발적인 외로움 혹은 고독이라고 해야할까. 그런데 이런 것이 되지 않고 사람들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혹은 조직적으로 외톨이가 되는 것, 그것이 왕따아닌가. 누군가를 고립시킴으로 해서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하는 아주 이기적인 조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고전을 통해서 사람에 대해서 배우고, 고전을 통해서 예절을 배우지만 정작 사람을 마주하고서는 그 배운대로 행하지 못한다. 어리석은 인간이 아닌가. 배운 것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니 말이다. 


나는 그냥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못 읽은 것일수도 있을 거다. 담백한 그림과 짧은 글이 더욱 그런 생각들을 갖게 한다. 다른 것은 결코 따돌림이나 혹은 이상한 사람으로 비추어질 것이 아니다.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


"나는 이제 괜찮지 않아. 

내가 정말 남들과 다른 것 같이 느껴져.

다르다는 건 무서운 거잖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불편한 사회다. 똑같아져야만 편하다고 느끼는 불통의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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