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작은 하나를 더해간다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박재현 옮김 / 크리스마스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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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내가 어디론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하루를 마치는 저녁에 있다. 이제 막 호리에 다카후미의 '제로'에 담긴 텍스트를 마쳤다. 그가 걸어왔던, 그가 앞으로 어디로 걸어갈 것인가에 대한 생애와 다짐이 담담하게 담겨있다. 


PC 기반의 통신 서비스가 인터넷 혁명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던 1990년대 후반, 그리고 2000년대 국내 산업도 일대 변화를 겪었다. 시대를 읽지 못한 기업은 주춤거렸고 도전정신으로 뭉친 젊은이들은 아이디어를 무기로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10년이 지난 지금 시장을 이끄는 리더들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또한 시대를 앞서 나간 서비스들도 있었지만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해 탈락했다. 그리고 선두그룹은 변함없이 앞에 있다. 앞으로 또 어떤 흐름이 우리 산업을 흔들까, 그 바람을 한 번 더 탈수 있을지 나는 그게 궁금하다. 모바일 산업이 지금 흐름을 흔들려고 하지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때 바르게 자신의 서비스 기반을 구축했던 서비스 기업들은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돌아보니 뭔가 정직하지 못한 기업들, 투자 공모를 통한 자금 모집 후 제대로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하고 판단 착오로 서비스를 궤도에 올리지 못한 곳들은 주주들의 투자금을 잃어버리고 직원들의 꿈을 이뤄주지도 못 했다. 이 둘을 가른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윤리와 직원들의 정직한 태도는 아니었을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이를 먹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사고 정지 상태가 되는 것, 그리고 자유를 빼앗기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생가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계속 일할 것이다. 제자리에 멈춰 서서 편한 선택을 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호리에 다카후미'가 아니게 된다."-189페이지

호리에 다카후미, 그가 일구었던 성공, 그는 한순간에 그가 쌓아 온 그 모두를 또한 잃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올라서려 하고 있다. 시련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 한다. 한 번 쓰러지면 사실 다시 일어서는 게 쉽지 않다. 그에게는 어떤 힘이 있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일까. 그 이야기가 바로 '제로' 안에 들어 있다.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일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일을 통해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그는 일을 생애 앞에 두고 나아가는 사람이다. 이제 우주로까지 가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모든 것을 잃은 상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나를 보태는 것이다. 제로에서 하나를 플러스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런데 그런가. 더 뛰고 싶고 점프하고 싶은 욕심이 강하다.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그 위에 다른 건축물을 세울 수 없다. 하나 더하기 하나 더하기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 그리고 기업하라는 점은 인상적이다. 남의 회사에 들어가서 청춘을 바칠 것이 아니라 자기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기업으로 하라는 것이다. 생각의 전환이다. 남이 정해놓은 틀에 들어가서 나를 녹일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이름의 회사로 그곳에서 내 생애를 녹이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반복해서 제로에 하나를 더해가면 자연히 자신에게 자신감이 생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라는 전제를 내걸고 '해낼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한다. 그러면 '하고 싶은 일'이 차례로 나타난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상태가 되어,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방황하기도 한다. 내게 조언을 구한다면, 나는 오로지 한마디만을 들려주고 싶다. '전부하라'"-148페이지 중에서

지난 시간들은 과거로 묻어두고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일들을 펼쳐갈 그의 인생길에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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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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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이도 좋으니 젊은 체육 선생님이나 멋있는 선배에게 공주님 안기를 받아보고 싶었다. 남자의 품속에서 축늘어져 있는 자신의 '연약함'을 어필하고 싶었다. 

누구한테?

물론 주위에 있는 많은 남자들에게다.

그리고 저 아이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해주길 바랐다. 약한 나를 지켜줄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보물처럼 소중히 다뤄지기를 바랐다. 

 

117페이지,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에서

 

미스다 마리의 39살, 그리고 마흔의 나이에서 하고 싶었던 것과 그렇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가득이다. 우리에게 주어졌던 시간들, 그 속에서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다. 해보지 못하고 넘긴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다. 여자로서 이성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것도. 그러나 더불어 나이듦이 좋은 것들도 있다. 편안함과 익숙함이다. 그럼에도 아직 가슴에 남아 있는 두근거림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걸 놓치 않고 살아가는 것, 기쁜 일이다. 마음은 스무 살인데, 몸은 40대로 넘어가는 즈음에서 느끼는 삶의 일상들. 나이를 먹어가는 저자 만큼 그가 그리는 만화와 글도 나이를 먹는다. 

 

그 무렵의 나는 카나가 되고 싶었다. 나도 남자 친구가 거칠게 이름을 불러주고, 가타부타 말도 없이 데리고 돌아가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57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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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워크
E. F. 슈마허 지음, 박혜영 옮김 / 느린걸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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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마허의 사상과 그의 작업을 통해 오늘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들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본다. 우리 삶 전반에 걸친 그의 생각이 지금 시대 필요한 부분이다. 경제제일주의로 가면서 사람은 뒤로 가 있다. 사람이 먼저다, 중심이다라고 하지만, 경제와 효율성이 제일 우선시 되고 있는 상황. 그러다보니 느리고 천천히 가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지를 않는다. 아니 못한다. 왜, 이미 그렇게 가는 것만이 제일이고 그게 나니 그렇다. 

 

중간기술이라는 개념이 있다. 대규모 대량 생산중심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양만큼만 가지고 있다면 한 쪽의 나라, 특히 저개발 국가의 오염과 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는 않을까 싶다. 너무 이상적인가. 슈마허는 그러한 것들을 자신의 저서와 강연을 통해서 강조했다. 사람이 살고, 생명이 생명으로 제 역할을 다하도록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일을 복잡하게 만듦으로해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리도록 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날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애를 쓰는가. 나눠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은가? 일하고 싶지만 기계에 이미 빼앗긴 일자리를 다시 돌려 받을 수 없다. 자원경쟁을 통해 부유한 국가나 개인은 더욱 부자가 되고 강국이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소외되는 국가나 사람들도 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 방법은 작게 가는 것이다. 작게, 작게. 복잡한 구조는 좀 더 쉽고 간단하게 가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슈마허는 강조한다. 그리고 각자가 처한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라고 재촉한다. 


"왜 이렇게 복잡해야 할까요? 복잡성은 일종의 병입니다. 설령 비용이 문제가 안 되는 경우에도 대량생산기계로 물건을 생산하면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96페이지


노동과 교육 등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저자의 '굿 워크'는 노동의 즐거움을 통해 보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지치고 힘든 일상에서 여유로운 삶의 가능성과 저녁이 있는 삶이 왜 필요한가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문제가 워낙 심각할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많은 개선들이 시작되었고 우리를 올바로 이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과 기술을 부정하는 데 우리의 노력을 쏟아서는 안 됩니다. 필요한 것은 과학과 기술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영웅적인 행동이나 전혀 쓸데 없는 일에 많은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이 과학기술이 낳은 최상의 성과는 계속 발전하길 바랍니다. 사람들을 모아야 합니다. 비록 여러분과 마음이 안 맞고, 미래에 대해 비판만 하는 사람일지라도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분들이 이 장점을 발휘하도록 해야 합니다.-211페이지


작은 기업들이, 각각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 영역대로 놔두며 함께 공생하는 길을 찾는 길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둥글게 살아가면 좀 더 행복한 삶을 더 누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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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페미니즘 - 여자의 삶 속에서 다시 만난 페미니즘 고전
스테퍼니 스탈 지음, 고빛샘 옮김, 정희진 서문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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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로서 다시 눈을 뜨고 들여다 본 여자의 세계, 문학작품과 논문 속에서 비추어진 여성에 대한 존재를 강의와 일상 속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1세대 페미니즘을 불러일으킨 책들을 다시 읽으며 운명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니 '기억했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리고 초창기 페미니스트들은 또한 한 인간의 운명을 창조하는 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루도 쉼 없이 운명을 살아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182페이지, 빨래하는 페미니즘 중에서


한 권 한 권의 책이 이어지며서 삶의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쉬울 듯 하면서도 어려운 '성'이다. 이미 머리속에 채워진 생각과 관습을 벗어버린다는 것이. 그것들을 깨려는 것과 그렇지 않고 가두어두려는 것 사이에서 해결점을 찾는 일 또한. 저자는 그래도 한 권 한 권의 책을 읽어가며 새롭게 여성을 해석하고 바라봄으로 해서, 창조하는 운명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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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글쓰기
안건모 지음 / 보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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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리는 글쓰기

 

왜 글을 써야 하는지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첫째, 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쓴다.

둘째, 맺힌 마음을 풀기 위해서 쓴다.

셋째,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쓴다. 

 

이 세 가지가 글을 써야 하는 까닭이다. 그 가운데 나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글을 쓴다. 고발하는 글쓰기다. 일하는 데 힘들지 않았다면 다른 이들에게 하소연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았다면 회사와 싸울 일도 없었을 것이고, 평화로운 시대라면 뭔가 고발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억울한 일이 없다면 진실을 밝히려고 글을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나도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는 글을 썼을지 모른다. 

 

77페이지, 삐딱한 글쓰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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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저런 잡다한 글을 올린다. 블로그에 할애하는 시간들이 늘었다. 스트레스 때문인가, 나는 왜 쓰는가. 이 세 가지 중에 그 이유가 내게도 있다.  

 

삶의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만 한 진실함이 더 있을까. 오롯이 경험한 것들의 생생함이라는 글을 살리는 맛이 크다. 거기에서 앞으로 나가는 힘을 얻는다. 무엇이 글을 쓰게 만드는가, 그건 내 마음의 맺힌 것들을 풀어내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위 세 가지로 글을 쓰는 이유를 말하지만 그중에 하나 큰 이유는 맺힌 마음을 풀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누구든 글을 써서 남길 수 있다. 기록은 역사가 된다. 가정의 가장으로서 남기는 일기 형식의 글이라면 어떨까,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한 직장인의 일기는 또한 어떨까. 

 

오늘도 나는 그래서 쓴다. 


저자의 글쓰기 이유를 비롯, 어떤 글이 좋은 글이 될지, 그리고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그간 수많은 시간을 글과 함께 해 온 저자의 경험과 지혜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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