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빛나면서 가장 약한 것이 둘 있다.

하나는 도자기요.

또 다른 하나는 여자의 얼굴이다.

Written by Jonathan Swift


새삼 마츠시마 나나코와 타키자와 히데야키의 뒤늦은 드라마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건 오늘의 이야기이고 또 내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신문 사회면에서 나는 잔인하고도 치졸한 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경악하고 말았다.

마치 할머니가 머리맡에서 들려주시곤 하던 아이를 삶아 먹는 무시무시한 “새 엄마”이야기 같은 거 말이다.


부모가 이혼한 뒤 새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세 살 바기 아기가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진단결과 극심한 빈혈에 영양실조... 거기다 아동학대와 아동방임까지도 의심된다는 얘기였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아이를 솥에 넣어 삶아 먹어버리는 마녀로 만들어 버리는 걸까?


1486년에 두 명의 이단 심문관이 지은 “마녀의 망치(Malleus maleficarum)"에 묘사되는 마녀는 이러했다.


마녀들은 배우자가 깨지 않게 신경 쓰면서 몰래 침대를 빠져 나온다. 회합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마녀들은 걸어서 가지만 멀리 사는 이들은 연고를 몸에 발라 동물로 변해 날아가거나, 아니면 빗자루나 울타리 조각을 타고 날아간다. 보통 열 명 내지 스무 명 정도의 마녀가 집회에 참가하는데, 이 집회는 나중에 사바트(Sabbat)라 불리게 된다. 의식은 신참 마녀가 집단의 비밀을 지킬 것을 서약하고 아이를 죽여 그 육신을 다음 집회에 가져올 것을 약속하면서 시작된다. 이 초심자는 기독교 신앙을 부정하고 십자가나 성체에 모욕을 가하게 된다. 이어서 마녀들은 악마 자신 혹은 그 현현물의 성기나 등에 키스해서 숭배의 마음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입문의례가 끝이 나면 마녀들은 악마에게 희생으로 바칠 어린 아이를 끌고 와 그 지방(脂肪)으로 하늘을 나는 데 필요한 연고를 만들거나 독약을 만든다. 그들은 성체 성사를 신성 모독적으로 흉내 내어 어린아이의 피와 살을 갈라 먹는다.


독일의 문호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이런 마녀들을 쉽사리 찾아 볼 수 있는데, 파우스트의 더러운 욕망과 탐욕을 부추기고자 마법의 비약을 건네주는 늙은 마녀와 파우스트와의 애정에 눈이 멀어 어머니를 죽이고 자신이 낳은 아기를 차디찬 강물 속에 내던져버리는 잔혹한 마녀로 전락하고만 순결의 처녀 마르가르테를 들 수 있겠다.


마르가르테는 결국 어머니와 아기를 죽인 죄로 사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갇혀 있는데 그런 마르가르테에게 한 때의 연인 파우스트가 찾아오자 그녀는 절망에 찬 절규를 부르짖는다.


왜 그러세요? 이젠 키스도 못 하세요?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에, 벌써 키스도 잊으셨나요?

당신 목에 매달려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

전에는 당신의 말과 눈길에서,

하늘 전체가 포근하게 나를 덮쳐왔는데, 그리고 숨이 막히도록 키스해 주셨는데...

키스해주세요! 제발. 그렇지 않으면 제가 하겠어요!

당신의 입술은 이미 차디차 버렸군요. 벙어리가 되셨나요?

당신의 애정은 어디로 가버렸나요?

누가 나에게서 빼앗아 갔죠?


수필가 유달영 선생은 마녀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천사와 선녀가 젊은 여자로 그려지는 동시에 늙은 마녀가 전설 속에 많이 나오는 것은 동서(東西)가 일반이다.

왜 늙은 여자가 마녀로 변할까?

모든 사랑을 상실한 늙은 여자의 반발일 것이다.

여자는 사랑에 주리면 마귀(魔鬼)가 된다.


‘여자에게 있어 사랑은 생애의 역사이다. 하지만 남자에게 있어 사랑은 삽화에 불과하다.’라는 스탈부인의 말이 진리라고 가정한다면, 마녀는 어쩌면 마신의 사랑을 간구하고 독점하기 위해서 그의 곁에서 함께 악을 자행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마녀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마녀의 그림자에서 그녀로 하여금 잔혹한 악을 서슴스레 자행하게 만드는 魔神의 존재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터이다. 사람들은 뇌사 상태에 빠진 아기를 동정하며, 새어머니를 규탄할 것이 분명할 터이고, 또 그녀를 마녀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그림자 뒤에는 함께 악을 자행하고 방조한 친 아버지 또한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녀는 어쩌면 마녀일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뒤에는 잔혹무비한 마신의 모습을 한 친아버지가 있었음을 우린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추잡하고 더러운 욕망으로 얼룩진 마신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여기에는 인간의 존재가 유한한 반면에 인간의 욕망은 영속적이라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악의에 찬 더러운 욕망들이 마신들과 마녀들을 마구 양산해 내고 있는데도 난 어찌할 도리가 없기에 더욱 화가 난다.


유난히 청승스레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나는 오늘 무척이나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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