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키노 > 2me2you가 추천하는[90년대 드럼 명반 9선]


  1.Usher / Live!(99)
'My Way', 'Nice & Slow'로 잘 알려진 어셔(Usher)의 라이브 앨범이다. 요즘 흑인 음악에서 리얼 드러밍(Real Drumming: 인간이 직접 드럼을 연주하는 것을 말함)의 비중은 거의 희박해져 가고 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난해한 리듬 워크는 말할 것도 없고(팀버랜드(Timbaland)가 프로듀스한 미시 엘리옷(Missy Elliot)의 음반들을 참고), 한 앨범에 담긴 곡들의 드럼 음원들이 모두 제각각일 때가 허다하기 때문에 실제 라이브에서 그 느낌을 재현하기란 정말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앨범에 담긴 브라이언 프레이져-무어(Brain A, Fraiser-Moore)의 드러밍 앞에서 그러한 사실들은 한낱 상념이 되어버린다. 그의 연주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된 드럼으론 절대 표현해 낼 수 없는 '연주자의 기(氣)'가 살아 꿈틀거린다. 그는 현재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lera)의 투어 드러머로 활동 중이다.

  2. Brutal Truth / Extreme Conditions Demand Extreme Responses(92)
발매 당시 동일 장르는 물론이거니와 드럼 커뮤니티에도 '일대 파란'을 가져온 그라인드코어(Grindcore)계의, 최고봉 브루털 트루쓰(Brutal Truth)의 데뷔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처음으로 선보여진 *머신 건(Machinegun) 드러밍은 종전까지 인간이 도달할 수 있었던 스피드의 한계를 훌쩍 넘어서면서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분노의 극한을 한 차원 높여 놓았다.
스콧 루이스(Scott Lewis)라는 이름의 이 드러머에 대해서는 뚜렷이 알려진 바가 없으나 전 재즈 드러머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그 탄탄한 기본기에 대한 물증이 된다. '인정사정 없이' 몰아붙이는 스피드의 진상은 이 앨범을 들어보지 않고는 그 어떤 말로도 표현될 수 없다.

(*머신 건 드러밍(Machine-gun Drumming): 싱글 스트로크롤(Single Strokeroll)의 양손을 따로 분리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스네어와 심벌을 동시에 스트로크하는 것을 말한다(이 때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는지의 여부는 플레이어마다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메트로놈 수치로 적정 스피드 이상 가능해야 비로소 '머신 건'의 레벨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적지 않은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재륜씨의 트레이드마크로 잘 알려져 있다)

  3. Vital Infomation / Vitallive!(91)
스티브 스미스(Steve Smith)가 결성한 퓨전 밴드 바이탈 인포메이션(Vital Information)의 라이브 앨범이다. 그룹 저니(Journey)의 멤버로, 80년대 로드러너(Roadrunner)레이블에서 발표된 수많은 속주 기타리스트들의 세션드러머(리치 코젠, 토니 맥칼파인등)로 활동하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그는 현재까지도 매년 1-2장의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톰 코스터, 프랭크 갬블 등 최고의 뮤지션들과 함께한 이 라이브 앨범에서 역시 그의 올라운드 플레잉의 면모를 맘껏 느낄 수 있는데 'Perfect Date'의 드럼 솔로에서 재즈의 스윙 패턴 위에 헤비 메틀의 컴비네이션을 삽입하는 연주는 그 좋은 예라 하겠다. 현재 새비지 가든(Savage Garden)의 세션 드러머로서 활동중인 그는 대중적인 감각을 놓치고 있지 않으며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4. Vai / Sex & Religion(93)
스티브 바이(Steve Vai)와 테리 바지오(Terry Bozzio)가 함께 한 프로젝트 그룹 바이(Vai)의 유일한 앨범이다. 프랭크 자파(Frank Zappa)밴드와 U.K, 미싱 퍼슨스(Missing Persons)등을 거치며 명실공히 '현세대 최고 드러머'란 찬사를 받았던 테리 바지오(Terry Bozzio)는 이 앨범에서도 이전과 다름없이 조금의 느슨함도 허락치 않는 팽팽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흔히들 그의 드러밍을 '오케스트리얼(Orchestrial)'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곤 하는데 이는 현재 18개의 드럼, 48장의 심벌로 구성된 그의 셋트와 드럼 세트를 작은 오케스트라로 생각한다는 그의 말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Still My Bleeding Heat'에 등장하는 테크니컬 훵크(Technical Funk)는 듣는 이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며 'Rescue Me Or Bury Me'에서 펼쳐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범우주적인 어프로치들은 마치 그가 외계인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치 기괴한 느낌을 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이오니아 뮤지션의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지만 그가 보여주는 선구적인 연주는 후배 뮤지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5. Dixie Dregs / Bring'em Back Alive(92)
모던 드러머 매거진(Modern Drummer Magazine)으로부터 5점 만점의 플레이어라는 극찬을 받은 로드 모겐슈타인(Rode Morgenstein)은 75년부터 바로 이 딕시 드렉스(Dixie Dregs)에서 활동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연주세계를 만들어 온 드러머다.
이 앨범은 지난 92년 딕시 드렉스가 10여년의 공백 끝에 재결합하면서 가진 투어중의 하이라이트만을 모은 라이브 앨범으로 완벽한 테크닉이 음악안에 자연스레 녹아든 그의 출중한 연주들이 가득 담겨있다. 딕시 드렉스의 음악은 블루스, 프로그레시브, 펑크, 록, 퓨젼, 재즈등 여러 장르들을 두루 섭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드러머의 역할이 누구보다도 중요한데 그것은 로드 모겐슈타인에게는 걱정거리가 아니다. 'Country house Shuffle'과 'Odyssey', 'Cruise Control' 등에서 그런 다재다능한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6. Morrissey / Beethoven Was Deaf(93)   
보통은 화려하고 난해한 드럼 연주만이 최고라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곡 안에 녹아드는 악기의 톤만으로도 연주자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법이다. 악기에 대한 이해와 사운드에 대한 노하우 없이 뛰어난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모리씨(Morrissey)의 이 앨범을 드럼 명반으로 추천한 것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다. 드럼을 연주한 스펜서 코브린(Spencer Cobrin)은 테크닉만을 놓고 보자면 평범한 드러머라 할 수도 있겠다. 남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하지만 남들이 못하는 특별한 테크닉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맑고 깨끗한 그의 드럼 음색은 음악 안에 완벽히 용해되면서 밴드의 전체적인 사운드까지 정갈하게 만들고 있다. 이 앨범이 라이브 레코딩이란 점을 감안할 때 그것은 더욱 가치 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7. Slayer / Divine Intervention(94)   
슬레이어(Slayer)의 살기 가득한 쓰래쉬 사운드의 일등 공신, 데이브 롬바르도(Dave Lombardo)가 밴드를 탈퇴한 후 많은 이들은 '슬레이어는 이제 끝났다'고 단언하며 이들의 행보에 심히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전 포비든(Fobbiden)의 드러머였던 폴 보스타프(Paul Bostaph)가 밴드에 가입하여 처음으로 발표한 이 앨범은 모든 기우들을 한 순간에 잠식시켰다. 데이브 롬바르도가 쌓아 놓은 초인적인 스피드 위에 그루브를 얹은 그의 연주는 단순히 극한으로만 치달아-사람에 따라-다소 지루하다 느낄 수 있는 슬레이어의 음악을 다이나믹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연유로 혹자는 폴 보스타프를 데이브 롬바르도보다 더 슬레이어에 적합한 드러머라 평하기도 한다.
라이브 비디오 [Live Intrusion](95)에서 그의 열정적인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다.

  8. Dave Matthews Bands / Crash(96)   
데이브 매튜스 밴드(Dave Matthews Band)의 드러머 카터 뷰포드(Carter Beauford)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러머다. 흑인 특유의 파워풀한 스트로크와 뛰어난 리듬감으로 곡의 다이나믹함을 이끌어 내는 그는 밴드내의 탄탄한 근육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흔히들 그의 대표작으로 [Under The Table & Dreaming](94)을 뽑곤 하는데 리듬의 다양함이나 곡의 완성도로 볼 때 본작이 조금 더 앞서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60-70년대 훵크 비트를 차용한 'So Much To Say', 'Too Much'을 비롯해 각각 컨츄리와 아프리카의 비트를 연상시키는 'Two Step', 'Proudest Monkey'등에서 보여지듯 카터 뷰포드는 자신에게 어떠한 스타일이 주어지든 유려하게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해내는 능력을 지녔다. 현재 세계 최고 권위의 드럼 전문지인 모던 드러머 매거진(Modern Drummer)에서 선정하는 리더스 폴(Reader's Poll: 독자 인기 투표)에서 그는 최근 몇 년간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9. The Roots / Roots come alive(99)   
루츠(The Roots)는 에리카 바두(Erikah Badu), 퓨지스(Fugees)등과 함께 '루트 힙합씬(Root hip-hop, 아프리카의 음악의 느낌을 차용한 힙합씬을 일컬음)'의 선봉에 선 그룹이다. 모든 반주들을 리얼로 연주한다는 특징 때문에, 데뷔 당시 대중들의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현재 힙합음악 전문지의 평론가로, 또한 디안젤로(D'Angelo)의 음반 프로듀서로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는 드러머 Questlove(?uestlove라고도 표기함, 본명 Ahmir Khalib Thompson)는 플레이보다도 음악자체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닌 탓인지 밴드의 리더이자 사운드마스터로 루츠의 전체적인 음악 색깔을 만들어 낸다. 최소한의 셋팅으로 최대한의 사운드를 뽑아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특히 힙합 비트에서 중요한 베이스 드럼의 미묘한 밀고 당김에 뛰어난 센스를 지니고 있다.

*사족: (되도록 스타일이 다른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고루 선별하려 했습니다. '데이브 웨클(Dave Weckl), 스티브 갯(Steve Gadd)은 어디 갔냐' 하실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만 그들은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를 쓰고 (아마도 눈을 희미하게 뜨고 목을 뒤로 젖히며 '죽인다'라는 표현을 연거푸 사용하면서) 추천하려 들것이니 되도록 뻔한 앨범은 피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럼 많은 도움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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