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es the First

물론 나는 이마빼기로 이 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그만한 힘은 내게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결코 이 벽과 화해하지는 않겠다. 왜냐? 내 앞에 돌 벽이 서 있으나 나는 그걸 무너뜨릴 힘이 없다는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


Written by Dostoevskii, 지하생활자의 수기 중에서


신화의 원형에 있어서 영웅은 언제나 버림받고,(Wasted) 상처받으며(Wounded), 그리고  정처 없이 어디론가 방랑을 떠나야만 하는 존재(Waltzing Matilda)로 묘사되어왔다.

이런 신화적 원형은 현대에 이르기 까지 여전히 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새로운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만약 영웅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힘을 발휘하는 숙명이 존재한다면, 그건 아마도 방랑자의 운명일 것이다. 운명에 쫓겨 사살당하는 삶이 아닌 운명을 지배하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는 절대적 자유가 필요하다. 자신의 자유를 구속하는 모든 부자유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그는 고귀한 분노를 머금은 채 방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영웅에게 주어진 전사의 삶이다.


난 21세기에 있어서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남은 Roman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방랑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헤르만 헤세는 방랑자를 이렇게 노래했다.


“방랑자는 인간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향락을 누리는 사람이다. 기쁨이란 한 때 뿐이라는 걸 머리로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직접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랑자는 잃어버린 것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한 때 좋았던 장소에 뿌리를 내리려 안달하지 않는다.”


또한 방랑은 카프카에게 있어서는 이러했다.


“어디로 가십니까?”

“나도 몰라” 나는 말했다.

“여기를 떠날 뿐이야, 여기서 나가는 거야 어디까지라도 가보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어.”

“그럼 가실데가 있으시군요?” 하인이 물었다.

“암! 그럼.” 나는 대답했다.

“방금 말하지 않았나. 여기서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내 목표야!”


서두가 너무 길었는데... Tom Waits 도 그런 방랑자의 운명을 타고났다라는 단 한마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Tom Waits



그의 운명은 “1949년 캘리포니아 포모나(Pomona)의 달리는 택시 안에서 태어났다.”라는 단 한마디의 말로 요약되어 질 수 있다. 그 후로도 그는 대부분의 유년 시절을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낡은 차 안에서 기거해야 했으며, 69년 L.A.의 트라우바도(Troubadour)에서 열린 그의 첫 공연이 열릴 때까지 차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어느새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거리의 부랑자요, 방랑자에 다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언제나 끊임없이 부유해야만 하는 도시 빈민의 삶에 강한 관심을 보였으며, 그의 들풀같은 노래 안에는 수많은 부자유에 맞서 기꺼이 싸우려는, 강인한 삶에의 의지와 방랑자의 고귀한 분노가 녹아있다.


영화 바스키아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바스키아(Basquiat)"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이 영화는 거리의 부랑자이자 포스트모던의 위대한 화가였던 Jean-Michel Basquiat의 생애를 그린 전기영화로, 어디에서도 소속될 수 없었던 방랑자 바스키아의 삶을 너무나도 잘 그려내고 있다. 한  쪽에선 노예적 삶을 위해 자신의 창조적 재능을 부유한 백인들에게 팔아먹고 있다는 비판을 다른 한 쪽에선 그저 마약에 찌든 'Nigger' 낙서쟁이에 불과했던 바스키아는 이중적 삶에의 정체성 혼란으로 괴로워하고 있던 차에 유일한 친구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앤디 워홀의 죽음을 맞게 된다.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워홀의 영상을 지켜보면 소리 없는 절규를 부르짖던 바스키아의 눈물이 Tom Traubert's Blues과 함께 유유히 흐른다.

 

Tom Traubert's Blues

 

Wasted and wounded, it ain't what the moon did
Got what I paid for now
See ya tomorrow, hey Frank can I borrow
A couple of bucks from you?
To go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You'll go a waltzing Matilda with me

I'm an innocent victim of a blinded alley
And tired of all these soldiers here
No one speaks English and everything's broken
And my Stacys are soaking wet
To go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You'll go a waltzing Matilda with me

Now the dogs are barking and the taxi cab's parking
A lot they can do for me
I begged you to stab me, you tore my shirt open
And I'm down on my knees tonight
Old Bushmill's I staggered, you buried the dagger
Your silhouette window light
To go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You'll go a waltzing Matilda with me

Now I lost my Saint Christopher now that I've kissed her
And the one-armed bandit knows
And the maverick Chinaman and the cold-blooded signs
And the girls down by the strip-tease shows
Go,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You'll go a waltzing Matilda with me

No, I don't want your sympathy
The fugitives say that the streets aren't for dreaming now
Manslaughter dragnets and the ghosts that sell memories
They want a piece of the action anyhow
Go,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You'll go a waltzing Matilda with me

And you can ask any sailor and the keys from the jailor
And the old men in wheelchairs know
That Matilda's the defendant, she killed about a hundred
And she follows wherever you may go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You'll go a waltzing Matilda with me

And it's a battered old suitcase to a hotel someplace
And a wound that will never heal
No prima donna, the perfume is on
An old shirt that is stained with blood and whiskey
And goodnight to the street sweepers
The night watchman flame keepers and goodnight to Matilda too


 

하루 위스키 1병과 2갑의 담배를 꾸준히 피어대야만 만들어질 것 같은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인간의 슬픔을, 존재로서의 고독을, 구속되어지지 않는 자유를 노래한다. 굳이 인간으로서의 톰 웨이츠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짐 자무쉬의 영화 <커피와 담배>를 한 번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정말 있는 그대로의 톰 웨이츠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커피와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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