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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ㅣ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4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잔인한 폭력은 견딜 수 있지만 잔인한 이성은 견딜 수 없다.
Written by Oscar Wilde
우린-니체가 말했던-삶을 피해 사막으로 달아나 사나운 짐승들과 함께 끊임없이 갈증에 시달리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지 모른다. 가혹한 사막에서 끝없는 갈증에 몰린 나머지 자신의 곁을 지켰던 무리에게조차 날카로운 이빨을 곤두세우며, 그들의 피로 자신의 갈증을 풀고자 하는 사나운 짐승들은 대체 누구인가?
오늘날의 고도로 조직화된 현대자본주의사회는 대량생산이 가져온 풍요로 인해 수많은 산물과 상품이 거리 곳곳에 넘쳐나도록 하였지만, 그 풍요는 오로지 돈이란 것을 가져야지만 누릴 수 있는 것으로써 그 풍요의 대가로 우리에게 동정보다는 비정을, 정의보다는 이익을, 삶보다는 생존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선집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는 그 사나운 짐승들에 관해 함께 얘기 하고자 한다.
인간의 삶이 아닌 짐승으로서의 생존을 선택한 그들은 자신들의 갈증을 풀기 위해 무리 중 가장 약한 이를 희생자로 선별한다. 그리고는 선택된 희생자 앞에서 차가운 냉소와 비수 같은 적의로 이루어진 그들의 이빨을 천천히 드러낸다. 잔인한 이성은 어느새 증오로 일그러진 짐승의 얼굴들을 친절과 교양이란 가면을 쓴 현대인의 모습으로 바꾸어 버린다.
희생자의 피로 자신들의 갈증을 푼 짐승들은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못한다. 그 희생자가 자신과 같은 무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미 희생물로 선택되었기에 그건 자신들과 같은 무리가 아닌 그저 희생물일 뿐인 것이다. 자신들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한!
희생물을 애도하는 장례식에서 짐승들은 슬픔을 가장한 희미한 미소만을 머금을 나름이었다. 미칠 것 같았던 갈증을 희생자의 피로 푼 짐승들은 다시 사막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는 언젠가 짐승들은 다시 모이겠지. 다음 희생물을 찾기 위해서...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PS>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선집을 읽으면서 그녀의 전작 <태양은 가득히>,<열차안의 낯선승객> 두 편을 영화로 보았는데, 알프레드 히치콕의 <열차안의 낯선승객>의 시나리오를 레이몬드 챈들러가 썼다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는 그냥 모르고 넘어갔었는데, 마치 굉장한 발견이라도 한 듯 너무 기뻤다 ^^. 좋아하는 작가를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정말 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