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를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요?  시골뜨기에 어눌한 사투리를 가진 촌스러운 오르가니스트, 조울증에 신경 강박증으로 쓸쓸할 때면 나뭇잎이나, 길가의 돌, 여자의 옷에 달린 진주를 세거나 심지어 도나우 강가에서 모래 알갱이를 세는 기벽을 가진 정신질환자, 평론가들이 질타한 것처럼 일체의 교양을 가지지 못한 무식한 늙은 촌노( 부르크너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고 신문도 구독하지 않았다.) 그 모두가 브루크너를 얘기하는 거라면 맞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브루크너를 대자연과 덧없는 인간의 생애를 노래한 위대한 작곡가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브루크너를 얘기하다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두사람이 있습니다. 한사람은 얼마전 카페에서 소개된 브람스고 또 다른 한사람은 바그너 입니다. 니체가 지적한 것 처럼 당시의 음악계는 두 사람의 진영으로 나뉘어져 더러운 진흙탕 싸움을 되풀이 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문제가 바그너에게 있지는 않겠지만 당시의 그런 문제들을 야기한 당사자는 분명 바그너에게 있었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적 재능은 의심할 바 없으나 바그너의 인격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나칠 정도의 탐욕과 배신으로 얼룩진 그의 사생활은 수많은 정적들을 만들어 내었고 자신이 의도하지도 않은채 바그너의 열렬 신봉자가 되어버린 브루크너 또한 그 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바그너의 성격에 대한 간단한 일화를 소개하자면 당시 뛰어난 지휘자의 한 사람이었고 바그너 자신의 제자이기도 하며 열렬한 신봉자의 한 사람이었던  한스 폰 뵐로의 아내 코지마(리스트의 딸이기도 합니다)를 유혹하여 자신의 아내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드레스덴의 혁명사건으로 말미암아 체포령이 떨어져  무일푼이 된 바그너를 창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 취리히의 재벌 베젠동크의 아내를 유혹하여 은혜를 그 자신만의 방법으로 갚은 얘기등등 제 아무리 바그너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알고나면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들이 그의 성격을 대변해주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부르크너의 경우 그 자신은 전혀 세속적이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당시의 이런 세태속에 자연히 말려들어가게 되었고 바그너의 음악을 추종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음악가와 평론가에게 온당하지 않은 비판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그의 음악은 생전에 결코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했고 연주되지도 못했습니다. 브루크너는 바그너로 인해 겪어도 되지 않을 이런 시련을 받아야만 했지만 그 자신은 바그너의 음악에 대한 신실한 애정을 평생 보였습니다.(바그너에게 제 3 교향곡을 헌정한 일이라든지 바그너가 죽자 그를 추도하는 뜻에서 제 7번 교향곡의 아다지오에서 바그너 튜바를 사용한 장엄한 코다를 선사한 일이 있습니다.)

반대로 바그너의 경우( 참 고약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한스 폰 뵐로의 소개로 존경하는 바그너의 앞에서 선 브루크너가 흥분하여 헌정하기로한 교향곡이 2번이었는지 3번이었는지 기억할 수 없어서 다시 바그너의 집으로 찾아가 "트럼펫로 시작하는 D단조 쪽입니까?"라고 묻었을 정도로 자신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던 브루크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바그너 답게 그는 브루크너의 얘기만 나오면 "아 그 트럼펫"하고 야유스런 웃음을 지었다고 하니 브루크너의 바그너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이었음에는 분명한 사실입니다.(바그너는 항상 브루크너를 만날때마다 그의 교향곡을 전부 자신이 연주해 주겠다고 했지만 한번도 그 약속을 지킨적이 없습니다. 물론 그자신의 헛소리로 그냥 해본 소리는 아니었겠지만 최소한 약속을 지키기위한 어떤 노력도 애써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바그너 자신의 아들의 증언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다시 그의 음악으로 돌아가서  아다지오와 피날레에 있어서만큼은 그와 대적할 만한 작곡가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고 저또한 그렇다고 느낍니다. 특히 7,8,9번에 이어지는 후기 3대 교향곡의 아다지오는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항상 전 견고한 벽을 느낍니다. 1악장에서 부터 시작하여 한개 한개의 음표들로 차츰차츰 거대하고 장엄한 벽을 쌓아갑니다. 누구도 부술수 없는 거대한 벽을 치밀하게 계산된 대위법으로 하나하나의 아름다운 선율들로 견고하게 만들어 갑니다. 그리구선 마지막 피날레에 장엄한 코다와 함께 그 벽을 산산히 부수어 버리지요.. 전 그게 브루크너의 참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브루크너의 음악은 함께 듣는 것이 아니지요.. 어두운 구석진 골방에서 혼자 들어야지만 "아 이게 브루크너구나" 하는 참을수 없는 격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만 구석진 골방에서 하는게 아닙니다. 브루크너 또한 그렇게 들어야지만 합니다. 그게 저의 브루크너 감상법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음반

 

브루크너 4번 교향곡 Romantic- 칼뵘,한스 크나버츠부슈

브루크너 7번 교향곡- 카라얀, 첼리비다케, 쥬세페 시노폴리

브루크너 8번 교향곡- 첼리비다케, 카라얀, 푸르트벵글러

브루크너 9번 교향곡-카라얀, 시노폴리, 첼리비다케

 

맨처음에 나온 지휘자의 음반을 제가 가장 선호하는 음반이고 그 다음 순서로 매겨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루크너의 마지막 소원을 남기며 이 글을 마칩니다.

브루크너는 평생을 St. Florian 성당의 오르간연주자로 생을 보냈는데 자신이 연주하던 그 오르간 밑에 자신을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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