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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평점 :
스탠릭 큐브릭 감독의 동명영화로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지만 난 사실 영화는 보지 못했다.
아니 영화를 보지 못한것이 아니라 보지 않았다고 하는게 옳다. 몇번이고 볼 기회는 주어졌지만 그 때마다 웬지 지루할 것 같아서 다음에 라고 미루어 두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편견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의 작은 후회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시계 태엽 오렌지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다. 비록 1962년에 출간된 꽤 철지난 작품이긴 하지만 결코 촌스럽지도 따분하지도 않은 싱싱한 이야기들이 책 안에 가득 담겨있다.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가 촌스럽지 않고 싱싱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주제가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메세지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고 또한 그 주제를 표현해 냄에 있어서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흔히들 고전이라고 하면 일단 따분하고 지루하다라는 느낌을 가지기가 쉽다. 내가 생각하는 고전의 지루함은 작가가 독자들을 마치 어린아이 취급을 하며 뭔가를 억지로 가르치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노출시킬때 이루어진다.
예를 들자면 톨스토이의 작품을 들 수 있겠다. 톨스토이는 분명 위대한 작가이지만, 오늘날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다보면 웬지 모르게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9세기의 독자들은 톨스토이의 말하는 교훈이 감명있게 다가올 지 모르지만 21세기의 독자들은 너무 영악해져 버려서 이미 톨스토이가 나를 가르치려 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더이상 읽고 싶은 마음이 저멀리 달아나 버리기 때문이다. 설교는 교회나 학교에서 이미 충분히 들었기 때문에 더이상 책으로서까지 설교를 듣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누굴 가르치려 하지도 않고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독자는 주인공인 알렉스의 시선을 따라 알렉스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지켜보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알렉스가 저지르는 폭력,절도,강간, 살인 등의 범죄를 보면서 분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쾌락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겉장을 덮은 후에 우리에게 던져지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래, 그래 바로 그거지. 청춘은 가버려야만 해, 암 그렇지. 그러나 청춘이란 어떤 의미로 짐승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아니 그건 딱히 짐승이라기 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쬐그만 인형과도 같은 거야. 양철과 스프링 장치로 만들어지고 바깥에 태엽 감는 손잡이가 있어 태엽을 끼리릭 끼리릭 감았다 놓으면 걸어가는 그런 인형. 일직선으로 걸어가다가 주변의 것들에 꽝꽝 부딪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청춘이라는 것은 그런 쬐그만 기계 중의 하나와 같은거야...."
시계태엽 오렌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