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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가족 - 과레스키 가족일기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 / 부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까칠한 가족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스스로 자조해본다.
너무나도 평범해야 할 것이 어느덧 아주 특별한 것이 되어버린 암울한 현실과 함께 말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조반니노 가족은 특별한 것이 없는 수백만 "평범한"가족 들 중 하나이며, 평범하고 진실된 사람들,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과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노라고 밝히고 있다.
평범(平凡)! 뛰어나거나 색다른 것이 없는...
솔직히 고백하건데, 난 "까칠한 가족"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평범하다고 가정하고서(난 그렇게 믿고 있지만) 그래서 나와 조반니노가 크게 다르지 않고, 나의 가족과 조반니노의 가족이 색다를게 전혀 없는, 말 그대로 평범이라는 범주하에 있다면 그래서 그들의 삶이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만을 담고 있었다면, 이 책이 이처럼 재미있을 수 있었을까?
"일상다반사"라는 말이 있다. 항상 있어서 이상하거나 신통할 것이 없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일상이란 권태로우며, 따분한 것이지. 결코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평범하다고 가정되어지는 내가 평범한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읽으며, 재미를 느낀다라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내가 평범하지 않거나 조반니노의 가족이 평범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면 1954년에 출판된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담고 있는 재미없는 이 책이 반세기를 지나면서, 그때의 생활상을 엿볼수 있는 아주 재미난 책으로 탈바꿈 했던지, 가능성은 그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은 까칠한 가족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지만, 그 실상은 아주 사랑스러워 파괴하고 싶은 욕망까지 느낄정도의 아주 닭살돋는 잔인한 가족이다. 그들의 삶에서 느끼는 이런 내 욕망의 근저에는 질투와 질시, 부러움이 자리잡고 있다.
조반니노 가족의 삶에는 대화가 있다.
일상어가 아닌 진실한 대화. 사람과 사람사이에 마땅히 주고 받아야할 관계의 진실성 말이다.
밥먹었냐는 둥, 오늘 뭐했냐 둥의 일상어가 아닌 가족의 구성원으로써 함께 공유하고 있는 공통의 관심사에 관한 솔직한 대화가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평범함이 아닌 특별함으로 바꾸어주는 것이리라. 바라건대, 그들의 가족을 바라보며 내가 느끼는 상실감이 나 하나 뿐만이 아니기를 진실로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나와 우리 가족은 상당히 심각할 정도로 비틀려 있는 것이 분명할 테니까 말이다.
바쁜 일상속에서 얼굴 마주칠 기회조차 흔하지 않고, 각자가 하고 있는 일이 다르며, 만나는 사람도 다르고, 각자의 관심사가 틀리며, 그렇기에 서로 느끼는 감정도 다르다. 그것이 내 가족의 모습이다.
밀란 쿤데라의 단편소설에서 여자사냥을 영원한 욕망의 황금사과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았다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까칠한 가족을 읽으며, 내가 느끼는 이 상실감은 영원한 그리움의 황금사과라고 부르는게 더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전혀 의도치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던, 하지만 어느새 사라져 버린 가족간의 진실한 대화를 그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