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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한국어 ㅣ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평점 :
[중급 한국어](문지혁, 민음사)
[초급 한국어]의 뒷이야기다. [초급 한국어]는 외국인에게 처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야기라면, [중급 한국어]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야기다. 처음 든 생각은 ‘[고급 한국어]도 쓰시려나?‘였고, ‘여기서 더 고급스러운 내용을 쓰려면 국어 실력이 얼마나 뛰어나야 하는 걸까?‘가 이어진 생각이었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야기이다보니, [초급 한국어]보다 깊이가 더 있을 수밖에 없다.
일상-비일상-일상으로 이어지는 글쓰기를 설명할 때, 내게는 일상-책읽기(비일상)-일상이 떠올랐다. 그때 당시 스트레스 때문에 책을 읽던 상황이라, 더욱 일상-비일상-일상의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이 작가님의 아이들에게 헌정한(?) 책이라서인지, 아이들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한 바닥이 넘는 영역을 아이의 오타로 채운 거였다. 굳이 이렇게 많은 부분을 오타로 채운 까닭은 뭘까, 궁금했다.
Henriette Barthes(1893~1977)
Roland Gérard Barthes(1915~1980)
김진영(1952~2018 )
여민숙(1952~2019)
문지혁(1980~?)
그러나 우리의 모든 것, 그러니까 우리의 애도와 우리의 글쓰기와 우리의 번역과 우리의 일상과 우리의 삶은 저 물결 표시에 담긴다. 그리고 마침내 물음표를 대신할 오른쪽 숫자가 찾아왔을 때, 그것들은 왼쪽 숫자와 오른쪽 숫자 사이의 바다 속으로 깊이 잠겨 우리가 끝내 알지 못하는 어딘가로 사라진다.(177쪽)
글쓰기할 때 기호를 안 쓰는 게 좋다고 하지만 자신은 이 책에서 기호를 많이 썼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물결 표시의 기호가 등장했을 때, 왜 기호 이야기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문장이 아니라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물결 표시에 이런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작가들은 기호 하나에도 깊이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음악에 쉼표가 중요한 것처럼, 글에는 띄어쓰기나 기호가 중요한 걸까. 사소한 것을 사소하다거나 대수롭지 않다고 쉽게 여기며 일상을 듬성듬성 채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소한 것만 오래 신경 쓰면 정작 해내야 하는 일들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사소한 것을 대하는 태도는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