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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한국어 ㅣ 오늘의 젊은 작가 30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초급 한국어](문지혁, 민음사)
소설을 읽은 직후, 벅찬 감동으로(?) 내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감동이 파사삭 식어서, 글을 얼마만큼 써내려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인 문지혁의 이야기다. 첫 시간 수업 에피소드가 상처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를 가르치는데 그 뜻에 폭소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이질적이었다. ‘오늘도 무사한‘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 그게 그렇게 웃긴 일인가. 히브리어 ‘샬롬‘의 뜻을 알게 되었어도 똑같이 반응했을까.
한국어를 모국어로 삼는 사람이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모국어를 생소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를 새삼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과 한국에 있는 자신의 가족과 관련한, 또는 뉴욕에서 맺는 인간관계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연결되는 지점이 재미있었다.
뒷부분에 나오는 ‘머니 크리스마스‘라는 글이, 이 글이 어떻게 자전적 소설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소설이 꾸며 낸 이야기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소설은 삶을 반영한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소설은 삶보다 작지 않고, (글자 수도 두 배나 많다 .) 소설이 삶에 속한 게 아니라 삶이야말로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쓰고 있는‘ 소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중략)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건과 상황은 허구이지만, 동시에 이 평행 우주에 저장된 모든 것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진짜가 아닐 리 없다.(184쪽)
-읽은 직후에 쓴 글은 페이스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