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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길 찾기 ㅣ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평점 :
[숨은 길 찾기](이금이, 밤티)
-스포일러 주의
[너도 하늘말나리야], [소희의 방], [숨은 길 찾기]로 이어지는 시리즈다. 어쩌다보니 우연찮게 순서대로 읽었다. 아, 이 책들은 모두 권일한 선생님 책 목록에 있던 책들이다.
좁게는 진로에, 넓게는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 에 대한 책이다. 기독교적으로 바라본다면 사명으로 보아도 될까.
미르, 소희, 바우는 각자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바우는 정원 가꾸는 일이 좋아 농고에 가고 싶고, 미르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데 그 꿈들에 어른들의 반대가 만만찮다. 이 책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은 제껴두고, 편안한 길, 안주하는 길을 찾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랬다. 그래서 나는, 직업 외적 일들(?)에 관심이 더 많다. 그리고 직업만 생각하면 자존감이 확 낮아진다. 지금이야 내가 이 직업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직업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성경 공부할 때 느끼는 감정이랑 똑같다. 🏷깨달음은 왜 항상 실수를 한 뒤에야 오는 걸까. 혹시 중3인데 공부 대신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설레발친 것도 나중에 뼈아프게 후회하면 어쩌지. 갑자기 두려워졌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선 더 오래 산 어른들의 지혜를 빌리는 게 맞을지 모른다.(150쪽) 나는 학생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다. 집에서 빨리 나가고 싶기도 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경제적으로 괜찮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 같다. 초등학생보다 중고등학생을 더 좋아한 것 같다는 뒤늦은 깨달음이 있긴 하다. 중고등학교에 갔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저 많은 길에서 어떻게 내 길을 찾지? 미르는 소회와 나는던 대화를 되새겨 보았다. 무대에서 분명히 전율을 느꼈다. 언제든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뛰고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시작해도 되는 걸까? 나중에 이도저도 아니게 되면 어떻게 하지. 무엇보다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200쪽) 내가 좋아하는 일을 정확하게 몰랐기 때문에, 대충 맞는 것 같은 진로를 정했다. 가슴이 뛰고 뜨거워지는 것만으로 시작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아 보인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시작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 나는 늘 혼란스럽다. 내가 가슴 뛰는 일이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하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자기만족을 위해 하고 싶을 뿐이다. 그 부분에서 늘 죄책감을 느낀다. 아, 나는 나를 사랑하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구나.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나.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의 가치를 깎아 내린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마음 한 켠이 늘 불편하다.
다른 사람의 길이 더 쉬워 보인다. 사람들이 교사에 대해 안 좋게 말하는 것도(심지어 같은 학교 안에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 일은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토할 것 같은 일이 여럿 있다. 왜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이다. 숨이 막힌다. 중고등학교도 비슷할 거다. 중고등학교 상황을 들으면서 내 생활에 위로를 받겠지. 미르처럼. 🏷쉽지 않았을 소희의 토로에 미르는 미안하게도 위안을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위로하며 자기 행복을 확인한다. 미르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로하려면 먼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야 함을 깨달았다.(162-163쪽)
학교 현장은 상상했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도망치지 말자고 생각하고 버텨온 게 20년이나 가까이 하고 있다. 작가님의 마지막 말은, 40이 넘은 나에게도 여전히 주효하다.
🏷나무둥치를 떠나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길들이 대신 대답하는 것 같았다. 남들과 같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주저하며 머물러 있기만 해서는 어떤 길도 찾을 수 없다고. 인생이란 자기 앞에 펼쳐진 길들 중 자신의 길을 찾아 한발, 한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고......(200-201쪽)
계속 한 발, 한 발 나아가야지, 뭐. 어쩔 수 있나.
📌내가 읽은 이금이 작가님 책
✔️망나니 공주처럼
✔️알로하 나의 엄마들
✔️너도 하늘말나리야
✔️페르마타, 이탈리아
✔️소희의 방
✔️숨은 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