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울한 기분이 나아지질 않고.. 하루종일 지쳐있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위로받고 싶은 심정으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렸지만, 이미 반납날짜가 지나버린 소설. 슬플때는 더 슬픈 이야기를 읽으라고 누가 말해줬던가. 그 말이 맞는다면, 이 책은 몹시 괴롭고 우울한 날 읽어야 하는 것이었다.

'노예'였고, 자유를 찾기 위해 도망친 한 소녀의 이야기. 처참하다는 말이라던지 불쌍하다는 말이라던지 그런 말들을 이 소녀에게 할 수는 없다. 그저 읽는 내내 눈가가 촉촉해지고 가슴이 저며왔다.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세계- 하지만 나는 코라가 되어 마음껏 슬퍼하고 두려워했다. 희망을 품었다가 절망하고, 간절하다가 포기하고, 그리고 다시 달렸다. 그동안 나는 위안을 받았다.

삶이란 무엇인가. 매질을 당하고, 강간을 당하고, 친구의 처참한 죽음에 주저앉고, 착한 사람들이 자신을 도왔다는 이유로 죽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끝끝내 살아남으려 하는 모습은, 오래전 진짜 그일을 겪었던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 나에게 위안을 준다. 스물일곱의 젊고 재능있는 이가 삶을 버린 날, 위로의 노래를 만들고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깊고 넓은 사랑을 받았던 그의 죽음이 너무도 안타까운 날이기에. 미안하고 이기적지만 나는 그저 위안을 받았다.

아.. 모두에게 위안이 있기를. 오늘 하루도 고생했습니다. 모두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람이 아니라고 규정하지 않는 이상.

시는 차라리 통탄할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도에 가까웠다. 모든 것이 자기 손에 달려 있는데 신이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것. 시와 기도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생각을 심어주고 무자비한 세상으로부터는 눈을 돌리게 했다.

우리는 모두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도해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쓸모 있는 착각이 쓸모 없는 진실보다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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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공개 2017-12-19 21:3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