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고요히
김이설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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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그녀의 소설을 읽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몇년 전이던가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소설집을 읽고, 상처를 찔린 듯 아파하다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는 왜 또 그녀의 소설집을 꺼내 들었을까. 그냥 그녀가 변하지 않았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몇년 전보다 훨씬 비관적이 된 현실을 생각했을 때 그녀의 소설이 읽어내기 쉬워지거나 밝아졌을거란 기대는 없었지만.

 

이 소설집 또한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과 다르지 않았다. 읽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있다. 특히 첫소설인 <미끼>를 읽고나서는 한참 책장을 덮어야만 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악이란 무엇인가. 그녀의 소설에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같은 단어로 규정하고 남의 일로 만들어버려서는 안될 것같은 서글프고 안타까운, 그러나 현실적인 존재들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장애인인 아내가 자살한 후 삶이 한결 나아져 버린 평범한 남편에서부터, 남편이 자살한 후 시어머니까지 치매에 걸리고 살 길이 막막해지자 아이들과 동반자살을 선택하는 여자, 오랫동안 떠나있던 남편이 돈가방을 들고 돌아오자 살인누명을 씌워 몰아내고 그가 들고온 돈가방을 차지하고서는 히죽거리는 여자같은. 속상하지만, 현실에 없는 일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소설이 무용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쓰고 싶어서, 써야해서 쓰는 것이지 누구를 위해서나 무엇을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그녀의 소설은 나를 힘들게 한다. 읽어내기 쉽지도 않고 힘든 현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 줄 뿐이다. 그래도 김이설, 그녀가 존재하고 계속해서 소설을 써준다는 것은 왠지 위안이 된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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